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는 왕의 독단을 막고 백성의 뜻을 반영하기 위해 사간원, 사헌부, 홍문관 등 이른바 삼사를 두었다. 이 기관들은 왕에게 충언하고, 때로는 목숨을 걸고라도 간언하며 왕권을 견제했다. 특히 사간원은 왕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반복적으로 직언했고,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스스로 사직하는 기개를 보이기도 했다.
사헌부는 관리의 부패와 비리를 감시했고, 홍문관은 왕의 정책 자문과 더불어 국정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역할을 했다. 이는 단지 견제를 위한 기구가 아니라, 리더가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지혜를 모아 숙의하고 논의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였다.
조선의 흥망성쇠를 살펴보면, 이 '언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세종대왕은 고약한 간언이라도 귀담아 들으며 언로를 활짝 열었다. 그는 경연을 월평균 6번 참석하고, 국정운영과 관련 매서운 비판과 질책을 해달라 신하들에 청하기도 했다. 결국 태평성대를 이끌었다. 반대로 간언을 억누르고 신하의 입을 막았던 군주들은 반정으로 쫓겨나거나 조정이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이러한 역사적 교훈은 2025년을 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소통이 단절된 행정은 속도는 날 수 있으나 방향을 잃기 쉽고, 듣지 않는 리더십은 결국 공감 없는 정책으로 이어진다.
전 권선택 대전시장은 시청 내에 '직소민원상담실’과 '경청신문고’등을 설치해 운영한 바 있다. 월 1회 시민이 시장을 직접 만나는 '소통의 날’을 정례화하고, 단순방문이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현장 시장실’을 월 2회 운영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임원 등 초청 사랑방경청간담회와 일반시민들과의 아침동행도 실시해 나름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많은 성과를 내고 있는 고창군정, '언로’까지 열면 군민의 공감대를 얻으며 더욱 성공할 수 있다. 언로가 열려야 변화의 동인이 생기고, 변화가 있어야 혁신이 일어나며, 혁신이 있어야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
2025년 고창형 '경청행정’ 시스템을 제안한다. 첫째, 군수 비서실 산하에 '군민목소리담당’과 '공무원목소리담당’ 주무관을 각 1명씩 배치하고, 둘째, 고창군청 및 14개 읍면 주민센터에 '군민 대나무숲’ 공간 설치해 익명 또는 실명으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게시판과 생활민원, 칭찬 등 다양한 의견 수렴이 가능한 창구를 제안한다.
셋째, 수집된 의견과 해결은 매월 정리해 군청 홈페이지나 소식지에 정기 공지하고, 넷째, 가능하다면 군수님이 핵심 제안에 대해 직접 피드백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고창은 세계유산 판소리와 고창농악의 고장, '귀명창 군정’이 필요하다. 소리로 말하고 감동을 나누는 고장이다. 이제 군정도 소리에서 시작해야 한다. 말하는 사람만 있는 군정이 아니라, 제대로 듣는 군정, 바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군정이 부족한 2%를 채워줄 것이다.
고광용 자유기업원 정책실장/한국지역경제학회 이사
[자료제공=고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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