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통합특별시 논의는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을 넘어 한국 지방자치의 방향을 다시 묻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지방자치는 중앙집권적 구조 속에서 제한적 권한 이양에 머무르는 '행정 분권'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산업구조 재편이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기존 체계의 한계는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주와 전남의 통합은 단순한 조직 통합이 아니라 지방자치의 중심축을 행정에서 경제로 전환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누가 권한을 갖느냐'가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에 있다.
현재 광주와 전남은 산업정책, 도시계획, 교통망 구축 등 다양한 정책 영역에서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과 경제권으로 작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적으로 분리되어 있다. 이로 인해 투자유치 경쟁, 산업단지 조성, 복지정책 등에서 중복과 비효율이 발생해왔다. 통합이 이루어질 경우 이러한 정책 기능을 광역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설계할 수 있어 행정 효율성뿐 아니라 정책 전략성도 크게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산업정책과 국토계획 분야에서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광역 단위에서 산업 전략을 수립하고, 교통·물류 인프라를 통합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면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수천억 원 규모의 행정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통합이 곧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여전히 재정 구조에 있다. 광주·전남 통합특별시가 약 159조원 규모의 경제권을 형성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중앙집중적 재정 구조가 유지된다면 실질적인 정책 자율성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는 지역 경제 규모와 재정 권한이 불일치하는 구조적 문제다.
결국 통합의 성패는 행정 통합 그 자체가 아니라 경제 분권과 재정 분권이 얼마나 함께 이루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지역이 스스로 산업 전략을 설계하고, 투자와 재정을 운용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통합은 또 하나의 행정 실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통합 과정에서의 현실적 과제도 적지 않다. 공무원 조직 간 인사 갈등, 청사 위치를 둘러싼 지역 정치 갈등, 행정 공백 발생 가능성 등은 충분히 예상되는 리스크다.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단계적 통합과 명확한 인사 기준 마련, 그리고 정책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광주·전남 통합특별시는 국내 최초의 시·도 단위 광역 간 행정통합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정책 실험이다. 성공한다면 이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는 새로운 지방자치 모델이 될 것이다. 반대로 실패한다면 향후 광역 통합 논의 자체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
지금 한국 지방자치가 직면한 문제는 더 이상 행정 구조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광주·전남 통합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행정 통합’에 머무르지 않고 '경제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권한의 이전이 아니라, 지역이 책임과 권한을 함께 갖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고광용 자유기업원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