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살리고 경제회복 이끈다지만
인플레 우려에 재정상태만 악화돼
미래세대 세금부담 증가로 이어져
대선 후보들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감세다. 국민의 힘 김문수 후보는 법인세와 상속세 인하, 기본 소득공제 인상,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를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첨단산업 투자에 대해 소득세·법인세 감면, 월세·통신비·교육비 세액공제 확대 등 과감한 세제 혜택을 약속했다. 감세를 통해 민생에 활력을 불어넣고 침체한 경제를 회복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감세가 의도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부지출 감소가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세의 긍정적인 효과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재정이 악화되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후보자들의 대선 공약을 살펴보면 정부지출 감소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지출을 늘리겠다는 계획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아동수당을 18세 미만 전체로 확대하고, 농어업인 기본소득, 지역화폐 확대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공약에는 수십조 원의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 김문수 후보 역시 정부지출을 줄이겠다는 계획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감세는 납세자들의 가처분 소득을 증가시킨다. 소득이 늘어난 납세자들은 그 일부를 재화와 서비스 구매에 사용하게 되며, 이는 기업의 매출을 증가시켜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더 중요한 점은 감세로 인한 소득의 증가가 저축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소득이 증가하면 시간선호가 감소하여, 즉 현재재화보다는 미래재화를 상대적으로 더 선호하게 되어 저축이 증가한다. 저축은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증가의 원천이다.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구와 기계와 같은 자본재가 필요하며, 이는 저축을 통해 자본을 축적해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감세는 저축을 증가시켜 더 많은 자본재를 가능하게 하여 미래에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촉진한다.
그러나 감세로 인해 납세자들의 가처분 소득은 증가하지만, 정부의 사용 가능한 자금은 줄어들게 된다. 줄어든 자금에 맞춰 정부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정부는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해 차입하거나, 새로운 통화발행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
대중으로부터 돈을 빌린다는 것은 정부에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이 재화와 서비스에 지출을 줄이거나,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자금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감세에 따른 납세자들의 지출 효과를 상쇄한다. 예를 들어 납세자들이 감세로 얻은 금액 전부를 정부 채권 구매에 사용한다면, 감세로 인한 자금을 보유하는 대신 정부 채권을 보유하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착각이다. 정부는 차입금에 대한 이자와 원금을 갚기 위해 미래에 국민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따라서 납세자가 보유한 채권은 미래에 부과될 세금에 대한 미리 받은 세금 청구서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는 납세자들이 감세로 얻은 금액 전부를 정부에 빌려주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차입하는 금액은 납세자들이 지출하고 남은 금액이다. 여기에는 민간 차입자의 희생이 따른다. 주택, 공장 등을 짓는 건설업자들이 사용할 자금을 정부가 차입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납세자들의 소비지출은 증가하지만, 민간 자본형성에 대한 지출은 감소한다. 결과적으로 소비 부문에서는 고용과 생산이 증가하는 반면, 투자 부문에서는 고용과 생산이 감소하여 생산구조의 왜곡이 발생한다. 소비 부문과 투자 부문이 서로 상쇄되어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양 효과가 없으며, 투자 부문 감소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경제가 후퇴하게 된다.
만약 감세분이 새로운 통화발행으로 대체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민생이 더욱 나빠지는 것이다. 정부가 지출을 줄이지 않고 감세만 하면 감세를 통한 민생 회복과 경제 회복은커녕 재정 상태만 악화시킨다.
우리나라의 재정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올해 세수 부족으로 인해 정부가 4월까지 한국은행에서 급히 빌려 쓴 자금이 71조 원에 이른다. 매년 수십조 원씩 재정적자가 누적되면서 국가 채무가 지난해 말 1196조 원에 육박해 국내총생산(GDP)의 47% 수준을 넘어섰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올해 25조7000억 원, 국가채무는 1270조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재정을 잘못 관리하면 국가신인도 하락은 물론, 미래 세대는 세금 부담 증가로 고통받게 된다. 정부지출을 줄이지 않는 감세 정책은 환상에 불과하다.
안재욱 자유기업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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