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의 중계권 독점, 적자생존(適者生存)인가, 생태계 교란인가

조성진 / 2020-12-08 / 조회: 657

주말에 EPL(English Premier League) 경기를 시청해 본 경험이 있는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마음 편히 외출을 할 수 없는 시국에, 필자에게 주말 축구 경기는 척박한 공대 생활 속 가뭄에 단비와 같다. 한편, 최근 손흥민 선수의 가파른 상승세는 더 많은 EPL 시청자를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본래 축구 중계를 잘 시청하지 않는 필자의 아버지 역시 주말 새벽이 되면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찾고는 하신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채널을 통해 EPL을 시청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열 명 중 열 명 모두 '스포티비’라 대답할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오직 스포티비를 통해서만 EPL을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 - 21 시즌의 모든 해외 축구 생중계는 스포티비의 독점 생중계로 이루어진다. 이는 자유시장경제 하에 경쟁에서 승리한 적자(適者)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스포티비는 스포츠 중계의 생태계에서 다른 종들을 압도하였다. 그렇다면 스포티비는 어떻게 스포츠 중계 시장을 그들의 무대로 만들 수 있었을까? 필자는 스포티비가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때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른바 '3대 방송사’에 의한 스포츠 중계만을 접하던 시절, 스포츠만을 집중적으로 취급하는 방송사의 등장은 필자와 같이 스포츠를 사랑하는 시청자로 구성된 매니아 층을 확보하기 충분했다. 또한, 그들의 차별화된 전략은 단숨에 시청자들을 매료하였다. 시청자의 피드백을 반영한 중계진의 구성, 중계 경기 스펙트럼의 확대, 신속한 하이라이트 영상 업로드. 스포츠를 꾸준히 시청하는 사람들은 이를 당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포티비가 시장에 등장하기 이전을 생각해 본다면, 스포티비의 이러한 이례적인 서비스는 작은 혁신이라고도 볼 수 있다.


스포티비의 전략은 성공적이었고, 필자를 포함한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스포티비를 통해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게 되었다. 현실적으로 대형 방송사들은 방송 편성 및 예산 할애의 측면에서 스포츠 중계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 이 점이 스포티비의 높은 시장 점유율과 맞물려, 타 방송사들이 시장에서 이탈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원래부터 대다수의 소비자들을 점유하고 있었던 스포티비이지만, 이번 '독점 생중계’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처음 이 소식을 접하였을 때, 스포티비의 중계권 독점이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솔직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는 '독점’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한 안일한 생각일 뿐이다.


스포티비는 중계권 독점과 동시에 해외 축구 중계를 '전면 유료화’하였다. 어떠한 서비스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또한 희소 가치가 있는 해외 축구 주요 경기 '전경기 생중계’의 경우,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응당 지불해야 할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독점과 동시에 무료 서비스를 전면 유료화하는 것이 소비자의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회자되는 스포티비의 문제점은 비단 이것 만이 아니다. 본래 스포티비의 경쟁력은 그 '신속성’에 있었다. 새벽에 펼쳐지는 해외 축구 경기의 특성 상, 관심 있는 모든 경기를 생중계로 시청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스포티비는 양질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정형화된 형식에 따라 압축한 후 신속하게 업로드함으로써 소비자가 통학/통근 중에 편하게 시청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독점 이후 스포티비의 행보는 사뭇 다르다. 경기 종료 후 약 3시간 이내에 업로드 되던 영상이 12시간이 지나도 게시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더해, 종종 발생하는 새벽 시간대 서버 불안정 역시 소비자의 불만이 폭증하게 된 주된 이유 중 하나이다. 양질의 무료 서비스를 제공받던 소비자는 이제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서비스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했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기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결제를 할 수밖에 없다.


스포티비의 중계권 독점은 수학적으로 열 명 중 열 명의 시청자를 확보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필자의 주변을 둘러보면 스포티비는 절반이 넘는 소비자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 필자를 포함한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이제 다른 매체를 물색하고 있다. 한국어 해설을 포기하고서라도 해외 무료 중계 사이트를 이용한다는 것은 스포티비가 책정한 가격이 적합하지 않음을 반증한다. 유료화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닌, 유료화에 상응하는 서비스의 부재를 지적하고 싶다. 스포티비의 서비스 유료화가 소비자의 주머니를 약탈해가는 것이 아닌 개선된 서비스에 대한 '로열티’가 되었으면 한다.


어떤 식당의 단골손님이 되어 본 적이 있는가? 필자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단골식당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단골 손님에게 더 신경을 써주는 경우와 단골손님은 이미 확보한 소비자로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 후자의 경우 어느 순간부터 단골손님은 그 식당을 찾지 않게 된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그 식당에 재방문하는 것을 더욱 꺼리게 된다. 이와 같이 한 번 등을 돌린 소비자가 다시 돌아오게끔 하는 것은 새로운 소비자를 시장에 끌어들이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자유 시장경제 하에서 스포츠 중계 시장은 언제나 열려 있다. 현재는 생태계를 점령한 스포티비이지만, 언제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할지 모른다. 새로운 경쟁에서 스포티비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더라도, 이미 실망한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더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경쟁에서 승리한 이후의 안일한 대처는 향후 새로운 경쟁에서의 도태를 향한 지름길이다. 


흔히 생태계는 재생(再生)능력이 있다고 한다. 생태계를 점령한 종(스포티비)이 생태계의 균형(소비자의 권익)을 저해하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 대가는 새로운 경쟁자 및 소비자에 의해 행해지는데, 이는 자유 시장경제의 섭리이기도 하다. 스포티비의 중계권 독점이 자유 경쟁에 의한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결과일 뿐인지,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판단은 잠시 유보하고자 한다. 이미 한 번 혁신을 이루어 냈던 그들이기에, 하루 빨리 정상 궤도로 돌아와 또 한 번 참신한 서비스로 소비자를 감동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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