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무더위가 다가오면 어김없이 ‘전기요금 논쟁’이 뜨거워진다. 폭염 속에서 에어컨과 선풍기는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 되었고,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든 시민들은 치솟는 비용에 불만을 터뜨린다. 정치권은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부담을 느끼며 요금 동결이나 누진제 완화를 논의하지만, 뾰족한 해법 없이 갈팡질팡한다. 많은 사람은 ‘전기는 공공재이므로 저렴해야 한다’는 인식에 익숙해져 있지만,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이 바람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전기는 엄연한 ‘시장재’다. 생산에는 원자력, 석탄, LNG 같은 자원과 막대한 비용이 들고, 저장이 어려워 수요와 공급의 균형은 실시간으로 맞춰져야 한다. 따라서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희소성’과 ‘가치’를 반영하는 신호다. 그런데 한국의 전기요금은 오랫동안 ‘정치적 논리’에 따라 인위적으로 통제돼 왔다. 당장은 국민 부담이 줄어드는 듯 보이지만, 그 비용은 결국 전력회사 적자, 정부 재정 투입, 환경 비용 증가 등으로 다시 국민에게 돌아온다.
실제로 한국전력은 2022년 약 32조 원의 적자를 냈다. 이는 단순한 경영 실패가 아니라, 구조적인 ‘요금 왜곡’에서 비롯된 결과다. 시장원리대로 가격이 형성되었다면 공급 부담에 따른 가격 조정이 가능했겠지만, 정치적 이유로 요금 인상을 억제한 탓에 전력회사는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설에 빠졌다. 대표적으로 대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정용보다 저렴한 기형적 구조도 이 왜곡의 일면이다.
시장경제의 핵심은 ‘가격을 통한 조절 기능’이다. 여름철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 가격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소비가 조절되고, 공급자도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가격이 고정되면 무분별한 소비로 인해 전력 대란이나 정전의 위험이 커진다.
또한 전기요금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으면 에너지 절약이나 신기술 개발의 동기도 약화된다. 스마트에너지 시스템, 고효율 가전, 태양광 패널 등은 전기 요금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경제성을 갖는다. 그러나 전기가 ‘싸고 풍부한 자원’으로 여겨지는 한, 누구도 진지하게 에너지 절약이나 전환을 고민하지 않는다. 이는 기후 변화 대응에도 심각한 역행이다.
일부 선진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대별 전기요금제(Time-of-Use Rate)’를 도입해 수요 조절과 효율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수요가 적은 새벽에는 요금을 낮추고, 피크타임에는 인상해 소비자가 스스로 사용 패턴을 조절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시장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조화시키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물론 가격 현실화가 곧바로 서민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선별적 지원’은 필요하다. 에너지 취약계층에는 에너지 바우처, 요금 할인 같은 직접적 보조가 타당하다. 반면,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요금을 낮추는 방식은 오히려 형평성과 재정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경제는 모든 이에게 동일한 가격 신호를 전달하되, 필요한 곳에만 정밀히 개입함으로써 효율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우리는 종종 ‘따뜻한 정책’이 곧 ‘좋은 정책’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전기요금은 감정이나 정치적 필요가 아니라 ‘경제 원리’에 따라 설정되어야 한다. ‘공짜 전기’라는 환상은 언뜻 모두에게 이로워 보이지만, 결국 그 대가는 국가 재정이나 에너지 시스템의 불안정성이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따라서 이제는 ‘공짜’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고, 가격의 언어로 움직이는 시장의 질서를 회복할 때다. 여름날, 시원하게 돌아가는 선풍기를 보며 다시 묻는다. ‘이 바람은 정말 공짜인가?’ 그 답은 시장경제 안에 있다.
NO. | 수상 | 제 목 | ![]() |
글쓴이 | 등록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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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 대상 | ![]() 최승호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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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 대상 | ![]() 박용환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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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 대상 | ![]() 김하진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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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 대상 | ![]() 임형섭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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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 대상 | ![]() 김형빈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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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 대상 | ![]() 최순유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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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 최우수상 | ![]() 하헌석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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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 최우수상 | ![]() 정시현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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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 최우수상 | ![]() 김충현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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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 최우수상 | ![]() 송경진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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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 최우수상 | ![]() 김진수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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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수상 | ![]() 김나영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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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 최우수상 | ![]() 김영민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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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 최우수상 | ![]() 최수민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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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 최우수상 | ![]() 조연주 / 2025-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