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노동개혁은 국회의 몫, 국민의 책임이다

자유경제원 / 2016-05-19 / 조회: 6,003       미디어펜
 
▲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노동개혁'의 교훈: 입법권과 대통령의 긴급명령권


Ⅰ. 문제의 제기


지난 주 언론은 프랑스가 노동개혁을 위한 노동법 개정추진이 야당의 반대로 지지부진하자, 수상은 헌법에 의하여 주어진 긴급명령권을 발동하여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프랑스 수상의 긴급명령권 발동에 대하여 야당은 내각불신임안을 통하여 무산시킬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 의회에서 내각불신임안이 통과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현 야당의 의석수를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 하고 있다.


프랑스의 입법에 대한 수상의 긴급명령권 행사는 언론에서 긴급명령권이라 표현하고 있지만, 아마도 프랑스 헌법 제49조 제3항에 규정된 수상에게 주어진 비상입법권을 말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는 프랑스가 갖고 있는 프랑스식의 이원정부제, 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반(半)의원내각제 내지 반(半)대통령제라는 특수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하다.


언론은 프랑스 헌법 제16조의 대통령의 비상대권을 혼동하여 현 프랑스 대통령인 올랑드를 언급하면서 마니엘 발스 총리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헌법상 긴급명령권이라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상의 비상입법권은 대통령의 비상대권과는 전혀 다르다.


프랑스와 달리, 우리나라는 헌법에 삼권분립이 비교적 엄정하게 규정되어 균형과 견제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헌법 제40조는 국회에 법률제정권인 입법권을 부여하고 있고, 제66조에서는 행정권을 대통령에게 귀속시키고 있다. 헌법은 국가의 중추적인 입법권을 국회에 귀속시키고 있기 때문에 모든 국가권력은 헌법의 범위 내에서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따라야 한다.


그렇지만 헌법은 법률안 거부권 또는 법률안 재의요구권을 규정하여 부분적이지만 입법권을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구체적으로 시행하거나 집행하기 위하여 헌법은 제75조와 제95조에 행정입법권을 행정부에 부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가의 대표자격으로 대통령에게 헌법은 제76조의 긴급명령권 내지 긴급재정·경제명령권과 제77조의 계엄권을 위임하여 법률적 효력을 갖는 긴급권을 국회의 통제 하에 부여하고 있다.


오늘날 경제가 국가에 차지하는 영향은 어떤 분야보다도 크다 할 수 있다. 20세기 후반 세계적으로는 이데올로기 전쟁의 시대가 가면서 각 국은 무한경쟁의 시대로 들어갔다. 이제 국가의 경제발전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문제가 되었다. 더구나 2000년대 후반 세계 경제위기를 경험하면서 국가의 경제대응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국가 자체가 몰락의 길을 갈 수도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런 경제문제와 관련하여 핵심적인 사안 중에 하나가 노동문제이다.


현재 세계 각 국은 노동유연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고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런 노동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문제가 법적 근거 마련에 있는데, 노동법 개정과 관련하여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경제문제와 노동문제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인지 여부이다. 이렇기 때문에 경제에 초점을 맞추면 노동계가 반발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노동법 개정은 비단 프랑스에서 보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요원하다.


프랑스에서 노동법 개정에 수상이 비상입법권을 행사하겠다는 것 때문에, 노동법 개정이 지지부진한 우리나라에서도 노동법 개정과 관련하여 대통령의 긴급명령권 발동이 가능한지 여부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모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의원내각제 형태로 정부를 운영하는 프랑스와 달리 우리나라는 권력분립원칙이 비교적 엄격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헌법은 대통령의 긴급명령권을 아주 제한적으로 행사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헌법의 대통령 긴급명령권은 국가의 비상사태가 아니면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물론 과거 김영삼 대통령 때 금융실명제 실시와 관련하여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이 발동된 적은 있다. 이는 단지 금융실명제가 갖는 문제 때문에 그 신속성과 기밀성 때문이고 후에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시행됨으로써 해결되었다.


