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흔들리는 한미동맹…대한민국의 앞날은?

자유경제원 / 2016-05-09 / 조회: 5,310       미디어펜
올해는 대한민국과 미국이 동맹을 맺은 지 63년이 되는 해다. 오늘날 우리는 대한민국과 미국의 동맹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1950년 당시 미국이 처음부터 한국과 한미동맹을 체결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을 설득하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극적으로 체결하여 흔들림 없는 안보의 기틀을 놓는데 성공했다. 1950년 6.25전쟁부터 1953년 10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을까. 자유경제원은 지난달 20일 자유경제원 리버티홀에서 한미동맹-한미상호방위조약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패널로 나선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는 “동맹은 단순한 군사 파트너가 아니다”라며 “그 나라의 정체성은 물론이고 체질까지 개선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동맹”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남 교수는 “우남 이승만의 공적 중 가장 큰 것으로 미국과의 한미동맹을 꼽지 않을 수 없다”며 “농지개혁이든 교육혁명이든 자유민주주의든 이 동맹이 없었다면 그 모든 것이 나중에 잠시의 효과로만 그 의미가 남았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정욱 교수는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를 공유하는 韓美 양국의 동맹은 이승만의 ‘심모원려’였다”며 “현재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단지 평가하고 기리고 기뻐할 일로 끝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남 교수는 “동맹에 흠을 냈던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참석 등 일부의 정치적 행위로 인해 한미동맹이 흔들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며 “대한민국이 가야 할 앞날에 대해서 고민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 바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고 강조했다. 아래 글은 남정욱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동맹의 역사와 한미상호방위조약


세계사를 훑어가다보면 인간의 역사란 게 결국 전쟁의 역사다. 전쟁의 역사는 다시 보면 동맹의 역사다. 동맹은 공동의 적에 맞서기 위해 이해관계가 걸린 주변의 고만고만한 국가들이 체결한다.


역사상 가장 눈에 잘 띄는 동맹이 페르시아에 맞서기 위한 그리스 동맹이다. 페르시아를 격파한 뒤 그리스 동맹은 둘로 쪼개진다. 펠로폰네소스 동맹과 델로스 동맹이다. 각기 라케다이몬과 아테나이를 맹주로 하는 동맹이었다. 기존의 패권국인 라케다이몬의 펠로폰네소스 동맹은 신흥강국인 아테나이의 델로스 동맹의 부상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둘은 결국 전쟁을 벌였고 아테나이는 27년 만에 항복한다. 기존 패권국과 신흥 강국이 벌인 이 전쟁의 사례는 나중에 이 그리스 내전을 기록한 투키디데스에 의해 공식화되고 현대에까지 이어진다.


오바마와 시진핑은 각자 연설에서 미국과 중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동맹의 성격은 중세로 들어오면서 공동의 적에 대항하는 측면으로 진행되기 시작한다. 유럽이 분화되면서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는 숱하게 동맹을 체결하고 깨기를 반복한다.


물론 여전히 공동의 이익 때문에 맺는 동맹도 있었지만 서로의 친소관계가 아닌 공동의 적에 대항하는 동맹이 주류가 된다. 대표적인 것이 전혀 다른 체제였던 미국과 소련의 미소동맹이다. 공동의 적인 독일이 무릎을 꿇자 미소 동맹은 깨지고 나토(동맹)와 바르샤바 기구(동맹)로 세계가 양분된다. 그 사이에서 강대국 주도의 동맹을 거부하는 비동맹이라는 동맹이 생겨나기도 한다. 맹주를 거부한 아프리카, 아시아의 나라들이 맺었던 동맹이다.


   
▲ 동맹에 흠을 냈던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참석 등 일부의 정치적 행위로 인해 한미동맹이 흔들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자료사진=연합뉴스


소련 붕괴 후 세계의 패권이 미국으로 확정되면서 한동안 세계는 팍스 아메리카의 시대로 흘러가지만 다시 유럽 동맹 즉 EU와 급부상한 중국 중심의 동맹이 머리를 쳐든다. 이때의 동맹은 이제까지와 달리 경제 동맹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특징이겠다. 동맹은 항상 다른 동맹을 와해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미국은 소련의 동맹을 깼고 동맹국을 모집하려는 일본을 주저앉혔으며 다시 중국의 동맹을 예민하게 주시하는 중이다.  


동맹은 그 나라의 정체성과 성격을 규정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그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알려면 어느 나라와 동맹을 맺고 있는지 보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미국과 맺고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중명한다. 이는 그 옛날 펠로폰네소스 동맹과 델로스 동맹에서부터 보이는 특징이다.


라케다이몬의 동맹은 참주정 혹은 귀족정이었고 아테나이의 동맹은 민주정이었다(물론 예외도 있다). 동맹은 생존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아테나이 앞바다에 있던 멜로스 섬은 당시 양쪽 어느 동맹에도 가담하지 않았다. 그러나 성향이나 핏줄은 라케다이몬에 가까웠다. 아테나이는 멜로스가 델로스 동맹에 가입하지 않은 것을 빌미로 섬을 함락시켰다. 멜로스는 중립을 외쳤지만 국제 정치에 정의 같은 건 없다는 사실만 강조했을 과거의 동맹은 다른 두 가지로 구분되기도 한다. 


