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크 이야기 Ⅰ

도서명 하이에크 이야기 Ⅰ
저 자 민경국
페이지수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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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이야기 시리즈 12


상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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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크 이야기Ⅰ』에서 우리가 들어보고자 하는 이야기는 20세기 위대한 자유주의 사상가로 인정받고 있는 하이에크의 사회철학의 한 부분인데, 이 부분의 핵심적인 사회철학 이야기는 시장경제 및 자유로운 사회는 인간들이 목적의식을 가지고 창조해 낸 것이 아니라 문화적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그는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이어서 인간들이 질서를 잡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질서 이외에 질서를 잡겠다는 의도 없이도 생성되는 질서, 즉 자생적 질서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이 자생적 질서가 형성되는 과정으로서 문화적 진화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하이에크 이야기Ⅱ』에서 우리가 듣게 될 이야기와 함께 자유경제와 그리고 더 넓게는 이를 기반으로 하는 자유주의 사회질서를 이해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을 준다.


무엇이 인간의 본성인가? 하이에크의 이야기는 이 문제부터 시작하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인간의 본성을 이기적이라고 말하거나 또는 이타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하이에크는 인간의 본성을 이보다 훨씬 더 근원적인 차원에서 찾고 있다. 그는 인간은 구조적으로 무지하다는 사실을 인간의 본성으로 생각하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삶의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지식은 부분적이고 오류가능하며 불완전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인간은 무지하고, 이런 무지는 날 때부터 타고난 것이다. 따라서 모든 인간은 예외없이 "구조적"으로 무지하다. 완전히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제 인간일 수 없다.


인간들이 이렇게 구조적으로 무지하다면, 어떻게 그들이 사회 속에서 자신들의 삶을 꾸려갈 수 있단 말인가? 하이에크는 여기에서 인간들의 행동을 제한하는 행동규칙(행동의 규칙성)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행동규칙은 복잡한 상황에 관한 정보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규칙에 따라 행동할 경우, 복잡한 사정을 일일이 알 필요가 없다. 행동규칙들은 구조적 무지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이다. 완전한 지식을 갖고 있는 인간들이 사는 세계에서는 행동규칙이 필요 없다. 법도 필요 없다.


인간들이 따르는 행동규칙들은 도덕규칙, 전통 및 법규칙 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인간들의 특정 행동방식을 배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인간들이 이러한 행동규칙을 지킴으로써 사회질서가 형성되는데, 하이에크는 이것을 하나의 질서형태로서 자생적 질서라고 부른다.


자생적 질서란 무엇인가? 흔히 사람들은 인간들이 사는 세계에서는 질서 잡는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질서가 잡히는 것이지 그대로 내버려두면 질서가 잡히지 않고 혼란만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에 기초하여 사람들은 국가가 경제를 간섭해야만 경제의 혼란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하이에크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면서 질서 잡는 사람이 없어도 저절로 형성되는 질서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자생적 질서는 인간들이 각자 자신들의 지식을 동원하여 자신들의 목적을 추구한다고 해도 혼란 상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행동들이 외부의 간섭이 없이도 스스로 조정되는 질서이다. 자생적 질서의 대표적인 것은 시장경제인데, 시장경제에서 질서를 잡는 보이지 않는 힘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이러한 힘 때문에 옛날 사람들은 초자연적인 마력이나 또는 신을 연상했던 것이다.


하이에크는 이러한 자생적 질서와 대비시켜 인위적 질서를 설명하고 있다. 인위적 질서는 질서 잡는 사람이 존재하고 있는데, 이 질서를 조직질서라고 부른다. 조직질서는 질서 잡는 사람이 미리 작성한 계획에 따라 조직구성원들에게 그들이 수행해야 할 과제와 역할, 그리고 사회경제적 위치를 배정하는 간섭주의 경제질서이다.


자생적 질서는 조직질서처럼 그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추구할 구체적인 집단적인 목적을 위한 질서는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무수히 많은 개개인들이 자신들의 서로 다른 목적들을 추구할 수 있게 하는 질서이다. 자생적 질서의 구성원들은 서로 다른 다양한 삶을 추구할 수 있고, 그 삶은 평등하게 취급된다. 인위적 질서로서 조직질서와 같은 간섭주의 경제질서는 불평등한 질서이고, 그것은 지배-복종 관계를 기초로 하고 있다.


