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간의 러브버그 대발생은 단순한 생물학적 사건이 아니다. 지자체가 자연림의 조성을 기다리기보다 중국산 편백으로 인공적인 숲을 조성하려 한 잘못된 행정적 시도에서 비롯된 결과다. 생태계를 쉽게 통제할 수 있다고 본 행정의 오만이 만들어낸 후폭풍에 다름 없다.
러브버그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위생 문제 또한 발생시키지만, 동시에 낙엽을 분해하고 수분을 돕는 생태적 기능도 한다. 그래서 해충이자 익충이고, 때로는 그 둘 모두가 아니다. 이처럼 '익충·해충'이라는 이분법 자체가 인간의 시선에서 비롯된 자의적인 구분일 수 있다.
이러한 구획 아래 지자체와 언론, 환경단체들은 제각기 러브버그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낸다. 한쪽은 환경정화자라며 방제를 반대하고, 다른 쪽은 시민 불편을 이유로 방제를 촉구한다. 정작 법적 판단의 주체인 환경부는 생물다양성법상 '위해성 평가' 조항을 외면한 채 3년째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결국 시민만 피해를 떠안는 구조다. 러브버그를 국내에 들여온 것으로 추정되는 행정 주체는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시민들 스스로 적응의 방법을 찾기도 했다. 상점가는 러브버그의 출몰 시기마다 창문에 보호망을 설치하고, 음식점은 실내 운영 위주로 방식을 바꾸었다. 일부 운전자들은 차량 전면부에 간이 보호판을 덧대기도 했다. 이는 생태계의 변화에 대한 자율적 대응의 사례다.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중앙의 지시 없이도 사람들은 현실에 맞춰 실험하고 조정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사회적 적응 역시 자생적 질서의 한 표현이다.
자생적 질서가 아닌 인위적 개입으로 발생한 문제를 인위적 해결법으로 접근한다면 과거 생태 개입 사례에서의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한때 외래종인 배스나 황소개구리가 생태교란종이라며 이를 박멸하고 없애려 했지만, 결국 자연 생태계가 스스로 균형을 잡으며 정착시켰다. 인위적으로 없애려 했던 것보다, 자연의 조정이 더 효과적이었던 셈이다.
자연은 언제나 스스로 질서를 만들어낸다. 인간이 개입하지 않아도 생태계는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균형을 찾아간다. 이를 '자생적 질서’라 부른다. 수많은 종의 공존과 경쟁, 조절은 누구의 지시 없이도 작동한다. 바로 그 점에서 자유주의는 자연 질서와 통한다. 중앙의 명령이 아니라, 수많은 주체가 자유롭게 반응하고 조응하며 형성해내는 질서이기 때문이다.
자유주의가 말하는 정의는 인간이 모든 질서를 설계하거나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각 주체들이 서로의 자율성과 조응을 통해 형성하는 질서 그 자체에 대한 존중이다. 자연에 대한 정의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의 판단이나 불편함을 기준으로 특정 종을 해로운 존재로 단정짓고, 그에 따라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가 왜,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출발해야 한다. 통제가 아닌 이해, 지배가 아닌 조응이야말로 생태 정의의 핵심이다.
러브버그를 둘러싼 혼란은 결국 행정이 자연을 쉽게 통제할 수 있다고 믿은 결과다. 하지만 생태계는 단순하지 않으며, 인간의 편의대로 잘라 쓸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진짜 생태주의는 자연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자연의 질서에 인간이 겸허히 맞춰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익충이냐 해충이냐’는 질문은 잘못되었다. 더 정확한 질문은 이것이다:
“자연을 누구의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 그 판단은 중앙정부가 아니라, 시민과 공동체, 그리고 자연 그 자체의 몫이어야 한다. 자연은 가르치지 않는다. 그러나 늘 조용히 답하고 있다. 그 답을 경청하는 것, 그것이 진짜 정의다.
김시진 자유기업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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