   
▲ 박근혜정부가 노동개혁, 노동법 개정을 통하여 노동환경을 바꾸어 실업률을 줄이고 경제활성화를 위하여 노력하겠다는 의지는 이미 표출되어 있다. 그런데 프랑스와 달리 우리나라는 법률의 제·개정과 관련하여 행정부의 권한과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자료사진=연합뉴스


Ⅱ. 프랑스 헌법상 비상대권과 비상입법권


프랑스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독특한 정부형태로 정부가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일본 학자들에 의하여 이름 지어진 이원정부제 형태로 집행부인 행정부가 대통령과 수상으로 양분되는 이원적 구조를 갖고 있다.


프랑스 행정부의 이원 구조는 의원내각제의 오랜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전통적인 의회의 우위를 제한하기 위하여 대통령제적 요소를 도입한 결과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과 수상은 권한을 거의 양분하여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대통령은 형식적이지만 수상임명권을 가지고 있고 수상의 협조 하에 각의를 주재한다.


프랑스 헌법은 대통령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으로 제11조에 국민투표부의권, 제12조에 의회해산권 및 제16조에 비상대권을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 헌법은 제16조 제1항에 “공화국의 제도, 국가의 독립성, 영역의 온전성, 국제협약의 집행이 심각하고도 즉각적으로 위협을 받아 헌법적 공권력의 정상적인 기능이 중단되는 경우에 대통령은 수상, 양원의 의장들 그리고 헌법위원회의 공식적인 의견을 들은 뒤에 필요한 조치들을 취한다.”라고 규정하여 대통령의 국가긴급권이 비상대권을 명시하고 있다. 물론 대통령의 비상대권의 행사에는 여러 제약이 있고, 1961년 알제리 사태해결을 위하여 발동된 것 이외에는 지금까지 헌법상 제도로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대통령과 달리 수상은 프랑스 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하여 행정부에 대한 일반적 지휘권을 행사한다. 물론 각의의 주재자가 대통령이기 때문에, 정부의 주요 활동이 각의의 결정을 통하여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권한이나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대통령과 수상이 서로 다른 정당에 소속된 동거정부 하에서는 수상이 실질적으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다.


이는 비상입법권이나 법률명령제도 등에서 볼 수 있다. 프랑스 헌법 제49조 제3항은 수상의 비상입법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수상이 국회에 대하여 자신의 사임을 거는 방법으로 정부가 제안한 법률안을 쉽게 통과시키는 방법이다. 수상은 각의 토의를 거친 후 특정법안의 가결을 위하여 하원에 자신의 신임을 걸 수 있다. 이 경우 동 법안의 제출 후 24시간 이내에 수상에 대한 불신임 동의가 제출되고 그 후 48시간 이내에 이 불신임동의가 재적과반수의 찬성으로 가결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동 법안은 의회에서 채택된 것으로 간주된다. 수상의 이 권한은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하여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일종의 입법에 관한 긴급권, 비상입법권이다.


그 다음은 수상은 헌법 제38조에 따라 법률명령(réglement)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 법률명령제도는 헌법 제34조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의회의 입법사항이라 하여도 정부가 명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수권법을 제안하여 의회에서 통과되면 일정기간 동안 그 사항에 대해서는 정부의 명령으로 시행될 수 있는 제도이다. 법률명령제도는 원래 법률사항인 것을 명령의 형식으로 하기 때문에 법규명령과 구별되며 법률적 효력을 갖는다.


법률명령제도는 일정사항에 대하여 정부가 실질적 입법권을 전권으로 행사하는 것이므로 행정권이 강화되어 의회의 약화를 불러온다. 프랑스의 법률명령은 국사원의 의견을 청취한 후 결정하며 대통령이 서명해야 한다. 이 외에도 수상은 헌법 제44조 제3항에 따라 상하 양원 중 한 원에서 일괄투표로 법안을 표결할 것을 요청하면 정부가 제안한 개정법률안이나 국회 제안한 개정법률안 중 정부가 찬성하는 개정법률안에 대하여 일괄투표(vote blocqué)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정부의 일괄투표회부권은 의회심의과정에서 정부가 원하지 아니하는 모든 개정 법률안에 대하여 토론 없이 단번에 이를 폐기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의회통제수단이 되고 있다.


