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보증사업 독점 구조 바꿔야

최승노 / 2020-09-10 / 조회: 16,093       브릿지경제

주택과 관련한 다양한 보증 서비스를 하나의 업체가 독점 지위로 유지하고 있다. 그 독점기업이 바로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이다.


하나의 업체가 제도적으로 분양보증을 독점하는 것은 정부 당국 입장에서는 행정적으로 편리함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과 폐해가 너무 크다. 이 분야에 또 다른 기업이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야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 사회적 편익을 높일 수 있다.


HUG의 보증잔액은 2019년말 기준으로 410조 7724억 원에 달한다. 그 가운데 분양보증은 184조 2343억 원에 이른다. 상당히 큰 규모다. 이 보증 서비스를 HUG가 독점하는 이유는 국토교통부가 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다른 업체를 지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이 HUG 이외에 다른 업체를 허용할 수 있지만, 이를 외면함으로 해서 HUG에 실질적인 독점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HUG에 독점 지위를 보장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이 많다. 첫째, 막대한 보증 수수료 이익에도 불구하고 독점이다 보니 수수료 인하가 어렵다. 둘째, 보증을 이유로 분양가를 통제하는 정부 행정의 편법이 발생하고 있다. 셋째, 자본금 대비 보증한도인 50배에 육박할 정도로 보증금액이 막대해져 건전성 위험에 노출된 상태이다. 이에 따라 보증 서비스 관련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를 염려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올해 2020년까지 주택보증사업에 복수의 사업자가 허용되어야 함을 규제 개선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정부 당국도 HUG의 독점이윤 획득에 따라 보증료 상승 및 그로 인한 주택분양가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2020년까지 주택 분양보증 업무를 수행할 기관으로 보증보험 회사 추가 지정을 고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HUG 이외에 또 하나의 사업자가 선정될 경우 독점의 폐해가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추가적인 대책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두 업체가 행정적 통제 하에 있다면, 관치에 의한 담합의 가능성이 남기 때문이다. 즉, 해외 업체에게도 관련 서비스를 허용해 실질적인 경쟁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HUG는 공기업 운영상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보다 시장기능에 충실한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상업성에 충실한 운영지침이 제정될 필요가 있다.


먼저 재원 조달상의 특혜를 제도적으로 막아야 건전성을 유지하고 시장을 교란하지 않을 수 있다. 또 무리한 보증으로 부실채권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영책임에 대한 원칙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 분양시장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HUG의 독점을 하루 속히 해소할 필요가 있다. 몇 년째 주거비용이 높아지고 분양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을 고려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 TOP

NO. 제 목 글쓴이 등록일자
189 아이들이 갇혀있다, 교육권력의 담장을 허물라
최승노 / 2022-05-16
최승노 2022-05-16
188 대만이 한국을 추월한 이유
최승노 / 2022-05-09
최승노 2022-05-09
187 윤석열 정부는 법치의 시대를 열어라
최승노 / 2022-05-03
최승노 2022-05-03
186 갈등비용 크다고 현실과 타협하면 ‘야합’
최승노 / 2022-04-25
최승노 2022-04-25
185 Posner의 `법경제학` 경제적 분석으로 법리·법규정의 사회적 영향력 판단
정기화 / 2022-04-19
정기화 2022-04-19
184 ‘지방균형발전’의 블랙홀에서 벗어나야
최승노 / 2022-04-18
최승노 2022-04-18
183 민간주도 싱크탱크는 ‘건강한 나침반’
최승노 / 2022-04-11
최승노 2022-04-11
182 ‘본점 이전’ 산업은행, 민영화가 올바른 해답
최승노 / 2022-04-05
최승노 2022-04-05
181 오늘은 세금해방일
최승노 / 2022-04-05
최승노 2022-04-05
180 치킨 값 원가 공개, 누구를 위한 것인가
최승노 / 2022-03-29
최승노 2022-03-29
179 다시 지식의 시대로 나아가야
최승노 / 2022-03-22
최승노 2022-03-22
178 국민에게, 기업에게 선택할 자유를 되돌려줘라
최승노 / 2022-03-15
최승노 2022-03-15
177 사회주의는 자본주의 대안이 아니다, AI도 못한다
최승노 / 2022-03-08
최승노 2022-03-08
176 경제 성장 위해 기업 규제 풀어야
최승노 / 2022-03-03
최승노 2022-03-03
175 실패한 일회용 컵 보증금제 다시 실험하겠다니
최승노 / 2022-03-01
최승노 2022-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