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과징금 만능주의로는 공정도, 혁신도 만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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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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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과징금 상한 대폭 강화 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이러한 접근은 공정거래 정책을 '행정 편의적 징벌 체계’로 전락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공정위는 형벌 중심의 규율에서 경제적 제재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명분 아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담합·불공정거래·표시광고 위반 등에 대해 과징금 상한을 최대 매출액의 20~30% 수준까지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과징금 강화는 '억제’가 아니라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정위는 “불공정행위로 얻는 이익보다 제재가 약하다”는 점을 과징금 상향의 핵심 논리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모든 위반 행위를 고의적·착취적 행위로 일반화하는 위험한 전제에 기반한다.
특히 디지털·플랫폼 산업은 시장 경계가 불명확하고 변화 속도가 빠르다. 이러한 분야에 매출액 기준의 고율 과징금을 적용할 경우, 사후적 판단을 통해 혁신 행위 자체를 위법으로 재단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위법 행위 억제 이전에 기업의 규제 리스크 부담을 과도하게 키우고, 정상적인 투자와 신사업 시도마저 위축시키는 정책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 기준’이라는 주장에는 중요한 맥락이 빠져 있다. 공정위는 EU와 미국을 언급하며 과징금 상향의 정당성을 강조하지만, 이는 제도의 일부만을 떼어내 단순 비교한 선택적 적용에 가깝다.
EU와 미국은 사법적 통제 수준이 높고 과징금 산정 과정이 투명하며, 사후 소송과 손해배상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반면 한국은 행정기관의 재량이 넓고 과징금 산정 기준도 추상적이며, 위원회 판단에 대한 사법적 견제 역시 충분하지 않다. 이런 제도 환경에서 과징금 상한만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선진 규제가 아니라 '고위험 규제’에 가깝다.
형벌을 줄이고 과징금을 늘리는 것은 '권한 집중’의 다른 이름이다. 공정위는 형사처벌이 잘 활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형벌을 축소·폐지하고 과징금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실질적으로 사법부의 판단 영역을 행정기관 내부 제재로 대체하는 결과를 낳는다.
조사 불응과 반복 위반을 이유로 한 과징금 확대는 공정위 권한을 과도하게 키운다. 정액 과징금 상한 인상까지 겹치면, 조사·판단·제재 권한이 한 기관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 부담은 기업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직접적으로 훼손한다.
문제는 방법이다. 공정한 시장은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규칙, 사전적 규제 최소화, 사후적 제재의 비례성과 투명성, 혁신과 경쟁을 동시에 존중하는 균형 위에서 작동한다. 과징금 상향을 만능 해법처럼 제시하는 현재의 공정위 기조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보다 또 다른 방향으로 기울게 만들 위험이 있다.
과징금 상한 인상 논의에 앞서, 산정 기준의 명확화와 재량 통제 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플랫폼 분야에 대해 혁신 친화적 경쟁정책 원칙의 명확한 제시, 그 과정에 “억제력”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아닌 시장 효율성과 소비자 후생에 대한 실증적 검증 제시 등이 요구된다.
과징금을 높인다고 공정이 자동으로 실현되지는 않는다. 강한 규제는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신뢰받는 규제는 어렵다. 징벌 중심의 행정 권력 강화가 아니라,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되기를 기대한다.
2026.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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