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효과는 왜 생기나?

김정호 / 2020-08-11 / 조회: 7,887


김정호_2020-23.pdf

동영상 보기▶ https://youtu.be/Pk5C5xex4j0


오늘은 풍선효과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곳의 부동산 가격을 눌렀더니 다른 곳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입니다. 정치인들, 시민단체에서 좀 아는 체하는 사람들은 부동산의 돈이 주식 같은 곳으로 가서 산업자본이 되길 기대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부동산이 아니라 주식에 투자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돈이 다른 부동산으로 흘러가서 풍선효과가 생겨나곤 했습니다.


풍선효과는 규제에서 시작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입니다. 예를 들어 20억의 재산을 모은 사람이 있다고 해보지요. 이 사람은 20억짜리 아파트 한 채를 자가점유할 수도 있지만 거주용은 10억짜리로 하고 나머지 10억으로는 5억짜리 두 채를 사서 세를 놓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임대주택 공급도 이뤄지는 것이죠. 그런데 보유세 강화 등 여러가지 규제를 통해서 아예 다주택자를 실질적으로 금지했다고 해보죠. 그러면 이 사람은 5억짜리 두 채를 처분해야 합니다. 처분대금으로 주식을 사자니 불안하고, 그래서 결국 기존 주택과 합쳐 20억짜리 집을 구입하게 될 것입니다. 즉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됩니다. 고가의 주택일수록, 고가의 주거지일수록 가격이 높아지게 됩니다. 특히 고가의 주택일수록 공급을 규제하는 현 정부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강남의 고가 아파트 가격이 끝없이 오르는 현상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고급주택 지역 가격이 반드시 올라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음 그래프는 지난 30년 동안의 주택 가격 변화를 보여줍니다. 가장 비싼 강남 아파트가 630% 올랐는데 강북의 연립은 1.74, 즉 74%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1990년에 1,300원 하던 짜장면 값이 지금 5,000원이 됐으니 300% 올랐습니다.1 그런데 강북의 연립주택은 74% 올랐으니까 엄청나게 떨어진 거죠. 비싼 집일수록 많이 오른 겁니다.

 


고가의 아파트일수록 더욱 비싸지는 이 현상의 첫 번째 원인은 고급 주거지의 공급을 차단해온 정책입니다. 하지만 다주택 소유에 대한 심한 규제로 인해 고가의 1주택, 소위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도 공급 부족 못지 않게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해왔습니다.


왜 여유 자산이 주식으로 안 가고 자꾸 부동산으로 쏠릴까요? 가장 큰 이유는 주식 같은 금융자산 투자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경제 성장의 결과 한국인들의 재산이 크게 늘었습니다. 또 정부가 돈을 많이 풀기 때문에 유동성도 늘어 왔습니다. 그렇게 생겨난 여유돈을 어딘가에는 투자해야 하는데 그 대안은 부동산을 빼면 예금, 펀드, 채권, 주식 이런 것들이죠. 이 중에서 예금과 채권은 금리가 너무 낮아서 매력이 작습니다. 나머지는 주식과 부동산인데 주식은 불안합니다.


애널리스트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해야 하는데, 들을 땐 그럴 듯하지만 지나고 보면 매수 추천만 하지 매도하라는 말은 거의 안 합니다. 그런 사람의 분석을 액면대로 믿을 수 없습니다. 펀드에 넣을 수도 있겠지만 라임 사태, 옵티머스 사태 같은 사기성 사건들이 계속 터집니다.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가 잘 늘지 않는 것은 금융자산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업계의 사람을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수익을 내면서도 제일 믿을 만한 것이 직접 실물을 확인할 수 있는 부동산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아파트가 그렇습니다. 집에 들어가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표준화되어 있어서 거래가 원활하고 환금성도 좋습니다. 그래서 한국인은 여유 돈이 생기면 아파트를 구입합니다.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소위 갭투자도 그래서 등장합니다.


한국인의 부동산 선호 현상은 통계로도 드러납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2019년 국민대차대조표를 보면 한국인의 순자산 중에서 85%가 부동산입니다.2 금융자산은 15%밖에 안됩니다. 2000년에 부동산 비중이 83%였는데 그 때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미국은 금융자산이 75%이고 부동산이 25%입니다.


