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북한이탈주민들의 적응 및 조기 정착방안

윤여상 / 2007-02-22 / 조회: 8,632

1. 북한이탈주민의 의미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의 전체 규모가 1만명을 넘으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한국전쟁 이후 지속적으로 발생하였으며, 앞으로도 계속하여 입국할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용어와 지원정책은 시대별로 변화되어 왔으나, 이들의 한국사회 적응 수준은 전체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한국사회의 또 하나의 마이너리티 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성공적인 사회적응을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정착과 재활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북한을 떠나 한국으로 입국한 사람들에 대한 용어는 다양하게 사용되어 왔다. 주로 사용되는 용어는 '탈북자', '망명자', '귀순자', '탈북난민', '탈북주민', '탈북동포', '귀순북한동포', '남한이주 북한동포', '북한이탈주민', '북한출신 남한이주자', '북한탈출주민', '월남자', '자유이주민', '새터민' 등이다. 이러한 용어들은 발생 시기, 당사자의 신분, 탈 이데올로기 여부 등에 따라 붙여진 것들이다.


북한을 탈출하여 북한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자에 대해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는 북한이탈주민이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는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에 주소ㆍ직계가족ㆍ배우자ㆍ직장 등을 두고 있는 자로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의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자를 의미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북한 탈출자에 대한 일반적 용어는 ‘탈북자’이지만, 정부는 탈북자가 갖는 부정적 의미를 해소하기 위하여 1997년 이후 ‘북한이탈주민’으로 개칭하였다. 그러나 ‘북한이탈주민’에 대해서도 비판적 의견이 개진되면서 현재 정부 주무부서인 통일부는 ‘새터민’이라는 용어를 새롭게 사용하고 있으나, 법률 행정적 측면의 공식적 표현은 현재까지 ‘북한이탈주민’이다.


2. 북한이탈주민 지원정책


북한이탈주민 지원정책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화되어 왔다. 북한이탈주민 지원정책은 인도주의와 동포애를 근본으로 하고 있으나, 그 동안의 정책변천과정을 살펴보면, 지원정책의 변화 요인으로 정치적 고려를 포함한 정책의지가 중요하게 지적되고 있다. 이것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활용가치와 성격 규정이 시대적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 법률의 제정과 개정 과정을 지원정책의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의 다섯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국내 입국시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도 갖추고 있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북한이탈주민 관계법령에 이들에 대한 지원내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수준과 내용은 각 시기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탈주민은 시기별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로부터 공통적으로 정착금, 주택, 교육, 의료, 직업훈련, 취업지원 혜택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적응 수준은 높지 않다는 비판에 따라서 최근(2007년 2월) 통일부는 북한이탈주민의 자립과 자활중심의 지원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였다.


통일부 제도 개선의 주요 내용은 이들의 거주인원 증가에 따라 정부의 지원정책을 자립 자활과 직업 친화적인 지원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기존의 정착기본금을 1인 세대 기준 1,0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축소하고, 주거지원금은 1,000만원에서 1,300만원으로 현실화하였으며, 취업의지 제고를 위하여 장기 취업장려금을 기존 최대 9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증액하여 장기 취업을 유인하고자 하였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을 근로능력세대(근로능력자가 있는 세대)와 근로무능력세대(세대 구성원 중 근로능력자가 없는 세대)로 분리하여 근로능력 세대의 경우 생계급여의 특례기간을 축소하여 자발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도록 개정하였다.


3. 북한이탈주민 적응수준과 문제점


최근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연구와 조사보고서는 매우 풍부하게 보고되고 있다. 기존의 각 분야별 실태조사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체계적인 실태조사보고서와 다년간의 추적조사 보고서도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전국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이들의 남한사회 적응실태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실시하는 것은 조사대상의 접근성의 문제, 재원, 전문조사인력의 부족 등과 같이 많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5년 12월 (사)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발표한 "2005년도 새터민 정착실태 연구"는 남한사회에 정착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종합적인 정착실태를 조사한 결과로써, 이들의 전반적인 남한사회 적응실태에 대해 알아보는데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자료를 중심으로 북한이탈주민의 남한사회 적응실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조사에 참여한 1,336명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이들 중 취업자는 466명으로 경제활동인구의 70.3%를 차지하고 있으며, 실업자 비율은 29.7%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북한이탈주민의 취업률이 70.3%에 불과하다는 것은 남한주민들의 평균이 90% 이상인 것과 비교할 때 열악한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취업자 466명 중 남성 213명, 여성 253명으로 여성 취업자 수가 더 높게 나타나고 있으나, 조사대상자 중 여성의 비율이 59.7%로 높다는 것을 고려하면 여성의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의 고용형태를 살펴보면 정규직원 114명(24.5%), 임시근로자 130명(27.9%), 일용근로자 222명(47.7%)로 조사되어 정규직 비율이 낮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고용형태를 성별로 분석해 보면 정규직에서 여성의 비율이 16.2%로 남성 34.3%보다 낮게 나타나고, 일용근로자의 여성 비율은 57.7%로 남성 35.7%보다 높다.


