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회사가 아니다

이석주 / 2020-12-04 / 조회: 512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소위 '서울페이’를 공약으로 내세운 이후로, 공공기관이 시장에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서울·울산 등 많은 지자체들은 이미 제로페이 같은 간편결제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배달서비스에까지 손을 대는 중이다.


그러나 세금을 들인 만큼 서비스가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례로 2018년 12월부터 2020년 7월까지의 제로페이 결제금액 중 75%가 정부와 지자체의 상품권 사용금액이었다. 즉, 재난지원금 사용이 제로페이 결제의 대부분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공배달 서비스도 이용실적이 미미하다. 세금을 들여 수수료 감면이나 비용 환급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시장참여자로서의 공공기관 서비스가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공공기관은 경쟁하지 않는다. 혹자는 간편결제서비스와 배달서비스 등에는 수많은 경쟁자가 있지 않은가 하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의 조직생리에 대해 생각해 보자. 서비스공급을 통한 이윤창출이 조직의 생존과 관련된 민간기업과는 달리, 공공기관의 생존은 이윤창출과 관련이 없다. 공공기관은 세금을 바탕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윤의 많고 적음에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굳이 시장에서 경쟁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공급자가 많은 시장에 참여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는 있지만, 경쟁은 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경쟁의 압력이 없기 때문에 서비스는 형편없다. 경쟁의 부재에서 오는 '할 거면 하고, 말 거면 말아’식의 치열함이 없는 태도 때문에 현재 서울시의 공공배달앱은 가맹점을 거의 유치하지 못했다. 제로페이 역시 민간기업의 간편결제 서비스에 비해 사용절차가 번거로워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쓸 이유가 없다. 경쟁의 압력이 없는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산 가능한 최대한의 기술력이나 서비스를 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이를 경제학적으로 표현하면 X-비효율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시장참여자로서의 공공기관 서비스에는 가격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해당 공공서비스들의 일차적 목적은 '소상공인’들의 수수료부담을 더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에게 효용을 주는 대가로 돈을 지불받는 것을 일차적 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과 상반된다. 다시 말해 공공기관이 시장참여자로서 공급하는 서비스들은 소상공인을 위한 복지정책에 가깝다. 따라서 공공기관은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 증감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가격이나 수수료를 조정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가격이나 수수료를 조정하면 서비스의 목적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세금을 들여 제공하는 서비스가 적게 사용되어도 문제이지만 사용량이 많아도 문제가 큰 것이다.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비용으로 투입되는 세금은 증가한다. 하지만 서비스는 거의 공짜로 제공되기 때문에 수입은 고정되어 있다. 비용과 수입 간의 격차가 커져도 공공기관은 개의치 않는다. 세금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세금의 유출이 많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시장질서가 교란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세금이 고갈되지 않는 한 계속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는 것이다.


시장은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소비자들은 최소한의 예산으로 최대한 많은 효용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기업들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원가절감 방안을 찾고 기술혁신을 꾀한다. 그 과정에서 상품의 가격은 하락하고 품질은 높아진다. PC(개인 컴퓨터)는 좋은 예시이다. 90년대의 PC보다 현재의 PC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더 좋은 성능을 발휘한다. 따지고 보면 예전에 비해 가격이 상승된 것처럼 보이는 다른 상품들도 명목가격이 올랐을 뿐 실질가격은 하락한 것이 대다수이다. 그렇게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세상은 조금씩 발전한다.


공권력을 가진 동시에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을 뭉뚱그려 국가라고 한다면, 국가는 서비스를 시장에서 직접 제공하려는 자신의 활동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시장에 공급자로서 참여해보았자 성공하기 힘들고, 성공한다고 해도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결과만 낳는다. 국가의 역할은 시장경제를 조성하는 데 그쳐야 한다.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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