한국인은 돈 모아서 거주용 아파트 하나 구입하고, 여유 돈 생기면 상가를 사거나 갭투자라는 것을 통해 다주택자가 됩니다. 나쁜 것이 아닙니다. 그 덕분에 지방의 미분양을 해소하고 전세 공급이 이루어집니다. 주식투자가 기업의 생산활동에 자금을 공급하듯이 주택 투자 역시 새로운 주택 건설에 자금을 공급합니다. 주택 투자가 없다면 새 주택의 공급도 힘을 잃을 것입니다.


은퇴자들 중에 다주택자 보유자가 많습니다. 평생 열심히 벌어서 재산이 좀 생겼으니 잘 운영을 해야 합니다. 주식은 불안하고 역시 임대업이 가장 마음이 놓입니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은퇴자가 다주택 소유자이면서 임대주택 공급자인 사람이 많습니다.


시장의 구조가 이런 상황에서 다주택을 규제하니 갭투자는 사라지고, 고가의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몰려서 풍선효과가 나타납니다. 장기적으로는 지방의 미분양이 증가할 것입니다. 분양 받으려는 수요가 적어지니 새로 짓지도 않을 겁니다. 그만큼 전월세 주택의 공급도 줄어들겠죠.


두 번째 풍선효과는 고가 주택 지역에 대한 거래 규제에서 시작됩니다. 조정지역, 투기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으로 지정되면 거래가 어려워집니다. 자금조달계획서며 세무조사며 해서 귀찮은 게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수요자들은 그 지역을 피해서 차상위 지역의 아파트를 찾게 됩니다. 특히 투자 목적이 강한 사람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수요가 증가한 차상위지역의 가격도 오르게 됩니다. 인기 지역을 눌렀더니 차상위 인기지역 가격이 올랐습니다. 그야말로 풍선 한 쪽을 눌렀더니 다른 쪽이 튀어 오르는 모양새입니다. 강남을 누르니까 마용성이 튀어 올랐고, 서울을 누르니까 수원 아파트 값이 튀어 올랐습니다.


세 번째 풍선효과는 대출 규제 때문에 생깁니다. 12·16 대책에서 15억 이상의 주택은 아예 대출을 금지했고 9억~15억 주택은 LTV를 40%에서 20%로 줄였습니다. LTV는 Loan to Value의 약자인데요. 주택가격에 대한 대출금 비율 상한을 말합니다. 그런데 9억 이하의 주택은 LTV 40%를 줄이지 않았습니다. 선별적 대출 규제는 상대적으로 대출받기가 쉬운 9억 이하의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늘렸고, 가격도 상승했습니다. 규제 대상인 9억 이상 아파트의 수요를 줄이고 끝난 것이 아니라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늘렸다는 측면에서 이것 역시 풍선효과입니다.


결론적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인들의 강한 부동산 선호 성향 때문입니다. 재산 형성 또는 재산 보전을 주식이나 채권이 아니라 부동산으로 하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 종류의 부동산을 누르면 그와 비슷한 다른 부동산의 값이 오르게 됩니다.


늘어난 재산, 늘어난 통화량이 주식으로 가려면 애널리스트나 펀드 매니저들이 실력과 더불어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정직해야 한다는 말이죠. 라임이나 옵티머스 같은 사태가 사라지지 않는 한 어렵습니다. 또, 마냥 매수 추천만 하는 상황에서는 주식을 믿기 어렵죠. 떨어질 것 같으면 매도하라고 추전을 할 수 있을 때에 사람들은 그들을 믿게 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인의 정직성은 아직 멀었습니다. 부동산의 대안이 이러하니 누구든 자기 재산을 지키려면 부동산을 가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으니 어쩌라는 말입니까? 주식 투자해서 손해 나면 대통령이 책임질 겁니까? 사정이 이런 데도 부동산 규제는 끝없이 강화될 것이고 풍선효과 역시 끝없이 이어질 겁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 겸임교수




* 이 글은 2020.8.4 <김정호의 경제TV>로 방영된 <풍선효과, 안 없어지는 이유. 한국인 왜 부동산에 집착하나. 증권사 애널리스트와의 관계.>의 텍스트입니다.



1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2060674&memberNo=82030

2 https://www.bok.or.kr/portal/bbs/P0000559/view.do?nttId=10059358&menuNo=200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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