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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대응기금 신설, 이대로 괜찮은가

글쓴이
장혜성 2026-09-14 , 브릿지경제

반도체 호황 등으로 늘어난 세수증가분을 적립해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 등에 투자하는 총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 신설이 추진되고 있다. 초과 세수를 생산적 지출로 활용하고 재정 여력을 보강한다는 취지다.

재정운용의 유연성과 전략성을 높일 필요성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 반드시 별도의 대규모 기금을 신설해야 하는 지는 따져봐야 한다. 재정의 유연성이 국회의 재정통제와 투명성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첫째, 국회의 예산통제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 기금은 일반예산보다 운용상 자율성이 높고 일정 범위에서는 국회의 사전승인 없이 지출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 특히 미래대응기금은 금융성 기금이 아님에도 주요항목 지출액의 최대 30%까지 자체 변경할 수 있도록 예외가 적용될 경우, 최대 48조 6000억 원이 국회의 사전심의 없이 조정될 수 있다. 이는 재정통제와 재원배분의 예측가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둘째, 재원의 지속가능성도 문제다.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산업 호황 등에 따른 세수 증가를 주요 재원으로 하지만 경기와 세수는 변동성이 크다. 일시적 세수 증가로 장기·반복적 지출사업을 시작하면 기금 소진 이후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결국 일반재정이 부담한다면 장래의 재정부담만 확대될 수 있다. 기금 소진 이후의 재원조달 방안을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셋째, 별도 기금 신설의 타당성도 명확해야 한다. 이미 유사 목적의 예산사업과 기금·특별회계가 존재하는 만큼, 미래대응기금의 기능을 기존 재정체계에서 수행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기존 예산보다 별도 기금이 어떤 추가적 효과를 갖는지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

넷째, 재정체계의 복잡성과 칸막이식 재정운용이 확대될 수 있다. 기금이 늘어나면 재원이 여러 회계와 기금으로 분산돼 정부 전체의 지출 우선순위를 조정하기 어려워지고 사업 간 중복과 비효율도 커질 수 있다. 재정건전성은 국가채무뿐 아니라 한정된 재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다섯째, 성과관리와 책임성 확보 장치가 필요하다. 기존 결산심사와 감사, 기금운용평가 외에도 162조원 규모에 맞는 구체적 성과평가 기준이 요구된다. 정부가 제시한 NEXT 원칙인 자본축적·과감한 투자·탄력적 집행·시급성을 사업 선정과 평가 기준으로 구체화하고, 평가 결과를 다음 연도 재원배분에 반영해야 한다. 장기투자가 많은 만큼 중장기 재정효과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미래 분야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위해 재정운용의 유연성과 전략성은 필요하다. 그러나 미래투자라는 목적만으로 대규모 재원을 별도 기금으로 운용하는 방식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재원의 규모가 클수록 국회의 재정통제, 투명성, 지속가능성, 책임성이 더욱 엄격하게 확보돼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이 진정한 미래투자 플랫폼이 되려면 재원을 모으는 것보다 배분하고 통제하는 원칙을 먼저 세워야 한다. 국회의 심의·통제 범위를 명확히 하고 기존 재정사업과의 중복을 정비하며 사업선정과 성과평가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

충분한 통제장치가 없다면 미래대응기금은 재정혁신보다 재정체계의 복잡성과 행정부 재량을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장혜성 고려대 행정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