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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도 우려하는 집단소송법

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4-27 , 한스경제

2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집단소송법 제정안의 법리적 쟁점과 오남용 방지 대책 세미나’는 최근 정치권에서 속도를 내고 있는 집단소송법 논의를 둘러싼 우려를 집약적으로 드러낸 자리였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과 자유기업원이 공동 주최한 이번 세미나는 법학계와 실무 전문가들이 참여해 제도의 방향성과 부작용을 집중 점검했다.


집단소송제는 다수 피해자를 효율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 취지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문제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제정안이 그 취지를 넘어서는 방식으로 설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소급 적용 허용, 적용 범위의 전면 확대 등은 기존 법체계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세미나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지적된 부분은 '소급 적용’이다. 일부 법안은 법 시행 이전 사건까지 집단소송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헌법상 소급입법 금지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학계에서는 이런 조항이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리고 법적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종료된 행위에 대해 새로운 책임을 묻는 구조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규칙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소송 남발’ 가능성이다. 집단소송이 전 산업으로 확대되고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에게도 판결 효력이 미치는 '옵트아웃’ 방식이 도입될 경우 소송 유인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세미나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특정 기업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대규모 손해배상 위험이 상시화될 경우 기업 경영이 위축되고 특히 대응 역량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은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논쟁에서 특히 주목할 지점은 중소·벤처기업의 입장이다. 대기업과 달리 법무 인력과 대응 자원이 제한된 중소기업은 집단소송의 1차적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크다. 집단소송은 '한 번의 패소’가 기업 존속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다. 세미나에서도 수백억원 규모의 배상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즉각적인 경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는 개별 기업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창업 생태계 전체의 리스크로 이어진다. 투자 위축, 혁신 지연, 신규 진입 감소 등 연쇄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의는 법 내용뿐 아니라 입법 과정 자체에 대한 문제로도 확장된다. 현재 다수당 주도로 추진되는 법안이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세미나와 공청회에서 드러난 것처럼 학계와 산업계에서 우려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영한 수정 논의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정책 결정 과정의 균형성과 숙의 부족 문제로 이어진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번 입법이 특정 기업을 겨냥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플랫폼 기업을 둘러싼 규제 논의가 한미 통상 이슈와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법 제정이 산업 경쟁력과 외교적 파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경우 집단소송법은 단순한 사법 제도가 아니라 산업 정책이자 통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집단소송법은 피해자 보호와 기업 활동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대표적 제도다. 이번 세미나가 보여준 것은 '도입 여부’보다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중소·벤처기업 관점에서 보면 현재 논의 구조는 리스크 관리 장치가 충분히 갖춰졌다고 보기 어렵다. 소급 적용, 무제한적 적용 범위, 옵트아웃 구조 등 핵심 요소에 대한 정교한 조정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제도의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입법은 속도 경쟁이 아니라 신뢰 구축 과정이다. 산업 생태계의 균형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재정렬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