그런데 자생적 질서는 무조건적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개개인들이 특정한 행동국면을 금지시키는 행동규칙(종교규칙, 도덕규칙, 관습이나 관행과 같은 전통적인 행동규칙 및 법규칙)을 지킬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러나 인위적 질서로서 조직의 기초가 되는 행동규칙은 이와 전적으로 다르다. 이것은 특정의 행동을 개개인들에게 적극적으로 규정하는 명령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조직의 목표, 즉 집단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이다.


시장경제의 자생적 질서는 개개인들이 어떠한 정신에 의해서도 한 장소로 모아 놓을 수 없는 지식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질서이다. 동시에 그것은 가격시스템을 통하여 개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전달해 주는 질서이다. 따라서 조직질서와 같이, 간섭주의적인 경제질서와는 달리 자생적 질서는 그 구성원들을 현명하게 만들어 주는 질서이다. 왜냐하면 자생적 질서의 시장시스템은 개개인들의 계획을 세울 때에 사용된 지식이 옳으냐 그르냐를 판명해 주는 기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시장시스템은 가격시스템을 거쳐 개개인들의 성공과 실패를 판정해 준다. 이로써 개개인들이 가진 지식의 오류를 가려내 주고, 그들의 행동을 통제한다. 이러한 통제는 모든 사람들과 똑같이 무지하기 짝이 없는 관료들에 의한 통제보다도 훨씬 더 효과적이다. 관료에 의한 통제는 오류 투성이의 지식을 기초로 한 통제일 뿐만 아니라, 또한 지극히 차별적으로 그리고 자의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시장시스템에 의한 통제는 오류 가능성이 훨씬 더 적을 뿐만 아니라 차별적이지 않고 평등하다. 이와 같이 자생적 질서는 구성원들이 가진 지식의 오류를 밝혀주고, 또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창출해야 할 압박을 그들에게 가하기 때문에, 그들은 현명해 지지 않을 수 없다. 시장시스템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지식의 오류를 제거시키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여 테스트하고, 성공적인 지식을 확산시키는 `발견적 절차`로서 작용한다. 이러한 절차로 인하여 시장시스템은 내생적인 잘못된 변화들을 억제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열린 사회로서 자생적 질서는 이성과 본능의 중간에 위치한 현실성이 있는 질서이다. 이것은 결코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인위적 질서 사상은 인간이성에 의해 사회질서를 임의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사상은 이성을 과대평가한다. 본능에 기초한 질서는 자연적 질서이다. 이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소망과 심리적 구조에 의해 형성된 질서이다. 자연적 질서와 인위적 질서의 중간에 있는 자생적 질서는 본능과 이성의 중간에 있고, 이 중간에는 문화적 진화사상이 존재한다.


문화적 진화란 무엇인가? 하이에크에 있어서 문화적 진화이론은 문화적인 행동규칙이 어떻게 생성되는가를 다룬다. 자생적 질서의 기초가 되는 행동규칙들, 즉 도덕규칙, 종교규칙, 관행과 관습과 같은 전통, 그리고 사법규칙들(민법과 형법)은 자생적 질서의 형성과 마찬가지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본능적으로 유전적으로 형성된 것도 아닌, 자생적으로 형성된 것들이다. 이들은 후천적으로 습득되고 문화적으로 전달된다.


하이에크는 인류사회가 폐쇄된 원시사회로부터 열린 자생적 질서로 진화되는 과정을 문화적 진화과정으로 파악하고 있다. 문화적 진화과정은 행동규칙의 형성과 모방 및 선별과정의 상호작용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선별과정인데, 하이에크는 문화적 진화에서 도덕규칙이나 전통 및 종교규칙들을 선별하는 기준을 인구의 번식으로 간주하고 있다. 여러 가지 행동규칙들 중에서 인구의 번식을 가능하게 하는 행동규칙들이 선별된다는 것이다.


연대 모럴과 같은 원시사회의 모럴이 도태되고 소유권 모럴, 계약의 충실성, 책임원칙과 같이 열린 자생적 질서의 생성을 가능하게 하는 도덕규칙들이 문화적 진화과정에서 선택된 것은, 이 도덕규칙들은 이들을 채택한 그룹의 번영과 그리고 이에 따른 인구증가를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인류의 제도로서 시장경제가 문화적 진화과정에서 존립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문화적 진화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도덕규칙들의 보유와 전달인데, 거대한 열린 사회의 기초인 도덕규칙들을 보유하여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데 기여한 것이 기독교이다. 마찬가지로 기독교가 다른 종교보다도 훨씬 더 큰 세력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소유권 모럴과 가족 모럴을 시인하고 또한 이들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구약성서의 "너의 자손들을 번창하게 하리라" 하는 문구는 바로 문화적 진화의 선별기준을 구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