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자유경제: 진정한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길

이예찬 / 2020-12-08 / 조회: 442

흔히 북유럽 국가들은 높은 세금을 토대로 한 복지국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높은 세율에도 불구하고 덴마크와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기업이 활동하기 제일 좋은 곳으로도 꼽히기도 한다. 높은 세율은 국가 총생산량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비중을 높여 시장의 역할을 감소시킨다. 이에 자유시장의 부산물인 소비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소비가 주를 이루는 경제구조는 상대적으로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율이 높은 북유럽 국가들은 어떻게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북유럽 국가들의 과세 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높은 수준의 복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국가들의 주요 세수 대상은 기업이 아닌 국민이다. 스웨덴의 경우는 법인세의 최고세율이 22%다. 이는 현재 한국의 세율인 25%보다도 낮은 수치다. 법인세뿐만이 아니다. 시장규제 측면에서도 북유럽 국가들은 매우 자유주의적인 성향을 띈다. 고용시장은 매우 유연하여 시장의 수요에 맞게 기업들은 인재를 적시에 영입할 수 있으며, 매력적인 시장환경에 이끌려 유입되는 수많은 기업 덕분에 구직자들도 쉽게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낮은 법인세와 규제 완화가 만사는 아니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과도한 세금은 소비를 위축 시켜 결국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북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자본의 축적이 가능한 세금 구조를 만들어 해결했다. 우선 이 국가들의 소득세율은 상당히 높다. 노르웨이를 제외하고는 최고세율이 50% 이상을 넘는 국가들이 대다수다. 이에 소득이 평균소득의 1~2배만 되더라도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반면에 미국의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기준은 8.5배이며 한국은 7.4배다. 이를 통해 사실상 대다수의 국민이 최고세율을 부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충분히 과도한 과세체계라고 여겨질 수 있지만 조금만 자세히 살펴본다면 이러한 구조가 자유시장과 그에 따른 자본의 축적을 존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구조는 정당한 노력을 통해 얻은 부를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시스템을 가정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부자를 착취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과세구조를 전제한다. 그러나 북유럽 국가들은 소득과 관련 없이 평균소득을 가진 사람들의 대다수는 최고세율을 부담한다. 이는 ‘착취’보다는 사회적 의무 부담의 ‘공유’를 전제한다. 물론 소득이 높은 사람이 부담하는 세금의 절대적 값은 더욱 클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공평하게 같은 세율을 부담한다는 것은 부자를 정죄하기보다는 부자도 사회적 일원으로 평균 소득을 버는 사람들과 같은 정도의 부담을 지고 있다고 여기게 하여 사회적 계층화를 방지하고, 정당한 경쟁사회의 구축을 도모한다. 이에 더해 배당소득과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 또한 덴마크를 제외하면 미국과 비슷한 혹은 더욱 낮은 수준을 유지하여 경쟁을 통한 부의 축적, 그리고 공평한 사회적 의무부담 문화를 형성하며 높은 세율에도 자유시장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발전국가모델’을 기반으로 국가가 외국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대기업에 투자하고, 높은 법인세를 통해 투자의 배당을 얻는 구조를 통해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이는 낮은 소득으로 인해 높은 재정적 수요를 국민들을 상대로는 충족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민간자본의 유입이 본격화되며 정부보다는 기업의 역할, 즉 자유시장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와 동시에 국민의 소득 수준은 상승하여 국가 재정의 주요 원천은 기업에서 국민으로 전환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북유럽 국가들과 같이 법인세율은 낮추고, 소득세율은 높이는 추세가 2016년까지 지속하였다. 그러나 한국과 북유럽 국가들은 여러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우선 한국은 높은 소득을 가진 계층에 대한 소득세뿐만 아니라 양도세, 배당소득세 등 과도한 과세를 기반으로 상당히 착취적인 구조를 지향한다. 고소득 계층에게 더욱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이 구조는 오히려 사회적 계층화를 야기하고 해당 계층이 일종의 특권의식을 가지게 하여 갑질문화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킨다. 사회적 의무 부담의 ‘공유’가 아닌 ‘착취’를 전제로 한 시스템이기에 부당성을 느낀 고소득 계층은 적극적으로 탈세를 감행한다. 결국 공정한 경쟁과 이에 따른 부의 축적이 더욱 힘들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에 더해 8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하락하던 법인세율이 근 몇 년간 이례적으로 상승했다. 국민과 기업을 상대로 한 세율의 동반 상승은 필연적으로 자유시장의 원동력인 소비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이제 국가주도의 ‘발전국가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간자본의 역할이 정부보다 커지는 현 상황에서 국가의 역할은 앞으로도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 복지국가를 달성하고 싶다면 북유럽 국가들과 같이 자유시장경제를 존중해야 한다. 고소득 계층에 대한 ‘착취’ 보다는 사회적 부담의 ‘공유’를 지향해야 한다. 북유럽 국가들은 거의 모든 지표에서 세상에서 제일 평등한 국가들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들은 자유시장과 공정한 경쟁이라는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사회적 부담을 모두와 공유하고 자본의 축적을 허용했다. 결국 이들을 성공적인 복지국가로 만든 것은 근본적으로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절대적인 존중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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