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過猶不及)

장태기 / 2020-12-04 / 조회: 2,469

Be the Reds! 2002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붉은 악마 티셔츠. 이때의 감동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옷장 깊숙한 어느 곳에 잠들어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 옷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부했었다. 개발도상국을 비롯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기증한 것이 뿌듯했었다.


필요 없는 물건을 나누며 그것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시스템은 어떻게 보면 일석이조(一石二鳥)처럼 보일 수 있다. 그래서 한 때 기업들에서는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이 유행했었다. 사회문제 이슈를 다루면서 기업의 매출과 윤리의식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특정 상품의 수익금 일부를 국가나 마을에 기부를 하기도 하고, 1+1 방식으로 한 켤레의 신발을 구입하면, 하나의 신발은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방식으로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장경제 시스템에 들어오는 듯 했다. 상품에 이야기를 더하며 많은 기업에서도 코즈마케팅을 도입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러한 열풍은 금세 잠잠해졌다. 왜 그런 것일까? 도움을 준 것이 오히려 또 다른 폐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국가나 사회 조직은 그 나름의 경제시스템을 갖고 살아간다. 누구는 농산물을 통해, 무역 등을 통해 정해진 법 테두리 안에서 자율적으로 순환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외부에서는 도움을 가장한 수많은 자본이 사람들에게 무료로 또는 현지 시장가보다 저렴한 방식으로 유입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해당 지역 사회에서 순환하던 경제 시스템은 망가지게 된다. 구성원들이 필요에 의한 소비로 작동하던 사회에서는 소비가 필요 없는 무료로 받은 자본이나 현지가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좋은 물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로 지역사회가 무너지는 폐해가 발생한다.


선의에 기반한 자본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유지해온 산업이 무너져 생계의 어려움과 직면하는 등 '절망’과 직면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역설이다. 마치 한 명의 아이만을 돕기 위한 선의로 그 아이는 희망을 되찾고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게 됐지만, 그로 인해 주변 아이들, 더 나아가 한 마을은 자생력이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다.


ODA를 비롯해 수많은 원조기금이 투입되었음에도, 빈곤의 종말은커녕 국제연합(UN)에서는 2015년까지 빈곤을 반으로 감소시키자는 목표로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호기롭게 내세웠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기에 2016년부터 2030년까지는 지속가능 개발목표(SDGs)로 17가지 주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를 해결하자고 선언을 했지만, 이 목표를 향해 투입된 자본과 개입이 과연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필자는 회의적이다.


UN에서 내세우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며 문제가 문제를 낳는 상황인 마치, 언 발에 오줌 누기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지난 역사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흙으로 가득찬 물을 깨끗하게 만들겠다면 더러워진 여러 명의 손으로 해저을수록 물은 더욱 더러워지는 현상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것도 안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물은 스스로 깨끗해지는 자정작용이 있다. 처음에는 무척 더러워보이는 흙탕물도 조금씩 기다리면 밀도차와 자정작용으로 인해 이전보다는 깨끗함과 더러운 부분이 명확히 구분이 된다. 그러면 어떤 부분 위주로 세척을 하면 물이 더욱 깨끗해질 수 있을지 파악하기가 이전보다 쉽다. 문제의 핵심 원인을 찾아내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면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우리의 시장경제도 더러워진 물과 같은 문제일 지도 모른다. 오늘날 자칭 전문가라 칭하며 감놔라 배놔라하며 시장에 개입하면 개입할수록 시장은 더욱 더 혼돈의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대한민국 자유 경제 시스템에는 '법률’이라는 탄탄한 필터가 있다. 이 필터가 통제가능한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상황은 충분히 자정이 가능하다. 결국, 시장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혼란과 통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관망하는, 기다림이 필요할 것이다.


특정 집단의 목소리가 크다 해서 국가기관을 비롯한 외부 세력이 개입하며 미봉책이 난무하게 되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해 원상복구를 하기 위한 노력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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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로 한때 세계 경제 지표는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누군가는 새로운 위기론을 내세우기도 했고, 기회를 조장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시끌시끌했다. 하지만 이러한 목소리 뒤에서는 각 기업에서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슬기롭게 이겨내며 경제지표를 회복하고, 이전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을 벌기도 했다.


경제시스템 안에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슬기롭게 회복을 해온 것이다. 섣부른 개입을 통한 조치만이 정답이 아님을 시사해주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끝난 뒤, 우리의 삶에서 많은 부분은 바뀔 것이다. 특정 세력이 개입해 표준을 바꾸는 것이 아닌 시장 경제 시스템 속에서 자신들만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방식으로 새로운 산업을 만들며 뉴노멀을 제시하는 것일 것이다.


과유불급이란 넘침은 부족함보다 못하다는 뜻이다. 시장경제 시스템에 넘치는 개입은 오히려 아무런 개입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을, ODA와 코로나 사태를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는 가르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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