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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제의 이면, 규제 중첩과 과잉책임

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8-26
  • 이슈와자유 제29호, 집단소송제의 이면, 규제 중첩과 과잉책임.pdf

1. 서론: 집단소송제 확대 추진과 핵심 쟁점


국회와 법무부가 집단소송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소비자 피해 분야를 중심으로 한 법안부터 손해배상청구 전반으로 확대하는 법안까지 복수의 집단소송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으며, 2026년 4월에는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와 제정 공청회가 이어졌다. 법무부도 8월 5일 하반기 업무계획에서 소액·다수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집단소송제 확대를 공식 추진과제로 제시했다.(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 2026; 연합뉴스, 2026.4.22.; 법무부, 2026.8.5)

소액의 동일·유사 피해가 다수에게 발생하는 사건에서 개별 소송만으로 충분한 구제가 어렵다는 문제의식은 타당하다. 집단소송은 소송비용을 낮추고 분산된 피해를 묶어 실질적인 배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제도의 효과는 적용범위, 소송 참여 방식, 시행 이전 사건에 대한 적용 여부, 증거수집 절차와 기존 제재체계와의 관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특히 현재 논의의 핵심은 집단소송 도입 그 자체보다 '어떤 집단소송을 도입할 것인가’에 있다. 박균택 의원안은 손해배상청구 전반으로 적용범위를 넓히고, 제외신고를 하지 않은 구성원 전체에 판결효력이 미치는 옵트아웃 구조와 법 시행 이전 사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도 새 절차를 적용하는 부칙을 두고 있다. 법원이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하거나 문서제출을 명할 수 있는 장치도 포함한다.(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 2026)


<표 1> 국회 주요 집단소송 법안 및 정부 추진 현황

구분

발의·추진

적용범위·핵심내용

진행상황

박주민 의원안

(2206276)

2024.12.6.

소비자기본법·제조물책임법·공정거래법·개인정보보호법 등 소비자 손해배상 중심

법사위 소위 심사

차규근 의원안

(2210550)

2025.5.19.

대표당사자 집단소송 도입, 집단피해의 일반적 구제

법사위 소위 심사

박균택 의원안

(2217322)·법무부

2026.3.9. / 8

손해배상청구 전반 확대, 옵트아웃, 시행 전 사유 적용 / 법무부 일반 집단소송 확대 추진

법사위 소위 심사·정부 추진

자료: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각 법안); 법무부(2026.8.5.)를 바탕으로 정리.

2. 집단소송제 확대안의 주요 변화


◩ 박균택 의원안: 손해배상 전반 확대·옵트아웃·소급적용이 결합


2026년 3월 9일 박균택 의원 등 32인이 발의한 「집단소송법안」(의안번호 2217322)은 현행 증권 분야에 한정된 집단소송제도를 손해배상청구 전반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동일·유사 원인으로 다수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구성원 1인 또는 수인이 소를 제기하고 법원이 대표당사자를 선임하도록 하며, 소송허가 결정 이후 집단 전체의 권리를 하나의 절차에서 다루도록 한다.(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 2026)

판결효력은 제외신고를 한 사람을 제외한 총원에게 미치는 옵트아웃 방식이다. 또한 법원이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고 관련 문서의 제출이나 송부를 명할 수 있으며, 부칙은 법 시행 이전에 생긴 사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도 새 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세 요소는 피해구제의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의 잠재책임과 소송비용을 크게 바꿀 수 있는 핵심 장치다.(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 2026)


<표 2> 박균택 의원안의 주요 제도 변화

구분

현행·현재

박균택 의원안

적용범위

증권관련 집단소송 중심

손해배상청구 소송 전반

소송수행

증권 분야 대표당사자 소송

구성원 1인 또는 수인이 제기, 법원이 대표당사자 선임

판결효력

증권 집단소송에 한정

제외신고를 하지 않은 총원에 효력(옵트아웃)

증거수집

일반 민사절차 및 개별 특례

법원의 직권 증거조사·문서제출명령 가능

시행 이전 사건

새 일반 집단소송 절차 없음

시행 이전에 생긴 사유의 손해배상청구에도 적용

자료: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 「집단소송법안」(박균택 의원 등 32인, 의안번호 2217322, 2026.3.9.).

