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안의 질서? 질서안의 자유?

모은우 / 2020-12-04 / 조회: 3,028

자유와 질서는 공존할 수 있는가? 많은 이들이 이 둘은 서로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 세상에는 무조건적인 자유도, 무조건적인 질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한 경향은 자유와 질서가 어떤 형태로든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그러한 상태는 두 가지의 양상을 보이는데 하나는 '자유안의 질서’이며 다른 하나는 '질서안의 자유’이다.


둘 중 정답은 없지만 최소한 한쪽의 흐름이 더 우세하게 흘러가는 유행 정도는 존재한다. 이전의 패러다임은 질서를 세우고 그 안에 일정한 지유를 허가하는 방식을 더 선호하였었으나 현재는 자유를 주고 그 안에서 효율적인 질서가 수렴되도록 내버려두는 경향이 강해졌다.


위와 같은 경향을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플리마켓(flea market)’ 즉 벼룩시장이다. 플리마켓은 프랑스의 노천시장을 의미하는 용어였지만 현재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노천시장을 의미하는 공용어가 되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에서 통용되는 플리마켓은 헨드메이드 공예품등의 상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먹거리는 다과나 빵 등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종류가 주가 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들이 직접 손으로 만든 예쁜 핸드메이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플리마켓들은 일견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플리마켓은 경제적인 안목으로 보았을 때 경제성이 극히 떨어지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이 있듯 플리마켓에서 파는 상품들은 분명 독창적인 가치는 있으나 그 질에 있어 공산품보다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지 않는다. 그리고 플리마켓은 기존상권과 영향력이 겹치지 않으면서도 다수의 부스를 세울 수 있는 넓은 자리를 요하기 때문에 보통은 도심지와 상당히 떨어져 있는 곳에 자리를 잡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플리마켓은 손님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기존의 상권들을 뛰어넘는 독자적인 매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살아남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플리마켓들은 스스로 자생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플리마켓은 대규모 공사와 같은 큰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도 특색 있는 핫플레이스를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지자체에서는 많은 플리마켓들을 지원한다. 자리확보, 텐트 및 매대 지원, 홍보대행, 전기 등의 필요자원 지원등 셀러들은 마켓을 시작하기 위해 많은 지원들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어떠한 경우에는 판매금과는 별도로 참여일당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플리마켓계에서는 암암리에 떠도는 말이 있다. '플리마켓은 지원한 만큼 망한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 그것은 국내 최대 규모의 플리마켓인 '문호리 리버마켓’의 예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문호리 마켓은 한 번 개최될 때마다 200여개의 부스가 참여하는 거대 플리마켓으로 이 마켓은 그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셀러들은 자신이 사용할 텐트와 매대등을 스스로 구입해서 사용하여야 하며 기획자는 셀러들에게 그 어떤 제약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자유 안에 질서가 존재하는 것처럼 무규칙으로 보이는 문호리 마켓에도 질서가 존재한다. 필자가 문호리 마켓에서 놀랐던 점은 코로나 방역 혹은 차량통제 위해 어떤 아르바이트생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역과 차량통제를 도맡아 하는 것은 셀러들이며 로테이션을 짜 자신들의 판매시간을 조금씩 조절하여 요원으로 나선다. 그리고 필자는 문호리 마켓이 청소요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깨끗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심지어 주변에는 공용 쓰레기통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어떻게 문호리 마켓은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문호리 마켓의 셀러는 모든 마켓이 쓰레기통을 준비해와 자신의 가게 앞에 내놓는 방식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A부스에서 먹은 음식물 봉지를 B부스에서 버려도 그 누구도 제지하지 않는다. 그러니 바닥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을 수밖에 없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시스템을 지정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모든 일은 셀러들이 스스로 의논해서 결정하고 기획자를 그것을 바라만볼 뿐이다. 문호리 마켓의 부스들의 인테리어는 대단한 세련됨을 가지고 있다. 셀러들이 서로가 서로의 장점들을 흡수하고 자신의 마켓에 반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셀러들은 일류호텔 직원 버금가는 친절도를 자랑한다. 일례로 보통의 플리마켓 셀러들은 자리에 앉아 있다가 손님이 왔을 때에만 잠시 일어서지만 문호리 마켓의 셀러들은 앉아있는 이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롭고 친근한 모습을 유지하며 자신의 일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어째서 그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장경제원리가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원을 받는 셀러는 자기 발전의 욕심이 덜하다. 자신이 투자하는 것이 거의 없기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둔감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문호리 마켓의 셀러는 다르다. 그들은 마켓을 열 때 이미 어느 정도의 자원을 투자하였으며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익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대단히 능동적이다. 문호리의 200여개의 판매부스에서는 자유시장경제의 건강한 경쟁이 수시로 이루어지며 아이러니 하게도 그러한 경쟁에서 이득을 보기 위해 서로 효율적으로 협조한다.


문호리 마켓은 자유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질서가 형성되는 자유시장경제 모형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지원받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플리마켓업계에서 지원을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 문호리 리버 마켓이 최대의 마켓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발전을 낳는 건전한 경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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