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는 데 왜 전기차도 없는 내가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까?" 지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한 주민이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 아파트는 최근 전기차 소유 주민들의 요청으로 지하주차장에 충전소 설치를 두고 몇 달간 첨예한 갈등을 겪었다. 전기차 소유 주민들은 환경보호와 미래 가치 상승을 이유로 들었지만, 다수의 주민들은 전체 관리비 인상을 우려했다. 결국 입주자대표회의는 전기차 소유 세대에게 설치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시키는 조건으로 승인했다.
이 사례는 20년 넘게 아파트에 살면서 끊임없이 마주치는 '공유자원 관리' 문제의 한 단면이다. 헬스장, 독서실, 놀이터 같은 공용시설 설치와 운영비용, 엘리베이터 교체, 외벽 도색, 지하주차장 관리까지. 모든 세대가 혜택을 누리지만 비용 부담의 방식을 두고는 항상 갈등이 생긴다. 이런 문제들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흥미로운 원리들이 보인다.
경제학에는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개념이 있다.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자원은 개인이 그것을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훼손해도 그 비용이 전체에 분산되기 때문에 남용되기 쉽다는 이론이다. 우리 아파트의 경우, 엘리베이터를 한 층 이동할 때도 무심코 누르고, 내 집 앞 복도에 짐을 쌓아두고, 방문객을 위한 주차공간을 상시적으로 점유하는 행동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기억나는 사례는 우리 동 엘리베이터 교체 논쟁이다. 10년이 넘은 엘리베이터의 잦은 고장으로 교체가 필요했지만, 저층 주민들은 "우리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데 왜 똑같이 부담해야 하나"라고 반발했다. 고층 주민들은 "엘리베이터는 모두의 재산 가치를 높이는 공용시설"이라 맞섰다. 공유자원에 대한 비용과 혜택이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갈등이었다.
또 다른 문제는 '무임승차'다. 일부 주민들은 관리비를 체납하거나, 특별부과금 납부를 거부하면서도 아파트 시설은 정상적으로 이용한다. 또 다른 형태로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결정에 불만만 표출하는 경우도 있다. 비용은 지불하지 않고 혜택만 누리려는 행동이다.
우리 아파트 옥상 텃밭 사례가 대표적이다. 옥상 텃밭은 신청자에 한해 소정의 이용료를 내고 사용하기로 했는데, 일부 주민들은 이용료 없이 무단으로 텃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결국 관리사무소는 출입 시스템을 설치하고 이용권을 엄격히 관리하게 되었다. 무임승차는 결국 더 많은 관리 비용을 발생시키고, 이는 다시 모든 주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런 공유자원 관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장경제 원리가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첫째는 '사용자 부담 원칙'이다. 우리 아파트는 최근 주차장을 2대 이상 사용하는 세대에 추가 주차비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차량 보유가 줄고 주차 공간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었다.
둘째는 '인센티브 설계'다. 우리 아파트는 분리수거 우수 동에 관리비 할인을 제공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의 분리수거 참여율이 높아졌고, 폐기물 처리 비용이 줄어들었다. 셋째는 '재산권 명확화'다. 베란다 확장, 발코니 사용 등에 대한 명확한 규칙을 정립하고 위반 시 제재를 가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시장 메커니즘 도입'이다. 커뮤니티 센터 대관료를 주말과 평일에 따라 차등 부과하자 이용이 분산되었고, 주민 간 주차공간 거래를 허용하자 주차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이처럼 시장경제 원리를 적용하면 강제나 규제 없이도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다.
20년간 아파트 생활을 통해 깨달은 점은 자유시장의 원리가 작은 공동체 내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하면서도 그 선택에 따른 비용과 책임을 명확히 할 때, 공동체는 더 효율적으로 운영된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우리 아파트 곳곳에서도 작동하고 있었다.
우리 아파트가 공유자원 관리 문제를 해결한 방식은 더 큰 사회 문제에도 적용될 수 있다. 환경 오염, 교통 혼잡, 공공재 관리 등 많은 사회 문제들이 결국 공유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정부나 규제에 맡기기보다, 시장경제의 원리를 활용해 개인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끌어내는 접근이 필요하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작은 행동에서부터 대규모 사회 문제에 이르기까지, 시장경제의 원리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지혜를 제공한다. 공유자원 관리의 경제학은 결국 자유와 책임, 그리고 효율이라는 시장경제의 핵심 가치로 귀결된다.
NO. | 수상 | 제 목 | ![]() |
글쓴이 | 등록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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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 대상 | ![]() 최승호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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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상 | ![]() 박용환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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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 대상 | ![]() 김하진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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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 대상 | ![]() 임형섭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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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 대상 | ![]() 김형빈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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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 대상 | ![]() 최순유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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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 최우수상 | ![]() 하헌석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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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 최우수상 | ![]() 정시현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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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 최우수상 | ![]() 김충현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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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 최우수상 | ![]() 송경진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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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 최우수상 | ![]() 김진수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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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 최우수상 | ![]() 김나영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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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 최우수상 | ![]() 김영민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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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 최우수상 | ![]() 최수민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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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 최우수상 | ![]() 조연주 / 2025-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