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저널리스트 찰스 윌런의 저서 ‘벌거벗은 경제학’에는 곱씹어볼 만한 경구(警句)가 많다. 그는 ‘불황에 빠지면 의사나 교수가 아니라 직장에서 해고되는 노동자가 가장 큰 피해를 본다’고 썼다. ‘경쟁은 자기와 무관할 때만 좋다’ ‘현실에서는 양심보다 호주머니가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브랜드는 때로 제품 자체보다 중요하다’는 말도 밑줄을 칠 만하다. 윌런은 “잠시 대중의 비위를 맞추는 연설을 해서 박수를 받는 것과, 진실을 이야기해서 비난받는 것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나는 박수를 받는 쪽을 택하고 싶다”는 전직 미국 상원의원의 발언도 소개했다.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정치인의 속성을 꼬집은 내용이다.
▷자유기업원,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등 34개 단체가 참여한 ‘포퓰리즘 입법감시 시민단체연합’은 지난달 1일부터 국회의원 297명을 상대로 ‘포퓰리즘과 세금낭비 입법 안 하기 서약’을 받았다. 서약식이 열린 어제까지 서명한 의원은 전체의 13.5%인 40명에 그쳤다. 그나마 1차 마감일인 6월 17일까지는 16명만 서약했으나 일부 언론이 문제를 지적한 뒤 24명이 추가로 동참했다.
▷국정의 일차적 책임을 진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의원 169명 중 강길부 나경원 나성린 신지호 이경재 이종구 조전혁 차명진 의원 등 37명(21.9%)만 포퓰리즘 입법을 안 하겠다고 약속했다. 제1야당 민주당 의원 87명 중에서는 김우남 의원만 서명했고, 자유선진당에선 이명수 의원만 동참했다. 포퓰리즘 거부를 선언한 40명, 특히 야당인 김우남 이명수 의원의 소신은 돋보인다. 반면 각 정당의 유력 정치인이나 과거 포퓰리즘의 폐해를 역설했던 경제장관 출신 의원들은 외면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내년 정치 일정 전후로 각종 지출 요구가 분출하고 재정 포퓰리즘이 확산돼 재정 건전성 관리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은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고민하는 베짱이가 아니라, 미래 수요에 대비해 어떻게 돈을 아끼고 모을 것인지 고민하는 개미의 자세가 필요하다. 내년 말까지 정치권의 포퓰리즘 ‘표(票) 장사’가 나라의 앞날에 부정적 영향을 덜 미치도록 적정 수위로 통제하는 방안이 우리 경제의 핵심 화두가 돼야 한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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