◩ 법무부: '소액·다수 피해자들을 위한 집단소송제 확대’ 공식화


법무부는 2026년 8월 5일 하반기 업무계획에서 '소액·다수 피해자들을 위한 집단소송제 확대’를 국가정상화 과제로 제시했고, 이후 공개한 하반기 추진방향에서도 집단소송제 확대를 재확인했다. 따라서 집단소송제는 개별 의원입법을 넘어 정부 차원의 제도개편 의제로 올라온 상태다.(법무부, 2026.8.5.; 법무부, 2026.8.11)

정책목표가 피해구제 강화라면 제도 설계는 그 목표에 필요한 범위에서 비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손해배상 범위 확대, 옵트아웃, 소급적용, 증거수집 강화가 동시에 결합될 경우 각각의 제도효과보다 기업이 체감하는 총 법적 위험이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3. 소급적용: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의 문제

◩ 새로운 집단소송 절차를 과거 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가장 먼저 재검토해야 한다


박균택 의원안의 부칙은 법 시행 이전에 생긴 사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도 새 집단소송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한다. 4월 국회 공청회에서도 소급적용 여부는 핵심 쟁점이었고, 전문가 진술에서는 과거 사건에 새로운 절차를 적용할 경우 기업과 이해관계자의 예측가능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 2026; 연합뉴스, 2026.4.22.)

기업은 행위 당시의 법과 소송제도를 전제로 책임보험 한도와 충당금, 계약조건, 가격, 투자계획을 설정한다. 과거에는 개별소송을 기준으로 계산했던 사건이 사후적으로 옵트아웃 집단소송의 대상이 되면 실체법상 위법성은 같더라도 실제 청구 규모와 소송비용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책임을 면제하는 문제가 아니라 행위 당시 예측할 수 없던 절차적 위험을 사후적으로 확대하는 문제다.

소급적용을 배제한다고 과거 피해의 구제수단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민법상 손해배상청구와 분야별 손해배상제도, 분쟁조정, 행정제재 등 기존 제도는 계속 작동한다. 새로운 일반 집단소송 절차는 시행 이후 발생한 원인행위부터 적용해 기업과 보험시장에 준비기간을 부여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과 책임원칙을 함께 지키는 방안이다.(국가법령정보센터, 「개인정보 보호법」;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표 3> 소급적용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경로

행위 당시 법·소송제도 책임보험·충당금·가격·투자 결정

새 일반 집단소송법의 소급 적용 예상하지 못한 대규모 집단청구 가능성

옵트아웃·증거수집 강화와 결합 잠재 책임총액·소송비용 확대

장기투자·계약의 예측가능성 저하 법적 안정성 훼손 우려

자료: 박균택 의원안 부칙 및 국회 공청회 논의를 바탕으로 자유기업원 작성.

4. 옵트아웃: 피해구제와 책임의 자동확대

◩ 옵트아웃은 참여비용을 낮추지만 잠재 책임규모를 빠르게 확대하는 강한 장치다


박균택 의원안은 확정판결의 효력이 총원에 미치되, 정해진 기간에 제외신고를 한 구성원에게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도록 한다. 소송에 적극적으로 참가 의사를 밝힌 사람만 묶는 옵트인과 달리 옵트아웃은 별도로 빠지지 않는 한 잠재 피해자 전체가 집단에 포함되는 구조다.(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 2026)

이 방식은 소액 피해자가 소송 참여절차를 밟지 않아도 구제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플랫폼·통신·금융·여행 등 단일 사고에서 피해자가 수십만~수백만 명으로 형성될 수 있는 산업에서는 1인당 배상액이 작더라도 기업의 총 책임이 급격히 커진다. 손해의 동질성과 인과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단의 규모가 먼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신중히 볼 필요가 있다.


