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인 수치로 포장돼 있지만, 어떤 이념이나 주장을 밑바탕에 짙게 깔고 있는 지표들이 있다. ‘경제자유도’는 국가의 간섭 없는 경제 제도가 최선이라는 이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국가경쟁력’ 지표는 노동자나 환경 보호를 위한 것이라도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와 제약에 대해 점수를 깎는다. ‘세금 해방일’도 그런 예다. 세금은 적을수록 좋다는 주장이 이미 스며 있다.
세금 해방일은 한 나라 국민이 연초부터 모든 소득을 먼저 세금으로 낸다고 가정할 때, 그해 세금이 다 걷히는 날을 뜻한다. 미국의 세금재단은 지난 13일이 올해 미국의 세금 해방일이라고 밝혔다. 1967년 이후 가장 이르고, 지난해보다 8일 앞당겨진 것이다. 경기 침체로 세금이 줄어서다. 자유기업원이 집계한 우리나라의 세금 해방일은 2005년에는 3월21일, 2006년 3월14일, 2007년 3월21일, 지난해 3월27일이었다. 올해는 4월1일로 좀더 늦춰졌다.
가계의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에서 세금 해방일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더 큰 것은 흥미롭다. 덴마크에서는 가계 가처분소득의 52.5%, 스웨덴에선 43.2%, 스위스에선 36%를 세금으로 걷는다. 그럼에도 “나라에 바친 세금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1970년대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표어 내용을 잘 받아들인다. 미국에서는 그 비율이 25%에 그친다. 우리나라는 8%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28.3%)의 3분의 1도 안 된다.
국민이 세금에서 일찍 해방되는 나라에선 사회안전망이나 복지 시스템이 대체로 미흡하다. 그래도 세금을 더 걷자는 사회적 합의는 아주 어렵다. 하지만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절반이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내는 나라에서, 세금 해방일을 들먹이며 세금을 더 깎자는 이들이 누굴 위해 일하는지는 알아둬야 한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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