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 사를 구분합시다

표윤선 / 2020-06-11 / 조회: 12,211

공과 사를 구분하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공적인 장소, 상황과 같은 공적인 것들과 사적인 장소, 상황과 같은 사적인 것들을 구분해야 한다는 말로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은 서로 그 성질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따로 구분하여 각각의 성질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기에 나온 말이다. 그리고 사적인 성격을 가진 기업을 자꾸 공적인 것으로 해석하고 공적인 것의 성질을 부여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기도 하다.


얼마 전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관련 내용이 실린 기사에 여러 의견들이 달렸다. 우려의 댓글들도 있고 환영하는 댓글들도 있었는데 우려를 표하는 댓글들에는 답글로 달린 특정한 형태의 댓글 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북한 김 씨 정권의 세습도 찬성하느냐” “민주주의 국가에서 경영권 세습이 말이 되느냐” 하는 형태로 기업의 경영권을 국가의 정치권력에 빗댄 댓글들이었다. 우리는 저런 형태에 댓글들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기업은 국가와 같은 공적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정치체제인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며 경영권 세습이 부당하다 이야기하고 국가권력을 부당하게 세습하는 행위와 기업의 경영권 승계를 동일시하는 사람들에 모습 속에서 우리는 “기업을 공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위험한 생각”을 볼 수 있다.


기업을 공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위험한” 생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생각은 굉장히 위험한 논리를 가지고 국가권력의 시장 통제를 정당화시키기 때문이다. 


특정 기업이 올린 이익을 국가가 환수해 손해를 본 다른 기업이나 분야에 배분하는 이익공유제를 예로 들어보겠다. 기업은 사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기업의 존재 이유와 생산 동력이 사익추구라는 기업의 사적인 성질과 생리를 이해한다면 이익공유제는 기업과 시장의 원리를 부정하고 기업의 생산 동력을 상실시키는 시행되어서는 안 되는 제도이다. 


하지만 기업을 공적인 것으로 해석하고 기업에게 공적인 성격을 부여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공적인 성격을 부여받는 순간 기업이 공익에 기여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받게 된다. 그것은 곧 공익 추구를 위한다는 논리 아래 기업에 대한 국가통제를 정당화시키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이익공유제와 같은 제도의 시행을 불러올 것이다. 


이익공유제 찬성론자들은 이익공유제가 시행되면 동반성장을 이루고 공익이 증진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익공유제로 인해 이익을 본 기업이 손해를 본 기업이나 분야에 자신들의 이익을 나누어야 한다면 당연히 기업들의 성장 동력은 상실되고 생산력은 저하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경제에 큰 타격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것은 공산주의가 왜 생산성 저하를 극복하지 못하고 망했는지를 생각해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저런 댓글을 단 누군가는 단순히 인터넷 댓글 단거 가지고 왜 이리 호들갑이냐 생각할 수도 있겠다. 답을 하자면 저런 댓글들이 가지고 있는 “기업을 공적인 것으로 보는 생각”이야말로 위에서 예시로 든 이익공유제와 같은 위험한 정책들의 추진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세습을 지지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너일가의 경영권 세습에 당신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그 생각에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사적인 성격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된다. 기업을 공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위험한 생각은 이익 공유제 정도를 정당화하는 대서 끝나지 않고 더 위험한 괴물들을 만들어내고 그것들을 정당화시킬 것이다. 우리는 기업에 사적인 성격에 대해서 이해하고 국가와 같은 공적인 것과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들의 경제활동을 통해 우리가 알게 모르게 누리고 있는 시장경제의 많은 혜택들을 잃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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