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문은 열어주되, 뒷문은 닫아라?

노경호 / 2019-12-24 / 조회: 2,484

경제학에서는 ‘소비와 생산이 일치하는 점에서 균형이 달성되고, 그 점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효용이 극대화되면서 사회의 후생은 극대화된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만약 시장에서 소비만 존재하고 공급이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시장에서는 균형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효용 또한 없을 것이다. 이때, 새로운 공급자가 나타나 공급 역할을 한다면, 새로운 균형과 효용이 만들어지면서 사회 전체의 후생은 증가할 것이다.


‘타다’는 이러한 경제학 원리를 현실에서 잘 보여준다. 기존의 택시산업에서는 승차거부, 과속운행, 불쾌한 언행 등으로 인해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이 낮았다. 그로 인해 소비자들은 새로운 상품의 공급을 원하게 되었고, 새로운 시장을 보았던 ‘타다’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택시의 불편함(승차거부, 과속운행, 불쾌한 언행 등)을 제거한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며 그 시장에서의 공급자가 되었다. 결국, 공급의 탄생이 수요와 일치되면서 시장의 균형이 달성되었고, 생산자·소비자 모두 효용이 증가하고 사회의 후생은 극대화되었다.


하지만,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한 ‘타다’는 법률의 예외조항을 기준으로 사업을 하고 있었고, 이는 기존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이 일으켰다. 곧이어 정부의 법률개정이 이루어지면서, 현행 ‘타다’의 사업은 불법이 되었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공급자 역할을 하며 사회의 후생을 높여주었던 ‘타다’는 이제 더는 공급자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택시업계의 폐쇄성과 정부의 사업규제가 신시장을 개척한 기업을 시장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사람들은 택시업계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행동하여, 시장 전체에서 효용이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물론 택시업계가 폐쇄적이고 ‘타다’의 규제과정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말 택시업체들이 자신들의 수익만을 위하고 기사들은 자신들의 일자리만을 생각해서 ‘타다’를 반대한 것일까? 이를 생각해보기 위해선, 기존 택시업계의 수익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존의 택시산업에서 회사는 사납금을 통해, 개인은 운행으로 받는 택시요금을 통해 수익을 올렸다. 문제는 수익구조가 경직되어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사납금 이외에 기사 개인의 노동을 통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또한, 기사는 택시요금이 법으로 고정되어있고, 물가에 비해 낮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수익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타다’의 등장은 기존 택시산업 종사자들에게는 큰 위협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으며, 이들의 반발은 당연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어느 경제주체가 마찰을 조율하고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가? 해답은 바로 정부에 있다. 정부는 법과 제도, 행정규제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마찰을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택시업계의 근본적 문제인 사납금 제도와 택시요금의 고정 등의 제도와 규제를 혁신함으로써 기존 산업에서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새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강력한 권한을 가진 정부의 경제주체로서의 의무는 바로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그것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 정부의 행동은 어떠한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국민의 효용을 높여주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낸 ‘타다’의 공훈은 온데간데없고, 기존 서비스만을 고집하고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는 기존 산업의 수익만 보전해주기 급급하다. 또한, 이후 이어지는 플랫폼 택시산업의 신규투자를 경색시키고, 기존 기득권의 입지만을 굳혀주면서, 앞으로 더욱 커질 수 있던 효용의 폭은 축소되고, 신성장산업에 투자하려는 기업들의 유인을 줄여버렸다. 시장을 조정하는 강력한 권한이 엉뚱한 방향으로 적용되어 시장 경제원리를 교란해 버린 것이다.


정부는 시장을 마음대로 조정하는 절대자가 아닌, 시장 안에서 다른 경제주체와 협력하는 하나의 경제주체일 뿐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권한은 특정 집단의 이익을 보호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경제원리를 수호하고 다른 경제주체들이 시장 안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시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정부가 시장 안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알고, 시장의 경제원리를 수호하려고 노력할 때, 경제는 건강해지고 성장할 수 있다. 


10월 24일, 여객운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박 의원은 “택시산업의 혁신과 상생을 위해 플랫폼사업을 위한 앞문은 열어주면서도 논란과 갈등이 야기된 뒷문은 동시에 닫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정부는 과연 ‘앞문’을 열어주고 ‘뒷문’은 닫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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