동아시아의 기적이라 불리는 두 도시국가의 성공은 같은 방향이 아니었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모두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경제 성공사례다. 그러나 장기적인 생산성과 혁신 역량에서는 두 도시가 상반된 성과를 보여준다. 싱가포르는 눈부신 성장률과 첨단 인프라로 자주 칭송되지만, 실질적인 효율성과 창의성의 측면에서는 홍콩이 더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었다.
그 차이는 식민지 시절 제도적 유산에서 시작된다. 두 도시 모두 영국의 통치를 받았지만, 그 유산을 계승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홍콩은 사유재산 보호, 법의 중립성, 경제 개방이라는 제도적 틀을 보다 일관되게 유지했고,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며 시장 기능을 존중했다. 반면 싱가포르는 초창기에 자유무역항으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정부 주도의 개발국가 모델로 급격히 전환되었다.
중국계 기업가 집단의 운명은 이 제도적 차이를 그대로 반영한다. 홍콩에서는 상하이 출신의 상인과 제조업자들이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금융과 산업을 이끌었다. 반면 싱가포르에서는 정부가 이들을 정치적으로 의심하며 배제하고, 국영기업과 외국계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했다. 이로 인해 싱가포르는 자생적 기업가 정신이 약화되고, 민간 부문이 정부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되었다. 이러한 제도적 선택은 궁극적으로 두 경제 모델을 결정지었다. 홍콩은 시장 자율성을 존중하는 자유주의 모델을, 싱가포르는 기술관료적 계획 모델을 선택했다. 외견상 싱가포르의 성과는 더 정돈되어 보이지만, 총요소생산성(TFP)—투입 대비 산출의 효율성 지표—에서는 홍콩이 지속적으로 앞섰다. 1964~1997년 사이, 홍콩의 TFP는 39.13% 증가했지만 싱가포르는 오히려 감소했고, 이후에도 격차는 줄어들지 않았다.
혁신 분야에서 그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싱가포르는 GDP 대비 R&D 지출 비중이 높지만, 혁신 효율성이나 창의성 지표에서는 세계 하위권에 머물렀다. 반면 홍콩은 적은 비용으로도 더 많은 특허와 창의산업 성과를 냈다. 이는 단순히 자금이나 정책이 아니라, 제도적 자유와 창업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혁신은 '허용된 사회’에서 피어나고, '통제된 사회’에서 위축된다. 자유롭게 도전하고 실패할 수 있는 문화가 있어야 창의성이 나온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검열과 규제로 예술과 학문,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으며, 관료적 통제가 창의성을 사전에 차단한다. 젊은이들은 안정적인 진로만 추구하고, 창작 활동은 '콘텐츠’는 만들어내지만 '문화’를 만들지 못한다.
싱가포르의 혁신은 토착적이라기보다 외주화된 구조다. 많은 R&D 활동과 특허가 외국 기업이나 외국인 연구자에 의해 수행되고 있으며, 국내 기업은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고 위험을 기피한다. 통계상으로는 혁신 강국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생적 역량이 취약하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는 창의경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홍콩은 예술·문화 수출입, 예술인 비중, 글로벌 문화 영향력 등에서 싱가포르를 앞선다. 싱가포르는 예산을 투입하지만 통제는 여전하고, 문화는 성장하지 못한다. 두 도시는 '기업가 자본주의’와 '국가 자본주의’의 대조적 사례다. 싱가포르에서는 국영기업이 금융과 운송 등 핵심 산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은 산업가치의 44%에 그쳐 OECD 평균에 못 미친다. 반면 홍콩은 진입 장벽이 낮고, 중소기업의 역할이 더 크며, 시장 경쟁이 활발하다. 싱가포르에서는 경제가 '연출’되고, 홍콩에서는 경제가 '발현’된다.
이 차이는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철학의 문제다. 한쪽은 계획을 통해 성장했고, 다른 쪽은 자유 속에서 성장했다. 계획된 성장은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그 대가로 자율성과 창의성이 희생된다. 반대로 자유 속에서의 성장은 위험을 동반하지만, 효율성과 혁신이라는 장기적 경쟁력을 제공한다.
진정한 번영은 통제보다 자유에서 비롯된다. 거버넌스가 아닌 자율, 규제가 아닌 신뢰, 계획이 아닌 실험이 미래의 경제를 만든다. 교역하고, 창조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자유야말로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다.
*본 내용은 아래 기사 및 칼럼 내용을 요약 번역한 내용임*
Lipton Matthews
The Economic Success of Singapore and Hong Kong
19 July, 2025
번역: 김시진
출처: https://mises.org/mises-wire/economic-success-singapore-and-hong-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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