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전환을 산업정책의 핵심 과제로 내세우는 정책 기조가 최근 강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기업의 생산과 판매 방식에 관여하는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전기차 구매에는 보조금이 지급되고 자동차 업체에는 저공해차와 무공해차 보급 목표가 부여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생수·음료 업체에는 무색 페트병에 정해진 비율 이상의 재생원료를 사용해야 하는 의무가 부과된다.
환경 보호와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문제는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까지 정부가 세세하게 결정하려는 데 있다. 특정 제품과 기술에 보조금을 집중하고 판매 목표나 원료 사용 비율을 일률적으로 정하면 기업은 소비자의 수요보다 정부 정책을 먼저 살피게 된다.
정부가 미래의 유망 기술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기술과 시장은 정부의 계획보다 빠르게 변하므로 현재 효과적이라고 평가받는 기술이 몇 년 뒤에도 가장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수단으로 남는다는 보장은 없다. 기업마다 보유한 기술과 생산 여건도 다른데 하나의 방식을 정답으로 제시하면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는 혁신적 시도가 줄어들 수 있다.
자동차 분야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자동차 업체에 저공해차와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부여하고, 전기차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한다. 저공해차 보급 목표는 2026년 28%에서 2030년 50%로 높아지고, 실적 산정 방식도 전기·수소차 판매 확대를 유도하도록 설계돼 있다.
자동차 업체에는 판매 차량 전체의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추라는 기준도 이미 적용되고 있다. 여기에 저공해차와 무공해차 보급 목표까지 부과하면 기업이 시장 수요에 맞춰 판매 차종을 구성할 여지는 줄어든다. 전기·수소차 외의 방식으로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에도 경쟁의 기회를 열어둬야 한다.
재생원료 사용 의무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올해부터 연간 5천 톤 이상 페트병을 사용하는 생수·음료 업체는 무색 페트병을 만들 때 재생원료를 10% 이상 사용해야 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의무비율을 30%로 높이고 적용 대상도 확대할 계획이다. 정책의 대상인 기업에 동일한 의무비율을 적용하면 원료 수급과 품질, 생산비용이 서로 다른 기업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친환경 전환의 수단도 하나로 좁힐 이유가 없다. 재생에너지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하나의 수단일 뿐 모든 지역과 기업에 적합한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은 발전량이 날씨와 입지에 영향을 받고, 전력망과 저장시설 확충에도 비용이 든다. 보급량만 늘리기보다 감축 효과와 비용,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
탄소중립은 실행 가능성이 중요하다. 재생에너지 외의 대안에도 문을 열고, 어떤 수단이 적합한지는 과학적 검증과 경제성을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 같은 양의 온실가스를 더 적은 비용으로 줄일 수 있다면 기술의 종류와 관계없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을 초래하거나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투자와 생산이 위축될 수 있다. 업종별 기술 수준과 생산 여건을 고려해 기업이 수용할 수 있는 속도와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오염 행위에는 규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규제의 초점은 기업이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지보다 실제로 발생한 오염과 피해에 맞춰져야 한다. 기술과 생산방식은 기업이 선택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도록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친환경 기술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정책 방향이 바뀌거나 보조금이 줄 때마다 흔들리는 시장은 오래가기 어렵다. 가격과 품질, 환경 성과를 함께 개선한 기업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구조가 필요하다. 친환경 전환은 기업의 도전과 소비자의 선택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김상엽 자유기업원 AI콘텐츠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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