북한이탈주민의 주관적인 건강 인식을 통해 이들의 건강수준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49.0%가 자신의 건강수준을 건강하지 못하거나 매우 건강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였는데, 이는 자신의 건강 수준을 건강 또는 매우 건강하다고 응답한 비율인 25.0%보다 두 배 가량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건강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단지 주관적인 판단이라기보다는 실제 질병을 앓고 있는 것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건강에 관해 응답한 응답자는 1,198명이고, 지난 1년 동안 앓은 질병을 선택한 수를 합하면 2,378개로, 한 명당 평균 2개 가량의 질병을 앓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반 남한 주민의 경우 개인당 평균 만성질환 수가 1.1개인 것을 볼 때, 북한이탈주민은 일반 남한 주민에 비해 2배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신적인 건강은 신체적인 건강 못지 않게 안정적인 정착에 영향을 주는데, 북한이탈주민의 경우 북한에서 사는 동안은 물론이고 탈북 과정에서 경험한 충격적인 사건들로 인해 정신건강 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66.4%가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였고,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 중 87.2%가 충격적 사건으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와 고통을 받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이와 같이 북한이탈주민들의 한국사회 적응 수준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주된 요인은 남북한의 사회 경제적 차이로부터 발생하는 것이지만, 신체적ㆍ정신적 건강문제, 사회적응 프로그램의 미비, 그리고 정부의 시혜적인 지원정책으로 인한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적응의지 부족을 들 수 있다.


4. 북한이탈주민 지원정책 전환을 위한 사전 검토사항


북한이탈주민의 한국사회 적응수준을 높이고 이들의 조기 정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현재까지 제기된 문제점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정책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의 성격을 합리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한국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의 이미지를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지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먼저, 북한이탈주민 성격의 복합성과 변화 가능성이다. 최근 입국하는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의 정치적 박해와 경제 붕괴, 그리고 중국의 체포위협과 송환시 처벌 때문에 ‘난민적 성격’과 ‘이주자’의 성격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으나, 점차 난민의 성격은 낮아지고 ‘이주자’ 성격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북한이탈주민이 한국사회의 ‘생산적 기여자’로 인식되도록 이미지 제고 전략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탈주민은 점차적으로 보호와 시혜적 대우보다는 자립과 자활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생산적 기여자’가 되도록 정책 방향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북한이탈주민 수용과 조절에 대한 기본원칙의 설정이다. 정부는 북한이탈주민 전원수용 원칙에 따라 국내 입국하는 북한주민을 모두 수용하고 있으며, 재외공관에 진입하여 실제적으로 정부의 보호가 가능할 경우 해외에서도 북한이탈주민을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이후 재외공관이 탈북자의 한국행 주요 통로가 되면서 한국정부는 체류국 정부와의 교섭, 임시보호와 신분확인 등을 사유로 재외탈북자의 한국행 입국 시기와 규모 등을 상당 수준 조절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확보하였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한국행 희망 북한이탈주민의 한국행을 명시적으로는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규모에 대해서는 상당 수준 조절함으로써 국내 조사기관과 사회적응훈련기관, 관련 재정적 부담 등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해가고 있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과 관련 인력의 증원, 그리고 예산 증액 등을 통하여 북한이탈주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일정 수준 조절자의 기능을 유지할 것인지 우선적인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5. 생산적 기여자와 환영받는 이주자로서의 재활방안


북한이탈주민의 적응과 한국사회 정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될 수 있으나, 우선적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통일기금조성 또는 남북협력기금 사용을 통한 안정적 재원확보가 필요하다. 대규모 탈북 또는 일시적 대규모 유입의 경우 정부의 비탄력적인 예산으로서는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북한이탈주민 관련 예산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별도의 통일기금을 조성하여 독립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재외 체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 이들의 실제적 보호를 위해서는 체류국과의 외교적 노력 증대와 함께 UN과 UNHCR 등 국제기구와 국제적십자사 등 국제적 NGO들의 참여와 지원을 제도화하도록 명문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해외 지역에서 서신, 전화 또는 대리인에 의한 보호신청을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중국과 같이 북한이탈주민과의 접촉을 불허하는 경우 실효성을 갖기 어렵지만 그 외의 지역에서는 상당 수준 실제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해외에서 보호 신청한 경우 입국 전까지의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넷째, 북한이탈주민의 자립과 자활 강화를 위하여 노동가능 취업자와 비취업자의 실질소득 차이를 확대해야 한다. 기존 제도의 경우 노동능력을 갖고 있더라도 취업자와 비취업자의 실질소득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탈주민의 취업의지를 제고시키는데 한계가 있으며, 이는 자립과 자활의지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기능하고 있다.


다섯째, 주무부서 적정성을 검토하고 지원체계를 보완해야 한다. 현재 북한이탈주민 주무부서는 통일부이지만 통일부의 경우 남북관계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기획부서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역단위 하부 조직을 갖고 있지 않으며, 북한이탈주민 문제는 남북 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영역이다. 또한 이들의 사회적응은 노동, 교육, 복지, 행정 등이 주된 영역이기 때문에 정부 주무부서의 적정성에 대한 검토와 업무의 역할분담 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민간주도 또는 민관협동형 모델의 강화이다. 북한이탈주민 사회적응을 위한 프로그램 기획, 집행 등에 있어서 민관협동 및 민간 고유 활동에 대한 제도적 지원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북한이탈주민 관련 기존 정부 영역 중 민간에 이양 또는 위탁할 수 있는 분야를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민간 위탁 부분을 확대해야 한다.


일곱째, ‘생산적 기여자’, ‘환영받는 이주자’로의 인식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북한이탈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주민, 직장동료, 학교 동료, 담당교사 등을 대상으로 인식을 전환하는데 필요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통일교육원, 민간단체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하도록 제도를 갖추어야 한다.


여덟째, 가족관계, 상속 문제(재산권)의 통일준비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다. 현재 북한이탈주민의 혼인을 위한 이혼 특례 규정이 신설되었으나, 그 외에 분단으로 인한 가족관계와 상속문제 등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법률적 수요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거주자에게 상속 등이 가능하도록 법적 조치가 추가될 필요가 있다.


윤여상 /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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