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고등교육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지역 거점 국립대학을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등교육의 본질과 현실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접근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대학은 간판이 아니다. 브랜드를 흉내낸다고 해서 대학의 수준이 복제되지 않는다. 연구 역량과 교수진, 산학협력, 국제 네트워크, 자율성 등 고등 수준의 복잡 생태계가 작동해야 경쟁력이 생긴다. 정부가 지방국립대 지원을 우선으로 하는 행정을 밀어붙이다 보면 세금낭비만 발생할 뿐이다.
획일적 평준화는 필연적으로 하향평준화를 부른다. 재정을 나눠준다고 모든 대학이 성장하지는 않는다. 지방 거점대학 간에도 역량 격차가 분명한데 이를 무시하고 일률적 지원을 하면 오히려 효율이 떨어진다.
비거점대학은 더욱 소외되고 지역 불균형은 되레 심화된다. 대학을 '지역 인재 양성소’로 보는 시각도 시대착오적이다. 대학은 지역평등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다.
한국 대학의 문제는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아니다.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세계 연구기관 순위에서 한국 대학은 늘 50위권 밖에 있고, AI(인공지능) 등 첨단 분야 인재는 지속적으로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숫자를 늘리면 해결된다는 발상은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은 지방 대학만이 아니다. 국내 주요 대학들 전반이 글로벌 경쟁력 저하와 인재 유출, 연구 부진이라는 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학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구조 개혁보다는, 상징적 간판 대학을 여러 개 만드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겉 모습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대학 생태계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양적 확장’이 아니라 '질적 혁신’이다.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 '복제’가 아니라 '자율성과 경쟁력 중심의 개혁’으로 가야 한다. 각 대학은 고유한 연구 분야를 키우고, 산학협력과 국제화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지방에 여러 국립대를 양성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성과에 따라 선택과 집중이 가능한 유연한 운영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국립대 간에도 성과에 따른 차이를 인정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국립대 우선의 정책은 지방의 사립대를 모두 고사시킬 우려가 크다. 지방에 무수히 많은 국립대가 존재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정부의 지원이 국립대에 더욱 쏠리게 되면 사립대의 위기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국립과 도립, 시립 대학 중심의 지원체계를 개선하고 선진국처럼 사립 대학이 활성화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고등교육은 지역균형의 수단이 아니다. 대학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며, 세계와 경쟁하는 창의 인재의 요람이다. 따라서 고등교육 정책도 이제는 '복제’와 '평준화’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통한 경쟁력 중심의 구조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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