에피마키아 동맹과 쉬마키아 동맹이다. 에피마키아은 수비동맹이다. 쳐들어오면 방위만 같이 한다. 쉬마키아는 공수동맹이다. 같이 쳐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둘의 구분은 명확하지 않을 때도 있다. 가령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문자만 봐서는 에피마키아다. 그러나 이라크 전 참전을 놓고 보면 공수동맹인 쉬마키아다. 분명 그때 대한민국은 경제 영토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참전했기 때문이다. 


   
▲ 오바마와 시진핑은 각자 연설에서 미국과 중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말한 바 있다./자료사진=연합뉴스


동맹의 이익은 크다(물론 반대의 경우도 역시 흔하고 크다). 권혁철 박사의 발제문을 보면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이점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 

  

1) 한반도 및 그 주변의 장기적 평화가 유지되었다.

2) 한미동맹에 따른 미국의 확고한 대한(對韓) 방위보장에 힘입어 한국은 1970년대 전반기까지 GNP의 4%라는 비교적 적은 국방비만 쓰면서 경제개발 우선정책으로써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3) 한미동맹은 국군의 비약적인 팽창을 이루었다. 대한제국이 일본에 병탄되었을 때 보유병력이 8000명 정도였던 데 비해 한미동맹조약에 따라 한국은 20개 사단을 현대화했고, 70만 대군을 갖게 되었다.

4) 한미동맹은 한국의 민주화를 도왔다. 미국은 남한의 정치적 안정이 동북아권의 안정에 필수적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에 남한의 민주화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으며, 실제로 장기적으로는 정치적 민주화를 후원했다.

5) 한미동맹으로 미국의 지원을 받게 된 한국은 외교망을 확대했다.

6) 한미동맹으로 과거 동양에서 가장 폐쇄적이었던 은둔국 한국은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가하는 미국과 맹방이 됨으로써 서구 문명에 완전히 개장되었다. 원래 대륙 국가였던 한국은 이 과정에서 해양 지향의 태평양국가로 탈바꿈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동맹은 단순한 군사 파트너가 아니다. 그 나라의 정체성은 물론이고 체질까지 개선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동맹인 것이다. 가령 6번째 항목이 그렇다. 


6) 한미동맹으로 과거 동양에서 가장 폐쇄적이었던 은둔국 한국은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가하는 미국과 맹방이 됨으로써 서구 문명에 완전히 개장되었다. 원래 대륙 국가였던 한국은 이 과정에서 해양 지향의 태평양국가로 탈바꿈했다.       


해양지향의 태평양국가는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의 이정표이기도 하다. 중국을 통한 유럽 진출도 통일 논의 속에 끼어있지만 배가 아닌 기차로 운용되는 그 경제적인 효과는 미비하다는 것이 일부의 지적이며 이는 매우 타당하다.    


   
▲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를 공유하는 韓美 양국의 동맹은 이승만의 '심모원려'였다.


우남의 공적은 어느 하나 빼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러나 가장 큰 것으로 미국과의 동맹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농지개혁이든 교육혁명이든 자유민주주의든 이 동맹이 없었다면 그 모든 것이 나중에 잠시의 효과로만 그 의미가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확실하게 차단한 것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동맹은 맺고 있는 나라끼리의 외교적인 지침이 된다. 그것은 기준이자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 짓는 경계선이다. 무엇보다 동맹은 그 동맹에 흠을 내는 정치적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것은 그래서 위태롭다. 외교언어는 정밀하고 복선적이며 일상 언어 체계와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달한다.


미국은 전승절 행사 참석에 대해 미국은 “우리는 한미동맹이 굳건하다고 믿는다.” “대통령의 판단과 의사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동맹이 흔들리고 있다는 말로 해석해야 한다. 존중하는 게 아니라 매우 의심과 우려 섞인 눈초리로 보고 있다는 말이다. 이 지점에서 재인용된 김용삼 편집장의 글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한미동맹으로 인해 동북아에서는 60년 간 전쟁이 사라졌다. 그동안 동북아는 화약고나 다름없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6.25 등 대규모 전쟁이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53년 한미동맹으로 남한에 미군이 주둔하면서 장기적인 평화가 이루어졌다....장기적인 평화 덕분에 제일 먼저 일본이 경제발전을 이루어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일어섰고, 이어 한국이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했으며, 중국이 개혁 개방으로 세계 경제의 중심국으로 등장했다. 결론적으로 최근 들어 전개된 동북아의 눈부신 성장은 60년 전 휴전으로 미봉한 채 한반도에서 발을 빼려는 미국의 발목을 붙잡아 한국에 주둔케 한 이승만의 심모원려 덕분이다.”


우남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단지 평가하고 기리고 기뻐할 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국제분쟁의 이해를 가르칠 때 꼭 언급하고 그 의미를 알려줘야 하며 대한민국이 가야 할 앞날에 대해서 고민할 때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 바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인 것이다.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남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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