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E로고
정보
네트워크
교육
FreeTube
오디오클립
도서
CFE 소개
ENG Facebook YouTube search

‘물가안정’이라는 환상

Frank Shostack / 2025-07-10 / 조회: 70


CFE_해외칼럼_25-20.pdf


중앙은행의 최우선 과제로 '물가안정'을 꼽는 것은 오늘날 경제학계의 거의 이견 없는 합의로 여겨진다. 많은 이들은 물가안정이 경제 성장과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며 국민의 복지를 증진시킨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러한 통념은, 통화의 본질과 그 효과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이해 없이 구축된 신화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다.


물가안정 정책의 핵심 논리는 이렇다. 인플레이션이 일정하게 유지되면, 재화와 서비스 간 상대가격의 변화를 기업들이 명확히 인식할 수 있고, 이는 소비자의 선호를 반영한 효율적 자원 배분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토마토 가격이 감자보다 더 빠르게 오르면 기업들은 토마토 생산을 확대하게 되며, 이는 소비자 수요에 따른 생산 조정으로 간주된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하면 상대가격 신호가 왜곡되고, 자원이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배분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화폐의 중립성'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즉, 화폐량의 변화는 가격 수준에만 영향을 미치고, 개별 상품 간 상대가격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화폐량이 두 배로 증가하면 구매력은 반으로 줄고, 가격 수준은 두 배가 되지만, 사과 1개와 감자 2개의 교환 비율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본다.


하지만 실제 경제는 이와 다르다. 화폐는 경제에 일괄적으로 투입되지 않는다. 먼저 화폐를 수령한 사람은 아직 가격이 오르기 전의 상품을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반면, 나중에 화폐를 받는 사람은 이미 오른 가격을 감당해야 한다. 이는 명백한 부의 재분배를 낳고, 그 자체로 상대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화폐 공급의 증가는 상대가격의 변화를 불러오며, 이는 생산 구조의 왜곡과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야기한다.


더 큰 문제는 '물가 수준(price level)'이라는 개념 자체가 실체 없는 평균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돈으로 거래되는 각기 다른 재화들을 하나의 숫자로 평균낸다고 해서 의미 있는 경제 신호가 될 수 없다. 화폐의 구매력은 특정 시점에서, 특정 장소에서, 특정 재화에 대해 정의될 수 있을 뿐이다. 사과 2개와 빵 1개의 가치를 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화폐의 '총체적 구매력’을 측정할 수 없는데, 이를 '안정화’한다는 시도 자체는 무의미한 것이다. 라스바드(Murray Rothbard)의 말을 기억하라. “화폐의 일반적 교환가치는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도 정량적으로 정의되거나 고립될 수 없다. 측정할 수 없는 대상을 유지하려는 정책은 무의미하다.”


문제는 이 같은 오류가 단지 학술적 추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정책 판단에 중대한 착오를 불러온다는 점이다. 1920년대 미국의 물가가 안정적으로 보였기에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 위협이 없다고 보았고, 대공황은 그들에겐 전혀 예상치 못한 재앙이었다. 지금의 연준(Fed)은 동일한 사고방식에 따라 정책을 집행하고 있으며, 이는 다시 한번 '보이지 않는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방치하게 만들 것이다.


화폐 공급의 확대는 표면적으로는 물가를 억제하거나 경기 회복을 유도하는 듯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이미 생산 구조의 왜곡과 경기 순환의 불안정성이 시작되고 있다. 물가가 안정돼 보인다고 해서 경제가 안정된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 이면의 균열을 가리는 가면일 수도 있다.


'물가안정'은 경제 안정의 핵심이라는 주장은 매력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통화정책이 시장의 상대가격 구조와 생산 메커니즘을 어떻게 왜곡시키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집행될 때, 그 부작용은 오히려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가격 메커니즘의 섬세함에 대한 통찰이다. 통화의 역할과 한계를 직시하고, 통화팽창이 낳는 구조적 왜곡을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경제 안정’을 위한 출발점이다.






Frank Shostack

The Futility of Price Stability Policies, 7 July, 2025


번역: 김시진

출처: https://mises.org/mises-wire/futility-price-stability-policies



       

▲ TOP

NO. 제 목 글쓴이 등록일자
‘물가안정’이라는 환상
Frank Shostack / 2025-07-10
Frank Shostack 2025-07-10
917 지출 감축이 경제 성장의 해법이다
Romina Boccia, Dominik Lett / 2025-07-04
Romina Boccia, Dominik Lett 2025-07-04
916 정의에 대한 이해
Wanjiru Njoya / 2025-06-17
Wanjiru Njoya 2025-06-17
915 인플레이션이나 국가부채를 늘리지 않고 경제를 개선하는 단 한 가지 방법
Parker Sheppard / 2025-06-09
Parker Sheppard 2025-06-09
914 빈부격차가 사회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는가
Owen Ashworth / 2025-05-28
Owen Ashworth 2025-05-28
913 왜 소득세 없는 주가 인구경쟁에서 승리하는가
Preston Brashers / 2025-05-22
Preston Brashers 2025-05-22
912 의회가 어떻게 경쟁을 죽이는가
Ashok Roy, M.D. / 2025-05-15
Ashok Roy, M.D. 2025-05-15
911 캘리포니아는 환경법을 면제받아야 할까?
Jonah Karafiol / 2025-04-29
Jonah Karafiol 2025-04-29
910 정치인들은 인플레이션을 이용해 미국인의 삶의 방식을 겨냥한다
Richard Stern and Brooks Newby / 2025-04-17
Richard Stern and Brooks Newby 2025-04-17
909 당신의 생활비 부족, 숨은 범인은?
EJ Antoni / 2025-03-31
EJ Antoni 2025-03-31
908 대외원조와 배상금, 그리고 경제 성장
Lipton Matthews / 2025-03-24
Lipton Matthews 2025-03-24
907 전례없는 제동에 걸린 자유경제
Matthew D. Mitchell / 2025-03-17
Matthew D. Mitchell 2025-03-17
906 의회의 과도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
Adam N. Michel / 2025-03-11
Adam N. Michel 2025-03-11
905 미국은 후퇴하는 유럽의 AI 제도를 따라가면 안된다
Jake Denton / 2025-03-04
Jake Denton 2025-03-04
904 전략적 관세와 세금 개혁, 공정한 경제를 위한 돌파구
Richard Stern / 2025-02-24
Richard Stern 2025-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