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E Home

[시장경제칼럼] 악화일로 지방재정 포퓰리즘… ‘균형발전’ 아닌 ‘진짜 지방분권’ 모색해야

글쓴이
고광용 2026-01-23 , 브릿지경제

정부와 정치권은 ‘균형발전’과 ‘지역소멸 대응’을 명분으로 지방재정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지방소멸대응기금·지방대학 구조조정 지원까지, 중앙정부 재정은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지방으로 이전되고 있다.

10조 원 수준 균특회계는 명목상 균형발전 재원이지만, 사업구조가 부처별 개별 국고보조사업의 묶음 형태로 남아 있어 지방의 자율적 기획과 집행이 불가능하다. 역시 10조 원 수준 지방소멸대응기금은 하드웨어 문화관광형 사업 비중이 커지는 등 지방단체장의 선심성 사업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지역의 산업과 고용 간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자생력은 강화되지 않았고, 지방소멸의 흐름 역시 멈추지 않았다. 문제는 재정 투입의 규모가 아니라 방식과 구조다.

지금까지의 지방재정 정책은 공통된 한계와 특징을 갖는다. 책임 없는 돈(재정) 이전, 성과 없는 지출, 그리고 중앙 의존의 고착화다. 지방교부세와 각종 보조금은 내국세와 자동 연동돼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늘어나고, 지방정부는 재정 운용의 책임보다 ‘얼마를 더 받아낼 수 있는가’에 정책 역량을 소진해 왔다. 그 결과는 지역 산업의 쇠퇴, 청년 유출, 공공부문 비대화라는 구조적 문제로 되돌아왔다.

최근 논의되는 행정통합과 지방대학 통합 역시 같은 오류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통합특별시에 연간 최대 5조 원, 4년간 20조 원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은 겉으로는 파격적이지만, 실상은 기존 지방보조금의 확대판에 가깝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러한 재정 인센티브는 정책적 실험이라기보다 표심을 겨냥한 재정 포퓰리즘이라는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하다.

단순히 지자체와 대학을 합치고 돈을 더 준다고 해서 경쟁력 있는 광역권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권한은 그대로 둔 채 재정만 이전하는 통합은 행정구역만 키운 또 하나의 재정 수요처를 만들 뿐이다. 지방대학 통합 또한 현금성 지원으로 연명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교육·연구·산업 생태계 전반을 재편하는 구조 개혁이 병행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재정 퍼주기가 아닌 진정한 지방분권과 재정분권이다.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한시적 보조금을 남발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권한과 재정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세수 일부를 제도적으로 이양하되, 그에 상응하는 지출 책임과 성과 평가를 명확히 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중앙은 기준과 감독을 맡고, 지방은 자율과 책임 속에서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균형발전은 선거용 구호로 달성되지 않는다. 지금처럼 재정 인센티브로 지역을 달래는 방식은 단기적 정치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재정 건전성과 지방의 자생력을 동시에 훼손할 뿐이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길은 더 많은 돈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제도다. 이제는 ‘얼마를 줄 것인가’가 아니라, ‘중앙은 무엇을 넘길 것인가를 지방은 차별화된 기획과 중장기적 전략으로 지역경제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서 어떻게 책임 질 것인가’를 논의해야 할 때다.


고광용 자유기업원 정책실장/한국지역경제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