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일수 및 노동시간 감소 의제와 함께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도 몇 차례 시도가 있었지만, 노사 간 갈등이나 조직 내부의 저항으로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의 연공 중심 임금체계는 급변하는 노동시장 환경에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 이제는 본질적인 구조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공공부문은 대부분 연공급(호봉제)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조직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해 왔으나, 동일한 일을 하면서도 경력에 따라 임금이 크게 벌어지는 구조는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 성과나 역할이 아니라 연차로 보상이 결정되는 방식은 오히려 일 잘하는 사람에게 박탈감을 주고, 조직 전체의 활력을 떨어트린다.
호봉제는 경력보다 성과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기대와 어긋난다. 공무원을 '안정적인 직장’으로 선택한 MZ세대들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9급 호봉 수준과 성과와 연동되지 않는 경직된 보상 구조에 실망해 최근 지속적으로 퇴직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저연차 공무원의 이탈을 넘어, 공공서비스의 지속 가능성과 전문성 확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공공부문 임금체계의 경직성은 조직의 활력 저하와 낮은 생산성의 주요 원인이다. 성과와 무관하게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구조 속에서는 직무 기반 평가나 인사 유연화가 쉽지 않다. 이런 보상 구조는 구성원의 동기를 떨어뜨리고, 결국 조직의 효율성과 서비스 품질을 동시에 저하시킨다.
나아가 공공부문의 비효율은 민간 부문에까지 영향을 미쳐, 국가 전체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9.4달러(구매력평가 기준)로, OECD 37개국 중 33위에 머물렀다.
공공부문도 마찬가지로, 성과와 무관하게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구조 속에서 직무기반 평가나 인사 유연화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성과와 무관하게 임금이 오르고, 근로시간이나 형태도 법과 규정에 강하게 묶여 있어 조직 차원의 유연한 인사 운영이 어렵다. 노사 간 이해 충돌이 첨예한 구조와 정부의 일률적 규제는 자율성과 변화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다.
많은 선진국에서는 임금, 근로시간, 고용 형태 등이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자율적인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우리나라도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같은 제도 개편을 논의할 때, 임금체계의 유연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변화는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최근 정치권과 일부 기업에서 주 4일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지만, 경직된 임금 구조가 유지된다면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노동계가 오랫동안 주장해 온 과제이자 숙원이다. 직무급제는 이러한 원칙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노동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직무에 걸맞은 보상을 실현하자는 취지다. 윤석열 정부 역시 공공부문에 직무급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직무수당 등 간접적인 방식에 머무르며 제도 전환의 실효성에는 아쉬움을 남겼다.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의 핵심은 제대로 된 직무와 성과, 유연성 확보에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 노동시장의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 체계를 통해 개편을 뒷받침해야 한다. 생산성 제고를 위한 임금체계 개편 논의 없이 단순한 노동시간 단축과 정년 연장 의제는 무의미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김상엽 자유기업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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