   
▲ 경제관련 개정법률안 내지 각종 제·개정법률안의 처리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담당해야 할 문제이다. 20대 국회가 노동법 개정안을 처리하던 안하던 그 최종적 책임은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자료사진=미디어펜


Ⅲ. 우리나라 입법관련 헌법규정과 대통령의 긴급명령권


우리나라 헌법은 여러 조항에 입법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먼저 법률을 제정할 수 있는 입법권은 헌법 제40조에 의하여 국회가 가지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입법권은 국회에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헌법은 제52조에서 국회의 구성원이 국회의원 이외에 정부도 법률안 제출권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은 헌법 제53조 제2항에 따라 국회로부터 이송된 법률안을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내지 법률안 재의요구권은 국회의 법률제정권에 대한 대통령의 견제권이라 할 수 있다.


헌법은 입법과 관련하여 제75조와 제95조에 행정입법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들에 의하여 대통령과 국무총리 및 행정각부의 장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행정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헌법 제117조 제1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게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입법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 제76조 제1항에는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의 발동을 대통령의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다.


소위 대통령의 국가긴급권인데 헌법에는 법률적 효력을 갖는 긴급재정·경제명령권과 긴급재정·경제처분권으로 규정되어 있다. 또한 헌법 제76조 제2항에는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상태에 있어서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가 불가능한 때에 한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대통령이 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볼 때 우리나라의 입법에 관한 비상권한은 국가의 존립에 관한 중대한 문제가 있거나,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를 위하여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가 있어야 행사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것이다.


   
▲ 프랑스와 달리, 우리나라는 헌법에 삼권분립이 비교적 엄정하게 규정되어 균형과 견제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헌법은 국가의 중추적인 입법권을 국회에 귀속시키고 있기 때문에 모든 국가권력은 헌법의 범위 내에서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따라야 한다./자료사진=연합뉴스


Ⅳ. 정리하며


앞에서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제도를 간단하게 비교해서 보았다. 우리나라는 약간의 의원내각제적 요소가 있다지만 기본적으로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는 대통령제에 기반하는 정부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프랑스는 역사적으로도 알 수 있듯이 기본적인 정부형태는 의원내각제이다. 그리고 의회의 견제 내지 통제를 위하여 대통령제를 가미한 것이다. 그래서 양자를 동이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시시각각 어려워지는 경제환경 속에서 국가의 경제발전을 위하여 어떤 정책과 제도가 우선되어야 하는지는 어려운 문제이다. 박근혜정부가 노동법 개정, 일련의 노동개혁을 통하여 노동환경을 바꾸어 실업률을 줄이고 경제활성화를 위하여 노력하겠다는 의지는 이미 표출되어 있다. 그런데 프랑스와 달리 우리나라는 법률의 제·개정과 관련하여 행정부의 권한과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헌법은 법률제정권과 법률개정권 등 입법권에 대하여 국회에 위임하고 있다. 노동법 개정안의 처리문제도 국회의 몫이고 행정부의 몫은 아니다.


경제관련 개정법률안 내지 각종 제·개정법률안의 처리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담당해야 할 문제이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며, 국회의원은 선거를 통하여 선출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의사와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한다. 오는 20대 국회가 어떤 구성원으로 구성되든 그 책임은 국회에 있고, 나아가 국회의원을 선출한 국민에게 책임이 있다.


보다 쉽게 말하자면 20대 국회가 노동법 개정안을 처리하던 안하던 그 최종적 책임은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만약 노동법 개정안이 악법이면 국민의 선택이 잘 된 것이고, 노동법 개정안을 처리 못한 결과 국가경제에 부담을 주면 그 책임도 오로지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의제민주주의에서 대표선택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점에서 국민이 노동개혁-노동법 개정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 결과 국가경제가 어떻게 되든 간에, 그 것은 차후의 문제일 뿐이다.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이 글은 자유경제원 '현안해부'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김상겸 동국대 교수가 지난 17일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프랑스 노동개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긴급좌담회에서 발표한 발제문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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