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보다 1.7배 빠르게 불어나는 국가 부채 / 관성이 된 재정 지출...정부가 쓰면 민간 파이 줄어 / 다음 세대에 빚 대신 건강한 경제 체질 유산 남겨야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우리 사회에는 익숙한 공식이 등장한다. 정부가 돈을 풀고, 공공투자를 늘리고, 위기를 넘기자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공식이 반복될수록 우리는 한 가지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정부가 쓰는 돈은 결국 국민이 갚아야 할 빚이라는 사실이다. 경제의 체력, 즉 펀더멘털은 재정을 통한 단기 경기부양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민간이 자유롭게 뛰어야 체력이 붙는다.
IMF가 최근 발간한 재정모니터에서 한국을 콕 찍어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부채 비율을 안정시키거나 줄여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GDP 대비 40%를 밑돌던 부채 비율이 이제 54%를 넘어섰고, 2031년에는 6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빚이 경제 성장보다 1.7배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처럼 기축통화를 가지지 못한 나라에서 재정 건전성의 의미는 남다르다. 미국은 달러로 빚을 갚을 수 있는 나라다. 한국은 다르다. 중동전쟁이 터지자 달러-원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며 원화가 급격히 흔들린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 충격이 오면, 우리 경제는 이중의 타격을 받게 된다.
물론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야 할 때가 있다. 문제는 위기가 지나간 뒤에도 한번 늘어난 지출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혜택을 받는 쪽에서는 당연히 유지를 원하고, 줄이려 하면 반발이 생긴다. 그렇게 위기 대응이 일상이 되고, 마중물은 관성이 된다.
돌이켜보면 지속 가능한 성장은 언제나 민간에서 시작되었다. 정부가 쓰는 돈은 세금이든 국채든 결국 민간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가 쓰는 만큼 기업과 가계가 쓸 수 있는 몫은 줄어든다. 파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파이를 나눠 쓰는 것에 가깝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핵심은 성장의 주체를 정부에서 민간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기업이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고, 창업자가 과감하게 도전하고, 소비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경기 부양책이다. 규제를 줄이고, 시장의 자율성을 높이고, 민간의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토양을 가꾸는 데 정부의 역할이 집중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K-콘텐츠처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산업들은 정부가 설계해서 만든 것이 아니다. 기업이 시장의 가능성을 먼저 보고,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한 결과다. 정부의 역할은 이런 도전이 가능하도록 뒤에서 길을 열어주는 것이지, 앞에 서서 방향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펀더멘털이다. 나랏빚으로 만든 성장은 약발이 떨어지면 다시 주저앉지만, 민간의 활력으로 다져진 경제 체력은 어떤 위기가 와도 버틴다. 규제를 걷어내고,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시장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진짜로 강하게 만드는 길이다.
나랏빚은 결국 다음 세대가 떠안을 몫이다. 어느 정부든, 어떤 시대든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것은 빚더미가 아니라,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경제 체질이어야 한다. 민간의 활력이 살아 있는 경제, 그것이 가장 좋은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