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준조세, 기업 옥죄기 멈춰야

최승노 / 2022-02-08 / 조회: 6,521       자유일보

세금이 아닌 세금, 준조세가 기업을 힘들게 하고 국민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 기업은 벌어들인 수입에 비해 세금 이외에도 준조세 명목으로 많은 돈을 국가에 내야하고, 그 부담은 곧 투자자와 소비자 부담을 통해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 왜 준조세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을 통해 ‘대기업 준조세 금지법’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2015년 한해에만 납부한 준조세가 16조4000억원(법정 부담금 15조원, 비자발적 기부금 1조4000억원)에 이른다"며 없애려는 준조세의 구체적인 규모까지 밝혔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준조세의 규모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과연 준조세를 줄이려고 노력을 한 것인지조차 의심스럽다.


준조세는 세금은 아니지만 세금과 같이 국가, 공공기관에 국민과 기업이 반드시 납부해야 하는 재정적 부담으로 광의의 준조세와 협의의 준조세로 나뉜다. 광의의 준조세는 법정 부담금, 비자발적 기부금 등 국민이 강제적으로 지게 되는 조세 이외의 모든 금전적 부담을 의미한다. 협의의 준조세는 광의의 준조세에서 수익 및 원인의 인과관계로 인해 지게 되는 금전적 부담을 제외한 개념으로 기업이 부담하는 부분을 말한다.


기업에게 준조세는 큰 부담이다. 전경련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준조세는 당기순이익의 62.5% 규모에 달한다. 2008~2020년 기업의 당기순이익과 기업이 부담하는 협의의 준조세 증감을 살펴보면, 기업의 당기순이익이 감소해도 협의의 준조세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년간 2배이상 증가했으며 협의의 준조세는 약 72조원으로 이는 같은 해 법인세 총액인 55.5조원의 1.3배를 기록하였다.


한국의 기업은 준조세 항목으로 각종 재해나 불우이웃돕기 성금, 정부사업 협찬금, 시민·사회단체 후원금 등으로 매년 막대한 자금을 내놓는다. 겉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비치지만 자유의사에 반하는 경우가 잦아 실제로는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준조세 부담은 기업의 생존능력과 미래를 위한 투자 여력을 위축시키고, 주주의 이익을 현저히 침해한다. 제품원가에 반영돼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된다.


실제로 한 기업은 3000억원을 들여 공장 증설을 하려고 하는데 1850억원에 이르는 개발제한구역보전금을 내라고 해서 실행을 중단한 사례가 있다. 공장을 지을 당시에만 해도 개발제한구역이 아니었는데, 나중에 지정되는 바람에 이처럼 부담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준조세를 통해 기업 경영환경의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악화된 상황이다.


기업이 준조세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그 부담을 늘리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이 기업과 개인으로부터 기금을 조성해 저소득층, 실직자, 비정규직을 돕겠다는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회연대기금법과, 대기업이 목표이윤을 초과하면 협력사인 중소기업과 나누도록 하는 협력이익공유제 등이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 국민의 조세 및 준조세 부담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급격한 세부담 증가는 민간의 경제 활력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준조세를 더 늘리려는 것은 자제되어야 한다. 더구나 코로나 상황에서 기업의 준조세 부담이 오히려 늘어나게 되면 경제침체의 악순환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기업의 활력을 높이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준조세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할 때다.


준조세는 세금과는 달리 집행에서의 투명성이 낮은 만큼 정부의 자의적 운영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정부의 활동이 임의적이고 방만해지는 부정적 효과도 크다. 준조세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정부는 모든 준조세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불필요한 준조세를 과감히 줄이는 혁신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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