<표 4> 옵트인(Opt-in)과 옵트아웃(Opt-out) 비교

구분

옵트인(Opt-in)

옵트아웃(Opt-out)

참여방식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참여 의사를 표시

제외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자동 포함

구제 접근성

참여 절차가 필요해 일부 누락 가능

소액 피해자까지 폭넓게 포함 가능

소송규모

실제 참여자 중심으로 형성

잠재 피해자 전체로 빠르게 확대 가능

기업 예측가능성

상대적으로 높음

소송허가 단계부터 잠재 책임규모가 크게 확대될 수 있음

자료: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2026); Nagy(2019)를 바탕으로 정리.

◩ 대규모 개인정보 사건에서는 1인당 소액배상도 기업 존립을 좌우할 규모가 될 수 있다


아시아경제는 고객 약 306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모두투어 사건에서 법원이 1·2심에서 일부 원고에게 1인당 10만 원의 위자료를 인정한 사례를 들어, 같은 금액을 306만 명에게 단순 적용할 경우 3,060억 원으로 확대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보도 당시 제시된 모두투어의 전년도 영업이익 74억 원의 약 41.4배, 자기자본 925억 원의 약 3.3배 규모다.(아시아경제, 2026.8.12.)

물론 실제 집단소송의 배상액은 위법성, 과실, 피해 정도, 2차 피해, 소송허가와 손해산정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이 사례는 특정 기업의 책임을 줄이자는 근거가 아니라, 옵트아웃 구조에서 피해자 수가 책임총액에 미치는 비선형적 효과를 보여주는 단순 비교로 이해해야 한다.

5. 미국과 한국의 규제환경은 다르다

◩ 미국은 촘촘한 사전적 행정통제보다 사후적·사법적 민간집행에 상대적으로 더 큰 비중을 두어 왔다


미국의 집단소송을 한국에 그대로 이식할 때는 소송절차뿐 아니라 규제체계 전체를 함께 봐야 한다. 미국은 한국과 같은 광범위한 사전적 행정통제보다 위법행위가 발생한 뒤 민간이 소송을 제기해 손해배상과 억지효과를 달성하는 'private enforcement’가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집단소송, 광범위한 사전증거개시, 성공보수와 징벌적·3배배상 등은 이러한 사후적 사법통제를 작동시키는 제도적 환경과 함께 발전했다.(Rathod & Veheesan, 2016; Nagy, 2019)

비교법 연구는 미국의 민간소송이 개인적 피해보상을 넘어 공적 집행을 보완하는 'private attorney general’ 기능을 수행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미국에서 집단소송은 정부의 사전규제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단순히 추가된 소송수단이라기보다, 사후적 민간집행이 기업규율의 중요한 축을 맡는 제도환경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Nagy, 2019)

◩ 한국은 이미 기업활동의 앞단부터 촘촘한 사전규제와 강한 행정제재가 작동한다


한국에서는 사업 진입과 운영 과정에서 인허가·신고, 영업행위 규제, 감독·검사, 정보보호·공정거래 의무 등 다양한 사전규제가 작동한다. 위반이 발생하면 과징금·시정명령·과태료·형사제재가 이어질 수 있고, 민사책임에서도 개인정보보호법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해 손해액의 최대 5배, 하도급법은 위반유형에 따라 손해액의 최대 3배 또는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국가법령정보센터, 「개인정보 보호법」 제39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5조)

이러한 체계에 미국식 집단소송이라는 강한 사후책임 수단을 추가하면 규제 공백을 보완하는 효과보다 사전규제·행정제재·배액배상·집단소송이 중첩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해외 제도의 일부만 떼어 이식하기보다 한국의 기존 규제총량과 사전·사후 통제의 조합을 함께 조정해야 하는 이유다.


