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비()시장경제와 극일(克日)

최지웅 / 2019-12-24 / 조회: 1,005

필자는 일본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올해 8월 말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사건과 더불어 과거사 문제로 인한 한-일관계의 악화를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되면서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혼자 일본에 관련된 역사책을 찾아보며 에도 막부의 성장과 발전에 관심을 두면서 뒤이어 에도 막부가 상당한 수준의 경제를 이루게 된 계기가 뭘까?라는 의문을 갖게되었고 조선과 에도막부의 차이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조선과 에도 막부를 세 가지의 측면에서 비교할 것이다. 다음에 전개될 내용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임을 미리 밝힌다.


첫번째로 생각해볼 점은 인구이동과 도로망 형성이다. 먼저 에도 막부의 경우에는 산킨코타이(참근교대)로 인해 지방 번의 다이묘는 1년을 주기로 수도인 에도와 자신의 번에 번갈아 가면서 머물러야 했다. 이로 인해 에도로 상경하려는 지방 다이묘의 행렬로 인해 도로망이 형성되고 숙박업과 요식업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추가로 에도를 중심으로 뻗어나간 도로는 각 지역의 도시를 연결하여 인적-물적 교류의 폭발적인 증가를 가져왔다.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시장이 생겨나고 뒤이어 대규모 상설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물론 조선의 경우에도 3일장,5일장 그리고 10일장 같은 시장이 형성되어있었지만 도로망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거대한 유통망이 형성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대규모 상설시장으로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두번째는 바로 상업과 사익추구에 대한 인식이다. 조선의 경우에는 성리학을 국가 통치원리로 받아들였다. 성리학의 도입과 관료선발제도인 과거제가 결합하여 성리학적 지식을 갖춘 양반들이 조선을 지배했다. 이런 양반들은 상업을 사사로운 이익이 추구하는 더러운 행위로 생각했고 본업인 농업을 등한시하게 되는 이유라고 여겨 시장을 폐쇄하는 강력한 조치를 왕에게 상소하기도 했다. 물론 모든 양반이 상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본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중상학파의 박제가의 경우 <북학의>를 저술하여 수레,선박을 활용한 적극적인 상거래와 상업진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는 소수에 불과했고 다양한 상업활동을 금지하지 말고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은 조선의 경제 정책에 거의 반영되지 못했고 조선에서는 자유로운 상거래를 엄격하게 금지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자유로운 상거래는 서로 필요한 것을 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이자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자발적으로 이뤄진 행위이다. 이런 자유시장경제야 말로 국가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양반들은 시장경제에 대해 무지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상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했던 조선과는 반대로 에도 막부의 경우 성리학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성리학적 지식을 시험해 관료를 선발하는 과거제가 조선만큼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리학의 영향력이 조선처럼 절대적이지는 않았다. 성리학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 조선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상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별로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에도막부의 상인은 조선 상인과 달리 억눌려 있을 필요가 없었다. 이를 바탕으로 상인계층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상인계층의 성장은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과 유통을 의미했고 앞서 나온 산킨고타이(참근교대)로 인해 정비된 도로망과 결합하여 오사카와 같은 대규모 상업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 전국의 물자가 모두 모여 활발한 상업행위가 벌어진 오사카의 모습은 신유한의 <해유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쇄술의 확산이다. 조선의 경우에는 세계사에서 손꼽힐 만한 상당한 수준의 활판인쇄술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종교개혁과 지식혁명을 일으킨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에 비해 조선의 인쇄술은 세계사적인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이런 의문의 답은 바로 중앙정부의 강력한 통제이다. 당시 조선은 중앙정부에서 인쇄술과 관련된 모든 것을 독점하고 통제했다. 이로 인해 민간 출판업자가 성장하기 힘들었고 이것은 지식의 확산을 느리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조선은 양반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지식인 계층이 성장하기 어려웠고 지식의 확산을 통한 혁신 또한 나타나기 어려웠다.인쇄술을 중앙정부에서 강력하게 통제한 조선과는 다르게 에도막부의 경우에는 중앙정부에서 인쇄술을 강력히 통제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도시를 중심으로한 민간 출판업자들이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상당한 규모의 도서가 출판되기 시작했고 이와 더불어 서점,도서대여점 그리고 서당과 같은 사설교육기관 또한 폭발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출판시장의 확대는 지식의 확산과 축적을 유발하여 많은 분야의 혁신을 일으켰고 이것이 에도 막부의 경제에 상당한 활력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조선과 에도 막부의 비교를 통해 알아야 될 것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국가는 부유해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국가는 가난해진다는 것이다. 일본과 관련해서 극일(克日)이라는 단어가 언론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다.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는 "비()시장경제"를 지향했던 폐쇄적인 조선이 했던 잘못을 다시 범하지 말고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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