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갑 속에서 꺼내는 종이 지폐는 왜 가치를 지닐까? 일부는 정부가 화폐로 지정했기 때문이라 말하고, 또 일부는 사회적 관습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결국 “사람들이 받아들이니까 가치가 있다”는 순환 논리에 빠진다. 과연 화폐의 가치는 단순히 그렇게 설명될 수 있을까?
화폐는 일반 재화와 다른 수요 구조를 가진다. 재화에 대한 수요는 그것이 주는 효용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음식을 소비하려고 원하고, 옷은 입기 위해 구매한다. 하지만 화폐는 그 자체를 사용하기 위해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화폐를 통해 다른 재화와 서비스를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화폐를 원한다. 즉, 화폐의 효용은 '구매력’이라는 간접적 가치에 있다.
이처럼 화폐는 사용가치가 아닌 교환가치를 통해 수요된다. 그렇다면 화폐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이미 시장에서 일정한 구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문제는, 만약 화폐에 대한 수요가 선행된 구매력을 전제로 한다면, 최초의 수요는 어떻게 생겨났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수요-공급의 법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화폐의 가치는 역사적 구매력에서 비롯된다 오스트리아 학파의 경제학자 미제스는 이 문제를 '회귀정리’(regression theorem)를 통해 풀어냈다. 핵심은 오늘의 화폐 가치가 어제의 구매력에 기초한다는 점이다. 오늘의 화폐 수요는 어제의 가치에 의해, 어제의 수요는 그 전날의 가치에 의해 형성되어 왔고, 이 과정을 시간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하나의 상품이 단순한 물물교환 수단이었던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그 상품은 원래 장신구, 금속 등 실질적 효용이 있는 재화였고, 사람들 사이의 자발적 교환을 통해 이미 시장에서 교환가치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 가치가 이후 '간접 교환의 수단’이라는 새로운 수요를 불러오고, 반복적인 교환 속에서 화폐로 기능하게 된 것이다. 결국 화폐의 가치는 처음부터 시장 안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된 교환가치의 역사에 기반을 두고 있는 셈이다.
종이화폐의 가치도 실물화폐의 연장선에 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종이화폐도 예외는 아니다. 종이화폐는 처음부터 화폐가 아니었다. 그것은 금과 같은 실물화폐에 대한 청구권을 나타내는 대용물이었으며, 언제든 금으로 교환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화폐처럼 사용했다. 종이증서가 구매력을 갖게 된 것도 금이라는 실물과의 연결 덕분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은행들은 실제 보유한 금보다 더 많은 증서를 발행해 이윤을 추구했고, 이는 자유시장 내에서 화폐의 가치 하락과 교환 요구 증가로 이어져 파산 위험을 불러왔다. 이런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국가가 개입하고, 결국 중앙은행이라는 독점기관이 등장했다. 중앙은행은 기존 증서를 자국 화폐로 교환하면서 명목화폐 체제를 정착시켰고, 그 구매력은 여전히 과거 실물화폐의 가치에 근거하고 있다.
화폐의 가치는 정부가 아닌 시장의 역사에서 나온다. 결국 화폐는 정부의 선언이나 사회적 합의로 가치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 기원은 교환 가능한 상품으로서의 역사적 가치에 있으며, 오늘날의 종이화폐도 과거 실물화폐와의 연결 고리를 통해 가치를 이어받고 있다. 화폐는 명령으로 만들어질 수 없으며, 시장에서 점진적으로 형성된 신뢰와 구매력이 그 본질이다.
*본 내용은 아래 기사 및 칼럼 내용을 요약 번역한 내용임*
Frank Shostak
How Does Money Acquire its Value?
4 Aug, 2025
번역: 김시진
출처: https://mises.org/mises-wire/how-does-money-acquire-its-va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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