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 제도에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고 있다. 전통시장의 매출 증대라는 명목으로 커진 온누리 상품권 발행 예산은 2024년 기준 5조 5,000억원 규모로 엄청나다. 2023년 결산을 보면, 약 1조원의 국고가 상품권 발행 및 운영에 사용되었는데 이중 대략 절반의 예산이 온누리상품권으로 쓰인 셈이다.
세금을 투입한 온누리상품권이 과연 우리 경제에 도움을 주는지는 의문이다. 주된 사용처인 전통시장 점유율은 매년 감소한다. 이커머스 플랫폼과 비교할 때 품목의 양과 질, 배송 속도 등 모든 부분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며 온누리상품권의 소비자 효용성은 갈수록 뒤처진다.
숨겨진 비용도 만만치 않다. 온누리상품권 발행과 관리에 들어가는 행정 비용이 엄청나다. 운영비에만 약 1조원 이상의 국고가 들어가고 그 중 절반가량이 상품권 관리 및 운영과 관련된 행정비인 셈이다. 발행과 유통, 직원 인건비와 시스템 유지보수 비용이 비대한 셈이다.
부정사용 사례도 빈번하다. 일부 상인들이 상품권을 할인해 현금화하려는 시도가 반복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과 유지비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부정사용 방지 시스템에 투입되는 예산은 온누리상품권이 원래 목표했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품권을 요령있게 활용해서 이득을 얻으려는 사람들을 위해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정책당국은 상품권이 잘 팔리고 규모가 커졌다며 자화자찬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공적인 것이 아니다. 사회적 편익을 높이지 못하고 특정 집단에게 혜택을 제공한 것일 뿐이다. 잘못된 인센티브를 정책에 포함하고 그 부담을 국민이 세금으로 부담하게 하는 방식이라서 행정실패이다.
하석상대(下石上臺)라는 말이 있듯이, 온누리상품권이 전통시장의 매출을 일부 높일 수는 있어도 지속 가능성은 없다. 특히, 소비자들은 더 편리한 쇼핑을 원한다. 변화된 소비 패턴에 비추어 볼 때, 온누리상품권은 소비자의 자연스러운 선택을 왜곡하고 재정을 낭비한 것이다. 상품권을 통해 이득을 얻는 상인과 여기에 소외된 상인을 차별하는 것도 문제이다. 특정 장소나 특정 업종 또는 사업장 규모를 통해 차별하는 것은 올바른 행정 방식이 아니다.
온누리상품권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온누리상품권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각종 상품권 제도는 실패한 정책들이다. 투입되는 세금이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목표에는 효과가 없고 세금만 낭비하는 것이라면 이제 중단하거나 대폭 수정되어야 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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