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E Home

[반기업법안리뷰] 대형마트 규제일몰 4년 연장의 문제와 후속 입법과제

글쓴이
자유기업원 2025-12-18
  • [반기업법안리뷰 3호] 대형마트 규제일몰 4년 연장의 문제와 후속 입법과제.pdf

1. 문제 제기: 일몰 연장으로 오프라인 유통산업은 소멸 국면 진입


 일몰은 연장됐지만, 산업은 소멸 국면에 들어섰다.

 지난 11월 18일,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영업규제 일몰을 4년 연장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해당 개정안은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 출점 규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유효기간만 연장한 법안으로, 규제의 성과와 비용에 대한 실질적 검증 없이 반기업 규제를 관성적으로 유지한 사례다.

 문제는 규제가 연장되는 동안 오프라인 유통산업의 기반 자체가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는 ‘보호’를 명분으로 유지됐지만, 그 결과는 산업 전반의 침체와 구조조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2. 대형마트 규제 일몰 연장 무엇이 문제인가?


◩ 절차적 정당성의 붕괴: 토론 없는 연장, 검증 없는 결정


 이번 개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전 과정에서 단 한 차례의 찬반 토론 없이 처리됐다. 일몰제의 본래 취지인 규제 재검토와 공론화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전통시장·소상공인 보호의 지속성을 이유로 규제 연장을 지지했으나, 이는 불과 1년여 전 정부 차원에서 추진했던 규제 완화 기조와도 배치된다. 정책 기조의 급격한 전환에 대한 설명이나 책임 있는 검토는 제시되지 않았다.


◩ 정책 근거의 문제: 대표성 없는 분석에 기댄 규제 유지


 규제 연장의 핵심 근거로 활용된 산업부 연구용역은 대표성과 방법론 모두에서 심각한 한계를 드러냈다. 전국 대형마트 487개 중 8곳, SSM 1806개 중 9곳만을 표본으로 삼아 분석했으며, 출점 전후 60~150일의 단기 데이터를 근거로 중·장기 효과를 판단했다.


 그럼에도 결론은 ‘현행 제도 유지 필요’로 귀결됐다. 이는 실증 분석이라기보다 정책 결론을 전제한 형식적 검증에 가깝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규제 필요성에 대한 종합 분석 결과를 유효기간 만료 3개월 전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했지만, 이는 사후적 보완에 불과하다.


◩ 경쟁관계 오인: 대형마트와 동네슈퍼는 다른 시장이다


 대형마트 규제의 전제 자체가 현실과 어긋나 있다는 점도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정회상 강원대 교수에게 의뢰한 분석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중소 슈퍼마켓은 소비자 이용 패턴과 가격 경쟁 구조상 사실상 경쟁 관계가 아니다.


 대형마트는 대량·계획 구매를, 중소 슈퍼마켓은 빈번한 소량·근거리 구매를 담당하며, 다수 품목에서 동일 업태 간 경쟁만 나타났다. 이는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해 중소 유통업체를 보호하겠다는 정책 전제가 경험적으로 성립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 규제의 실제 결과: 오프라인 유통산업 전체의 동반 침체


최근 통계는 대형마트 규제가 특정 업태의 문제가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 전체를 약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기준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대비 11.7% 감소했고, SSM 매출도 감소세로 전환됐다. 대형마트 3사의 점포 수는 2017년 424개에서 392개로 줄었으며, 10년간 매출도 33조원에서 30조원 미만으로 감소했다. 대형마트는 5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며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전통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전통시장 수는 2013년 이후 오히려 감소했고, 대형마트·SSM·전통시장 모두 침체를 겪는 사이 온라인 유통 비중만 급격히 확대됐다. 이는 규제가 전통시장 보호로 이어졌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없음을 보여준다.


3. 소상공인 보호의 역설


◩ SSM 가맹점이라는 사각지대


 SSM 규제는 특히 현실과 괴리가 크다. 전국 SSM의 절반가량은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는 소상공인 사업장이다. 기존 동네 슈퍼를 운영하던 자영업자가 브랜드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간판이 대기업 계열이라는 이유로 대형마트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이는 소상공인 보호를 명분으로 한 정책이 실제 소상공인을 규제하는 결과를 낳고 있으며, 편의점 등 유사 업태와의 형평성 문제도 야기한다.


◩ 정책 논리의 자기모순: 규제는 온라인만 키웠다


 정부 연구용역과 다수 실증 연구는 대형마트·SSM 이용이 제한될 경우 소비가 전통시장으로 이동하지 않고 온라인 쇼핑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대형마트 규제는 전통시장 보호에도 실패하고, 오프라인 유통의 회복력을 약화시키는 반면,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만 강화하는 간접적 정책 수단으로 작동해 왔다.


4. 후속 입법과제와 제언: ‘연장’이 아닌 ‘규제 리셋’이 필요하다


자유기업원은 이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반기업 규제가 산업 위기 국면에서도 자동 연장된 사례로 평가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연장이 아니라 규제 리셋이다.

첫째, 일몰제의 실질화를 위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규제 영향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둘째, 대형마트·SSM에 대한 획일적 영업 규제는 단계적으로 완화돼야 한다.
셋째, 전통시장과 중소 유통업체 보호 정책은 규제가 아닌 직접 지원과 경쟁력 강화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
넷째, 오프라인 유통만을 규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 간 경쟁 중립성을 회복해야 한다.

대형마트 규제일몰 4년 연장은 단순한 제도 연장이 아니다. 이는 변화한 시장 구조를 외면한 채 반기업 규제를 유지함으로써, 오프라인 유통산업의 위기를 제도적으로 고착화한 결정이다.


자유기업원은 보호를 명분으로 한 규제가 산업의 회복력과 소비자 선택권을 동시에 훼손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며, 이제는 규제의 유지가 아니라 규제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