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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카드 대란 속에서 시장경제 작동원리를 보다.

김충현 / 2025-05-20 / 조회: 22

작년, 대학 동생이 PC를 맞추고 싶다며 조언을 구해왔다. 그런데 그래픽카드 가격을 듣자마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형, 왜 그래픽카드가 본체 반값이야?” 그 질문은 꽤 오래도록 내 머릿속에 남았다. 그리고 나는 이 단순한 의문 속에서 시장경제의 핵심 원리를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그래픽카드는 단순한 컴퓨터 부품이 아니다. 게이머에게는 고해상도 게임을 위한 핵심 장비고, 디자이너에겐 툴을 돌리는 엔진이며,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연산과 암호화폐 채굴에 이르기까지 ‘미래산업의 연료’로 여겨진다. 이렇게나 다양한 수요층을 보유하고 있는 부품이기에, 그 가격은 언제나 시장 수요와 공급의 영향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해왔다.


실제 코로나 팬데믹 직후, 전 세계는 ‘그래픽카드 대란’을 겪었다. 반도체 공급망은 흔들렸고, 재택근무 및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수요 급증은 GPU 수요를 자극했다. 여기에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하며 채굴 수요까지 더해졌다. 공급은 일정한데 수요는 폭발하니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했다. 이 현상은 수요공급 곡선 그 자체였다.


하지만 단순히 가격만 오른 것이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가격이 오른 후에도 제품은 계속 팔렸다는 사실이다. 즉, 소비자들의 ‘수요 탄력성’이 낮았던 것이다. 이는 그래픽카드가 일종의 필수재 혹은 희소재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나 역시 "지금 사지 않으면 더 오를 수 있다"는 생각에 필요 이상의 금액을 지불한 적이 있다. 이처럼 인간의 심리 또한 시장에서 가격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후 GPU 제조사들은 생산 확대를 통해 시장에 대응했다. 특히 NVIDIA는 신제품을 조기 출시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리스크를 감수하며 신공정을 도입했다. 그 결과, 어느 순간부터 그래픽카드 가격은 서서히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자유시장 원리에 따라 리스크를 떠안고, 동시에 기회를 잡았다. 정부의 보조금이나 가격 규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수요가 강했기에 기업은 공급을 확대했고, 그 경쟁 속에서 가격은 다시 내려온 것이다. 이 역시 시장의 자정작용이자 가격 메커니즘의 힘이었다.


그러나 이 경험은 단지 ‘그래픽카드 가격이 왜 비싼가’에 대한 해답이 아니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시장이 얼마나 정교하게 작동하고, 동시에 얼마나 비이성적인 인간의 행동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지를 목격했다. 나아가 ‘시장의 실패’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채굴업자들이 구매력을 독점하며 일반 소비자의 구매 기회를 침해했고, 이에 따른 불공정성에 대한 목소리도 커졌다. 이는 분명한 시장실패의 사례였고, 이후 NVIDIA가 채굴 전용 GPU를 따로 출시한 것도 그에 대한 일종의 조치였다.


나는 이 이야기를 통해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시장은 강력하고 자정 능력이 있지만, 때때로 그 안에 개입이 필요한 순간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동시에, 수요와 공급이라는 단순한 이론이 현실에선 얼마나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와 맞물리는지를 몸소 체험했다.


그리고 다시, 동생에게 조언한다. “그래픽카드는 비싸다. 하지만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어. 그게 바로 시장경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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