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의 거인이었던 그는 사후 기이한 운명에 처했다. 세상의 모든 이가 그의 이름을 알지만, 정작 그의 사상 전체를 제대로 이해하는 이는 드물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은유는 이기심을 찬양하는 주문처럼 왜곡되고, 《국부론》의 저자는 차가운 시장 논리의 화신으로 박제되었다. 만약 스미스가 오늘날 대한민국의 복잡한 규제망과 저성장의 덫을 본다면, 과연'그저 내버려 두라’라고만 말했을까? 이 절실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박제된 거인을 되살려내는 지적 구조 작업과 마주해야 한다. 라이얀 패트릭 핸리가 엮은 『자유롭고 위대하게』는 바로 그 작업을 위한 눈부신 청사진이다. 그의 탄생 300주년을 맞아 모인 32명의 석학은 경제학뿐만 아니라 윤리학, 법학, 정치철학의 광대한 영토를 가로지르며 스미스의 진정한 유산을 복원해낸다. 이 책은 《도덕 감정론》의 따뜻한 심장과 《국부론》의 명석한 두뇌를 다시 연결하여 온전한 스미스를 우리 앞에 세우는 지적 성취다. 그리고 이 온전하고 입체적인 시각이야말로, 21세기 한국 경제의 깊은 병폐를 진단하고'자유롭고 위대한’ 사회로 나아갈 지속 가능한 길을 처방하는 가장 강력한 지혜의 원천이 되어준다.
이 책이 가장 먼저 깨뜨리는 신화는 시장이 도덕적 진공상태라는 위험한 오해다. 스미스에게 시장은 정의라는 단단한 토대 위에서만 작동하며, 그 자체가 인간의 덕성이 발현되고 훈련되는 공간이다. 책 속의 학자들은 스미스가 말한'자기 이익(self-interest)’이 결코 탐욕스러운 이기심이 아니었음을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그것은 타인의 시선을 끊임없이 의식하는'공감(sympathy)’과 우리 내면에 자리한 '공정한 관찰자(impartial spectator)’의 냉철한 판단으로 조절되는'신중함(prudence)’에 가깝다. 즉, 스미스의 경제인은 고립된 원자가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고 자제력을 배우는 사회적 존재인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책은 스미스가 결코 대기업이나 기득권의 맹목적인 대변인이 아니었음을 명확히 한다. 가격을 올리기 위해 담합하는 사업가들을 향한 그의 경고, 즉 그들이 모이면 대화는 항상 “대중에 대한 음모”로 끝난다는 서슬 퍼런 비판을 상기시킨다. 그가 꿈꾼'자연적 자유의 체계’는 국가가'정의의 법’을 엄격하게 집행하여 모든 참여자가 공정한 규칙 아래 경쟁할 때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따라서 정의는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사후적 장치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이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이어지게 하는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이처럼 온전하게 복원된 스미스의 시선으로 우리 사회를 비추어 볼 때, 우리는 성장의 활력을 갉아먹는 깊은 병리들을 진단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스미스의 진단에 포착되는 것은 '자연적 자유’를 질식시키는 규제 만능주의의 현실이다. 한국 경제가 마주한 저성장의 늪과 생산성 하락의 이면에는 정부가 스미스의 '자연적 자유의 체계’를 불신하고 포기한 현실이 있다. 선제적으로 독점력을 가정하며 혁신의 싹을 자르는 플랫폼 규제부터 기업 활동의 모든 경로를 통제하려는 미로 같은 행정 규제까지, 이는 스미스가 경멸했던 정치가들의 '건방진 참견(impertinence)’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러한 규제들은 공익에 봉사하기보다 인위적인 진입 장벽을 만들어 기존 사업자의 기득권을 보호하고, 국부의 진정한 원천인 역동적 경쟁을 가로막는다. 이는 스미스가 그토록 격렬하게 공격했던 중상주의 시대 길드의 유령이 21세기 한국을 배회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규제적 질식은 '정의의 법’을 훼손하는 징벌적 조세 문제와 만나 더욱 심각한 양상을 띤다. 한국의 상속세와 일부 부동산 관련 세금은 경제적 부담으로만 머물지 않고'스미스적’정의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스미스가 제시한 조세의 제1원칙은 자의성이 아닌 확실성이었다. 그러나'미실현 이익’에 과세하거나 수십 년에 걸쳐 일군 기업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징벌적 상속세율은 법의 예측 가능성을 파괴하고 자의적 권력 행사의 길을 연다. 이는 스미스가 생산적 노력의 가장 큰 동기이자 문명의 기반으로 보았던 재산의 안전성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다. 따라서 이는 세금 논쟁이라기보다, 자유 시장의 기둥인 정의 원칙의 수호 문제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정책적 실패의 기저에는, '결과적 평등’에 대한 집착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도덕적 해이가 자리하고 있다. 이 책은 스미스의 평등에 대한 섬세하고 깊이 있는 관점을 성공적으로 재조명한다. 그의 진정한 관심은 소득의 평등이 아니라 법 앞에서의 존엄성과 자유의 평등에 있었다. 그는 가난의 문제에 깊이 공감했지만, 그 해법은 부의 인위적인 재분배가 아니었다. 그것은 가장 가난한 개인조차 공정한 경쟁 시장에서 자신의 노동과 노력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개선할 자유를 온전히 보장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징벌적 세금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현대의 재분배 집착은 단기적으로는 달콤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의존의 문화를 낳고 빈곤을 해결할 유일하고 지속 가능한 치료제인 번영의 엔진 그 자체를 꺼뜨리는 위험한 길이다.
『자유롭고 위대하게』는 학술 서적에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가 잃어버린 첫 번째 원칙을 기억하라는 강력하고 시의적절한 요청으로 진화한다. 진정한 부와 덕으로 가는 길은 고삐 풀린 탐욕의 길이도, 온정주의적 국가 통제의 길도 아니다. 그것은 진정한 스미스의 비전, 즉 개인의 자유와 공정한 법치라는 흔들리지 않는 기둥 위에 세워진 역동적인 시장경제의 길이다. 진정으로 도덕적이고 인간적인 애덤 스미스를 그의 사상적 총체성 속에서 재발견함으로써, 비로소 한국 사회는 자신의 병폐를 스스로 정확히 진단하고, 낡은 개입주의의 족쇄를 벗어던질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가장 빛나는 유산인, 진정으로 자유롭고, 번영하며, 위대한 사회를 건설하는 여정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NO. | 수상 | 제 목 | ![]() |
글쓴이 | 등록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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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최우수상 | ![]() 정재완 / 2025-0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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