<표 5> 미국과 한국의 기업규율 구조 비교

규율 단계

미국의 상대적 특징

한국의 특징·집단소송 도입 시 쟁점

사전단계

한국보다 사전적 행정통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음

인허가·신고·행위규제·감독 등 촘촘한 사전규율

공적 사후집행

연방·주 규제기관 집행과 민간집행이 병존

과징금·시정명령·과태료·형사제재 등 공적 집행

민간 사후집행

class action·discovery·punitive/treble damages 등 민간집행 비중 큼

분야별 배액배상·입증부담 완화·자료제출 제도 등이 이미 존재

일반 집단소송 추가

기존 민간 사후집행 구조의 핵심 장치

기존 사전·사후 규제 위에 추가될 경우 규제 중첩 우려

자료: Rathod & Veheesan(2016); Nagy(2019); 국가법령정보센터를 바탕으로 자유기업원 작성.

주: '상대적 특징’은 미국에 사전규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국과 비교해 규율수단의 상대적 비중과 작동방식이 다르다는 의미임.

6. 경제적 파급: 중소·혁신기업에 집중되는 위험

◩ 동일한 집단소송 위험도 기업 규모에 따라 감당능력이 다르다


집단소송의 부담은 최종 배상액에 그치지 않는다. 소송허가 단계부터 변호사 비용, 내부조사, 자료보존·제출, 보험료, 평판 하락, 거래상대방의 위험회피가 함께 발생한다. 대기업은 법무조직과 보험·충당금으로 일부 대응할 수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은 소송의 최종 승패가 확정되기 전부터 유동성 부담과 경영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 있다.

정보보호 대응역량에서도 기업 규모별 격차가 확인된다. 「2024 정보보호 실태조사」에서 정보보호 정책 보유율은 종사자 250명 이상 기업이 98.7%인 반면 10~49명 기업은 48.9%였다. 정보보호 조직 보유율도 250명 이상 기업은 87.0%, 10~49명 기업은 26.2%로 큰 차이를 보였다.(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2025)


<표 6> 기업 규모별 정보보호 정책·조직 보유율(2024)

기업규모

정보보호 정책 보유율

정보보호 조직 보유율

10~49

48.9%

26.2%

50~249

58.7%

60.4%

250명 이상

98.7%

87.0%

자료: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2025), 「2024 정보보호 실태조사」. 조직 보유율은 전담·겸임·위탁/외주 조직을 합산한 수치.

◩ 과도한 법적 불확실성은 혁신과 시장진입을 보수적으로 만들 수 있다


AI·플랫폼·데이터 기반 서비스처럼 많은 이용자와 동시에 연결되는 사업은 단일 사고가 대규모 집단피해로 번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기업이 새로운 서비스의 기대수익과 함께 최악의 법적 책임까지 계산해야 한다면 위험이 큰 혁신과 신규진입을 먼저 줄일 유인이 생길 수 있다. 책임을 면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책임의 범위와 절차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집단소송의 경제적 비용은 보험료, 준법·보안비용, 법률비용을 통해 가격과 서비스 조건에 일부 반영될 수 있다. 따라서 제도 성과는 소송건수나 배상총액만으로 평가하기보다 실제 피해회복, 소송기간, 중소기업 생존, 신규진입, 혁신과 소비자가격에 미친 영향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 첫째, 소급적용은 배제하고 시행 이후 원인행위부터 적용해야 한다


새로운 일반 집단소송제는 시행 이후 발생한 원인행위부터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피해자의 실체적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소송이라는 새로운 절차적·경제적 위험을 사전에 알리고 준비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법적 안정성 장치다.


◩ 둘째, 전면적 옵트아웃보다 옵트인 또는 제한적 옵트아웃으로 시작해야 한다


처음부터 모든 손해배상 영역에 옵트아웃을 적용하기보다 피해의 동질성과 손해산정의 공통성이 높은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운영하거나 옵트인 중심으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시행 이후 참여율, 실제 구제금액, 소송기간과 기업 준법비용을 공개하고 그 성과를 토대로 확대 여부를 판단하는 단계적 접근이 합리적이다.

