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E Home

경영 원칙 벗어난 노사 합의, 기업경쟁력 갉아먹는다

글쓴이
최승노 2026-08-31 , 브릿지경제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첫 교섭을 시작한 지 111일, 10년 만의 전면파업까지 거친 끝이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10만 원 인상과 성과금 400%, 일시금 1270만 원 지급, 기술직 500명 신규 채용 등이 담겼다. 법정 정년이 연장되더라도 현행 임금피크제를 더 확대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잠정합의가 파업의 압력에 떠밀려 마련된 것이라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노조는 올해 60시간 동안 파업했다. 생산 차질이 이어지고 협력업체의 부담까지 커질수록 사측에 가해지는 조속한 타결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급 인상과 정년 관련 합의처럼 장기적인 비용에 영향을 주는 내용까지 합의안에 담겼다. 생산을 다시 돌리는 일이 급하다고 해서 비용 구조와 장기 경쟁력을 따지는 경영 판단까지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

임금은 생산성과 기업의 지불 능력에 맞춰야 한다. 기업의 성과에 기여한 근로자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실적과 시장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교섭력이 생산성보다 임금을 더 크게 좌우한다면 성과에 따라 보상한다는 원칙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노조는 현대차의 높은 순이익과 이익잉여금 증가를 임금 인상의 근거로 들었다. 실적이 좋을 때 성과급을 일정 부분 지급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지난해의 높은 이익이 앞으로도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이익잉여금 역시 금고에 쌓아둔 현금이 아니다. 상당 부분은 생산설비와 각종 자산 등에 이미 투자돼 있으며, 기업의 재무 안정성과 미래 투자를 뒷받침하는 기반이 된다. 당장의 좋은 실적을 근거로 고정비를 늘리면 경기가 나빠졌을 때 큰 부담이 된다.

정년 문제도 비용과 생산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 고령자의 소득 공백을 줄이고 숙련 인력을 활용하려면 계속고용을 넓힐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그대로 둔 채 정년만 일률적으로 연장하면 인건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정년 이후에는 재고용을 중심으로 직무와 임금,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임금피크제도 나이만을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삭감하기보다 실제 업무와 책임, 생산성의 변화를 반영해 재설계해야 한다.

기업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을 피하려고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일이 반복되면 임금과 고용을 결정하는 기준이 흔들린다. 당장의 갈등을 끝내기 위해 장기적인 부담을 떠안는 것은 책임 있는 경영이라고 보기 어렵다. 회사의 자금 사정이 좋을 때일수록 비용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경영진은 눈앞의 타결이 훗날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돌아오지 않을지 살펴야 한다.

현대차를 둘러싼 대외 환경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인공지능과 로봇이 자동차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중이다. 이 변화에 대응하려면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멈출 수 없다. 생산성 개선 없이 고정비만 불어나면 투자 여력은 줄어들고 국내 생산의 경쟁력도 떨어진다.

노사관계가 원칙에서 벗어날수록 그 대가는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돌아온다.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없고 높은 임금도 유지하기 어렵다. 노조는 회사의 성장이 안정적인 일자리의 토대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기업 역시 파업을 끝내는 데 급급해 경영 원칙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현대차 노사는 눈앞의 타결을 넘어 앞으로도 투자와 고용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함께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