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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게 포장된 반()자유를 향한 하이에크의 경고

박성준 / 2025-09-16 / 조회: 4

우리는 때로 복지정책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정치인에게 열렬히 환호하고, 입법 실적이 많은 국회의원을 보며 “역시 일 잘하네”라고 칭찬하곤 한다. 물론 이들 정책 중 일부는 사회에 진정 필요한 제도들일 수 있다. 그렇지만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상당수의 정책은 선의로 포장되어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달콤한 미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자유헌정론》은 단순히 그의 사상과 주장만을 담은 책이 아니라, 자유와 반자유의 경계에 선 시민들로 하여금 무엇이 자유를 지키는 일이고, 무엇이 자유를 훼손하는 ‘달콤한 미끼’인지 구별할 수 있도록 돕는 유용한 검증 도구이다.


하이에크가 이 책을 집필한 시기는 전체주의와 사회주의가 노골적으로 자유를 위협하던 격동의 시대였다. 반자유의 이런 거센 도전에도 불구하고 자유주의는 인류를 번영으로 이끄는 데 성공했고, 우리는 풍요의 시대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반자유는 더 이상 ‘전체주의’나 ‘사회주의’처럼 듣기만 해도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는 거북한 이름을 쓰지 않는다. 대신 ‘복지국가’라는 매력적인 간판 아래, 개인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선한 명목을 내세우며 시민의 자유를 교묘하고 은밀하게 잠식해가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에서도 한 개인의 삶을 국가가 모두 책임지겠다는 달콤한 말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일부 권력자들이 인기를 얻는 현상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이에크는 이 책 제3부에서 이러한 복지국가의 특성을 비판하며, 이 같은 흐름이 단순히 국가 권력의 비대화를 넘어, 사회를 경직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자유 대신 ‘달콤하게 포장된 반자유’를 선택하는 오류를 반복하곤 할까? 여기에는 교육 제도의 한계와 민주주의 제도의 불완전함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있겠지만, 이를 관통하는 핵심 원인은 바로 ‘인간 이성에 대한 과도한 신뢰’에서 찾을 수 있다. 하이에크는 자유에 기반한 사회 제도는 완벽한 설계도를 그려 단번에 구축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세대를 거치며 축적된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점진적으로 형성되는 자발적 질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의 이성을 통해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 갇혀, 사람들을 통제하는 단일한 제도를 구축하려는 오만을 저지르곤 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시민의 자유가 빼앗기고 사회가 퇴보의 길을 걷는 상황을 초래한다. 특히 이런 오만은 ‘평등’의 개념을 ‘결과의 동일성’의 의미로 오용함으로써 개인의 선택과 다양성을 억누르고 법치주의를 망가뜨리는 참혹한 결과를 낳곤 한다.


하이에크는 이러한 경험주의 철학을 교육, 법치, 노동, 경제 등 사회 전반에 적용하며, 자유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교육이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과정이 아니라, 개인과 공동체가 이전 세대에서 축적한 경험을 공유하고 자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장이라고 보며, 중앙집권적이고 획일적인 교육 정책은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잠재력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경제 영역에서도 하이에크는 중앙집권적 계획보다 자율적 의사결정을 존중해야 함을 역설한다. 노동 시장에서 임금, 근로조건, 고용 규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각 기업과 근로자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시장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하이에크는 사회의 발전은 세대를 거쳐 쌓은 경험 속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된 질서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데서 비롯되며, 그것이야말로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길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정반대의 시도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왜곡된 ‘평등’의 개념을 적용하여 학생 개개인의 개성과 재능을 이끌어낼 수 있는 특목고를 없애고 획일적인 공교육 환경을 제공하려는 정책이 거론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사교육이 과열되었다는 이유로 ‘영어 유치원’을 금지하는 법안까지도 발의되어, 국가가 개인의 다양한 학습 선택권을 위협하는 상황까지도 벌어졌다. 이는 역시나 학습 부담 경감과 공정성 확대라는 ‘달콤한 선의’로 포장되었지만, 본질을 따져보면 개개인이 더 나은 길을 찾아가는 것을 가로막으며 누군가의 삶의 방식을 통제하려는 족쇄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 정책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국가는 개인의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겠다며 주 52시간제와 강도 높은 노동규제를 도입했지만, 정작 근로자들의 임금이 줄어들어 투잡을 뛰어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고, 국내 글로벌 기업들은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어 글로벌 첨단 산업 경쟁에서 뒤처지기에 이르렀다. 법과 제도가 왜곡된 ‘평등’의 가치를 좇아 과도하게 개입한 결과, 개인의 삶도 황폐해졌을 뿐 아니라, 시장의 자율성과 혁신의 동력이 약화되어 사회 전체가 피해를 보게 됐다. 하이에크의 《자유헌정론》은 비록 20세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렇게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는 자유의 영역 축소 시도에 여전히 생생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경험과 지식이 여러 세대를 거쳐 축적되듯, ‘자유’ 역시도 어느 한 세대가 얻어낸 성취가 아니라, 수많은 세대를 거쳐 치열하게 지켜온 인류의 공동 유산이다. 하이에크가 강조했듯, 자유는 한 번 확보했다고 해서 영원히 보장되지 않으며, 선의와 명분으로 포장된 정책일수록 더욱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결과의 동일성’을 강요하려는 평등관이 사회를 지배하게 되면, 그 끝은 획일화와 경직성, 그리고 창의와 활력의 소멸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우리는 질문하고 비판하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 달콤한 구호와 정치적 인기 뒤에 숨겨진 의도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그 정책이 진정으로 우리의 자유를 확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서서히 자유를 잠식하는 것인지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우리가 오늘날 누리는 이 풍요와 번영은 저자 하이에크를 비롯한 과거 세대의, 자유를 향한 치열한 투쟁과 희생 위에 세워졌음을 기억해야 하고, 그것을 미래 세대에 온전하고도 더욱 단단한 모습으로 물려줄 책임은 우리에게 있음을 마음 깊이 새겨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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