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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위에 세운 자유 — 애덤 스미스가 남긴 품격 있는 자본주의

김가온 / 2025-08-27 / 조회: 14

최근 한국 사회에서 “성공”과 “이윤”이라는 단어는 축하보다 의심을 먼저 불러온다. 성실히 일해 성장한 기업가도 부정한 특혜를 누렸을 것이라 매도되고, 시장의 성취보다 재분배의 요구가 미덕처럼 포장된다. 국가의 개입은 문제 해결의 만능 열쇠처럼 추앙되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시민의 자율성과 책임을 갉아먹는다. 자유라는 단어조차 특정 진영의 프레임 속에 가두어 해석하는 현실에서,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과연 자유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가?”


책을 읽기 전 나는 스미스를 ‘보이지 않는 손’의 상징으로만 이해했다. 그러나 저자는 단편적 이미지를 넘어, 스미스가 왜 인간의 동정심과 도덕 감정, 자율성과 공동체의 조화를 깊이 탐구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핸리는 스미스의 사상을 ‘신중함, 정의, 자애, 자제력’이라는 네 가지 미덕으로 구조화한다. 『국부론』이 강조한 시장 자율성과 분업, 이윤 추구뿐 아니라, 『도덕감정론』이 밝힌 인간 내면의 도덕 기제를 함께 이해하게 한다. 스미스는 이기심만을 긍정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과 공감을 통해 형성되는 ‘도덕 감정’을 핵심으로 보았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서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도덕적 판단을 발전시킨다.


이 책은 시장경제가 단순히 부의 창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가능성과 존엄을 실현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식이라는 점을 철학적으로 증명해낸다. 그 과정에서 스미스는 경제와 윤리, 자율성과 공동체, 개인과 사회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초월한 통합적 사유를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자유롭고 위대하게』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 스미스의 사상에 대한 본질적 재해석을 제시하며, 시장경제와 자유주의를 도덕적 기반 위에 다시 세우는 귀중한 작업을 수행한다.


아까도 말했던 것처럼, 나는 애덤 스미스에 대해 얼마나 단편적인 인식만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절감했다. 우리는 흔히 스미스를 ‘이기심을 긍정한 경제학자’, ‘자유방임주의의 대변자’ 정도로 알고 있지만, 라이언 패트릭 핸리가 전하는 스미스는 훨씬 더 깊고, 따뜻하며, 인간적인 사상가였다. 그는 이윤이라는 개념 뒤에 숨은 인간의 도덕적 판단과 감정의 작동 원리, 그리고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한 자율적 윤리를 꿰뚫어 보았던 철학자였다.


결국 스미스가 말한 자유는 방종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율성과 책임, 도덕성과 질서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상태였다. 『국부론』에서 그는 “국가의 의무는 정의를 확립하고, 국방을 유지하며, 공공시설을 제공하는 것에 그친다”고 했다. 이는 국가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범위를 시민의 자유와 창의성을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 한정하자는 뜻이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진정한 자유주의는 방임이 아닌 도덕적 자기통제와 타인의 권리를 인정하는 품격 있는 이타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배웠다. 시장은 그 자체로 인간의 이기심을 제어할 수 없지만, 스스로를 절제하는 시민 개개인의 미덕이 작동할 때, 시장은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제도로 기능하게 된다.


이 점은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 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컨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나 과도한 부동산 규제 같은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일부 계층의 만족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용 위축과 시장 왜곡을 초래해 전체 사회의 활력을 약화시킨다. 스미스가 말한 ‘도덕 감정’은 법률이나 제도로는 대체할 수 없는 인간 내부의 윤리 시스템이다. 이는 교육과 문화,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 각자의 자유의지 속에서만 자라날 수 있다.


이렇듯, ‘자유’란 방종이 아니라 자율성과 책임, 도덕성과 질서가 조화된 상태였다. 국가는 모든 것을 통제하지 않아도, 각 개인이 스스로 절제하고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믿음이 스미스 사상의 핵심이었다. 시장은 그 자체로 인간의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지만, 스스로를 절제하는 시민의 미덕이 작동할 때 비로소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제도로 기능한다.


특히 저자는 ‘공감(sympathy)’ 개념을 통해 자유주의가 ‘이기적 체제’라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스미스에게 자유는 타인의 권리와 존재를 인식하고 그 안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며 공동체적 책임을 실천하는 도덕적 인간의 상태였다. 물론 스미스 역시 빈곤층 보호나 공공 교육 같은 영역에서 국가 개입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 목적은 시민을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책을 덮으며 나는 애덤 스미스에 대해 얼마나 얕은 이해만을 갖고 있었는지 절감했다. 그가 남긴 자유주의는 단순한 경제학의 명제가 아니라, 인간의 품격과 사회의 건강성을 지키는 도덕적 토대였다. 스미스의 자유는 경쟁과 효율성만이 아니라,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스스로를 절제하는 품격 있는 이타심에서 비롯되었다.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이 메시지는 절실하다. 국가가 모든 것을 계획하고 책임지려는 체제에서는 시민의 도덕 감정이 무뎌지고, 개인은 책임보다 권리만을 요구하는 존재로 전락한다. 반대로 자유사회에서는 각자가 자기 선택의 결과를 온전히 책임진다.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자율적 판단력과 책임감이야말로 건강한 시장과 공동체를 떠받치는 진정한 힘이다.


『자유롭고 위대하게』는 단지 고전 사상의 재해석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우리는 진정 자유로운가?”, “자율과 책임, 그리고 도덕적 미덕을 기반으로 한 시민으로 살고 있는가?”


나는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우리가 지켜야 할 자유는 단지 경제적 선택의 권리가 아니라, 도덕적 인간으로서 자율적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다. 애덤 스미스가 믿었던 자유의 품격을 이어갈 주체는 바로 우리 자신이며, 그것은 단순한 권리의 향유가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선택하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오늘, 스미스의 유산은 우리에게 묻는다. 자유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그 물음 앞에서 나는 고개를 숙이지 않기 위해, 도덕 위에 세운 자유의 길을 걸어갈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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