◩ 셋째, 소송허가와 증거수집 단계에서 법원의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


집단 전체를 하나의 소송으로 묶는 것이 개별소송이나 분쟁조정보다 실제로 효율적인지 공통성·대표성·우월성을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 문서제출과 직권 증거조사도 정보비대칭 해소에 필요한 범위로 한정하고 영업비밀, 개인정보, 제3자 자료에 대한 비밀유지와 목적 외 사용 금지장치를 갖춰야 한다.

◩ 넷째, 기존 과징금·배액배상·형사제재와의 중복조정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동일한 행위에 행정과징금, 형사책임, 배액배상과 집단소송이 동시에 작동한다면 전체 제재의 비례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이미 부과된 제재와 피해구제 노력을 고려하도록 하거나 관계 법률별 중복조정 기준을 명확히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 다섯째, 중소·혁신기업에 대한 사전 영향평가와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기업규모에 따라 집단소송 책임 자체를 면제하는 방식은 피해자 보호의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 대신 시행 전 규제영향평가에서 기업규모별 준법비용과 보험가능성을 분석하고, 책임보험·공제시장과 표준 보안·준법 가이드라인을 정비해 중소기업이 새로운 제도에 적응할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 결론: 기업책임 강화와 과잉책임은 다르다


집단소송제는 기업의 책임을 없애느냐 강화하느냐의 이분법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시장경제에서도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기업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하고, 개별 소송이 사실상 어려운 소액·다수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할 장치도 필요하다.

그러나 피해구제 강화가 소급책임과 자동적인 책임규모 확대, 기존 규제와의 중첩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특히 미국에서 집단소송이 사후적·사법적 민간집행의 중요한 수단으로 발전한 배경과 달리 한국은 이미 기업활동의 앞단에 촘촘한 사전규제가 있고 뒤에는 행정제재와 분야별 배액배상이 존재한다. 미국식 사후책임 수단만 추가할 것이 아니라 규제체계 전체를 함께 조정해야 한다.(Rathod & Veheesan, 2016; Nagy, 2019)

국회와 정부는 피해구제의 문은 넓히되 소급적용은 배제하고, 옵트아웃은 단계적으로 접근하며, 기존 제재와의 중복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기업의 책임은 분명해야 하지만 그 책임의 범위 역시 명확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 입법의 속도보다 제도의 균형이 먼저다.


◩ 참고자료
• 법무부(2026.8.5.), 「'일상을 안전하게, 변화는 확실하게’ - 법무부 2026년도 하반기 업무계획 보고」.
• 법무부(2026.8.11.), 「법무부 2026년 하반기 업무추진 방향」.
•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2024),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안」, 박주민 의원 등 14인, 의안번호 2206276.
•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2025), 「집단소송법안」, 차규근 의원 등 13인, 의안번호 2210550.
•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2026), 「집단소송법안」, 박균택 의원 등 32인, 의안번호 2217322.
• 국가법령정보센터, 「개인정보 보호법」 제39조.
• 국가법령정보센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5조.
•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2025), 「2024 정보보호 실태조사」.
• 연합뉴스(2026.4.22.), 「국회서 집단소송제 논쟁…“피해구제 필수”·“묻지마 소송 우려”」.
• 아시아경제(2026.8.12.), 「[집단소송, 과잉구제의 덫]① 사고 한 번에 中企 존폐 위기, 과거소환 '파묘법’이 온다」.
• Nagy, C. I.(2019), “Transatlantic Perspectives: Comparative Law Framing,” Collective Actions in Europe, Springer, pp.45-70.
• Rathod, J. & Veheesan, S.(2016), “The Arc and Architecture of Private Enforcement Regimes in the United States and Europe: A View Across the Atlantic,” University of New Hampshire Law Review, 14(2), 303-362.
※ 본 보고서는 2026년 8월 26일 현재 공개된 법안·정부자료 및 공개 문헌을 기준으로 작성했으며, 국회 심사과정에서 법안 내용과 적용방식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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