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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공급 시대,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조연주 / 2025-05-20 / 조회: 15

우리는 매일 같이 배달앱을 켠다. ‘오늘 뭐 먹지?’라는 생각으로 들어간 앱 속에는 수십 개의 브랜드가 경쟁하듯 줄을 서 있다. 같은 메뉴에서도 프랜차이즈, 개인식당, 퓨전요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비슷비슷한 메뉴, 비슷한 가격, 거기에 하나씩 걸려있는 쿠폰들, 결국 나는 다시 고민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뭐 먹지?’ 선택지가 너무 많아 아무것도 고르지 못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과잉공급’ 시대를 사는 우리의 일상이다.


과잉공급이란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상태를 말한다. 예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이제는 너무 흔해져 가격 형성대는 낮아지고, 오히려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의 피로를 느끼게 된다. 특히 배달 시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코로나19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배달 산업은 자영업자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경쟁이 과열되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민할 가게가 더 추가된 것 뿐이다.


이러한 과잉공급의 문제는 단지 소비자의 선택 어려움에 그치지 않는다. 수많은 업체가 비슷한 메뉴로 경쟁하다 보니 가격은 낮아지고, 광고비는 치솟는다. 결국 살아남는 곳은 일부에 불과하고, 많은 가게는 적자를 감수하며 서비스를 유지하다 폐업에 이른다. 시장의 왜곡이 발생하는 셈이다.


그러나 시장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조정하는 것’이다. 시장경제의 본질은 바로 ‘보이지 않는 손’, 즉 수요와 공급에 따라 균형을 찾아가는 자율조정 기능에 있다. 소비자들은 가격, 리뷰, 배달 시간, 서비스 품질 등을 비교하며 자연스럽게 우수한 가게를 선택하고, 그 결과 잘 팔리지 않는 메뉴나 브랜드는 점차 도태된다. 과잉공급이 시장에 혼란을 주긴 하지만, 그 안에서도 시장은 질서를 만들어간다.


이런 변화에 현명하게 대응한 기업 사례들도 있다. 일본의 무인양품(MUJI)은 브랜드, 광고,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고 ‘기본에 충실한 제품’을 내세워 복잡한 소비환경 속에서 차별화에 성공했다. 소비자에게 선택의 단순함을 제공한 이 전략은 과잉공급 시대의 해법 중 하나였다.


또 하나는 넷플릭스(Netflix)다. 넷플릭스와 비슷한 플랫폼은 여러개이나, 수천 개의 콘텐츠가 있는 곳에서 사용자가 선택의 피로를 느끼지 않도록 AI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해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자동으로 제안한다. 단순히 많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맞춤형 공급’을 통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찾아간 셈이다.


배민도 마찬가지다. 최근 배민은 ‘맞춤형 추천 음식점’을 띄우고, 카테고리 분류를 더 세분화하며 사용자가 빠르게 메뉴를 결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이 주문된 메뉴’, ‘당일 할인 메뉴’, ‘혼밥 추천’ 등의 기능은 공급은 많지만 수요는 한정적인 구조에서 소비자 경험을 개선하려는 시장친화적 조정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과잉공급은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다양한 상품을 고를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게 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시장이 겪는 일시적 혼란과 소모는 자원의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공급 이전에 ‘정확한 수요 예측’과 ‘고객 맞춤 전략’을 세워야 하고, 소비자는 비판적 소비 태도를 가져야 한다.


결국 시장은 선택받은 것들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이 과정은 시간이 걸리지만, 시장은 스스로를 조정하며 최적의 균형을 찾아간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배달앱 속의 수많은 메뉴도, 그 이면에는 공급과 수요의 복잡한 조율이 숨어 있다. 선택의 어려움 속에서도 시장은 끊임없이 질문한다. ‘지금 필요한 것이 진짜 무엇인가?’ 그리고 그 질문에 응답하는 상품과 서비스만이 이 시대의 생존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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