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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영세사업자에게 과중한 짐

김상엽 / 2025-09-03 / 조회: 34       마켓뉴스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겠다고 나섰다. 지금까지 법의 보호에서 벗어나 있던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대부분 영세한 규모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제도의 확대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80% 이상이 직원 5명 이하의 소규모 사업장을 운영한다. 이미 최저임금, 임대료, 원재료 값 상승으로 경영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근로기준법을 일괄 적용하면 인건비 부담은 크게 확대될 수밖에 없다. 


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서 인원을 줄여 위장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연간 수만 건에 달하는 이 같은 사례는 단순한 법 확대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실효성 있는 감독과 보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주 52시간제, 연장·휴일 수당, 연차휴가 등을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만 약 20조 원의 재정 소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동권 확대라는 목표가 결국 영세사업자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영세사업자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 적용은 고용 축소와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동권 보장을 확대하려는 입법 취지가 결과적으로는 일자리를 줄이고, 보호하려던 노동자마저 지키지 못하는 역설을 낳을 수 있다.


해외 주요국도 제도 설계 단계에서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한다. EU는 'Think Small First’ 원칙을 통해 규제 도입 전 중소기업 영향부터 검토하고, OECD 역시 과도한 부담을 막기 위한 사전 평가를 운영한다. 호주에서는 노동법 개정 후 준비 부족으로 중소기업들이 큰 혼란을 겪은 사례가 있다. 이는 규제 확대가 반드시 지원과 병행돼야 함을 보여준다.


제도는 형평성을 넘어 지속 가능성을 함께 담보해야 한다. 인건비 보조, 사회보험료 지원, 에너지 비용 경감 등 현실적인 대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제도가 현장에서 뿌리내리기 어렵다. 해외 주요국처럼 중소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장치와 지원책을 제도 설계 단계부터 마련해야 한다.


과도한 규제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사업자는 합법적 고용 확대 대신 자동화나 외주, 비공식 고용으로 눈을 돌릴 수 있고, 이는 제도의 취지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온다. 게다가 정부가 약속하는 지원책도 일시적인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불신이 존재한다. 지원은 단기에 그치고 규제는 영구히 남는다는 우려가 제도 정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소상공인의 경영 여건이 이미 한계에 다다른 지금, 노동자의 권리와 영세사업자의 생존을 함께 고려한 세밀한 제도 설계가 절실하다. 형평성만을 앞세운 일괄 규제는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노동권 보장의 명분이 시장 활력을 갉아먹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보호는 지속 가능한 제도에서만 가능하다. 


김상엽 자유기업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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