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빈민을 위한 사립학교

자유기업원 / 2008-06-30 / 조회: 6,641

인도의 하이데라바드. 한편에는 최첨단 건물들이 즐비한 신도시가 버티고 있지만, 강 하나만 건너면 낡고 가난한 인도의 본래 모습이 드러난다. 16세기부터 형성되어 온 도시답게 판자집들이 게딱지처럼 다닥다닥 붙었고, 길은 더럽고 좁고 구불구불하다.

세계의 사립학교들을 연구 중이던 영국의 툴리 교수는 지저분하고 비좁고 냄새나는 인도의 이 빈민가에서 전혀 뜻하지 않은 것을 보게 된다. 바로 사립학교였다. 부자가 아니라 빈민의 자녀들이 다니는 사립학교. 사립학교는 모두 부자만을 위한 것이라고 알고 있었던 그에게 그 낡고 허름한 사립학교들은 전혀 뜻밖의 것이었다. 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330개가 넘었고 이 지역 전체 학교 수 918개의 37%에 달하는 숫자였다. 

사립학교라고 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은 멋진 건물과 기숙사와 운동장을 갖춘 학교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겨우 비와 햇빛을 피할 정도의 건물에 교사들은 자격증도 없다. 무허가 사설학교라고 부르는 편이 나을 정도다.

이같은 빈민 사설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는 수업료가 싸기 때문이다. 이들 사설학교의 수업료는 우리 돈으로 한 달에 1500원을 약간 넘는 수준인데, 정식 사립학교 평균 2200원에 비하면 상당히 낮다(하이데라바드의 최저임금은 월 46,000원). 빈민을 위한 사설학교는 인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간수 지방에도, 가나의 수도 아크라의 빈민가에도,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의 거대한 빈민가에도 이같은 무허가 사설학교들이 번성하고 있다.

이 학교들이 수업료가 싸고 시설은 불량하며 자격증이 없는 교사들에 의해 운영된다고 해서 교육의 질도 낮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툴리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들 사설학교의 교사들이 공립학교보다 더 가르치는 일에 열성임이 밝혀졌다.

학생들의 성적도 더 좋았다. 하이데라바드 학생들의 수학과 영어 실력을 검사해본 결과 무허가 사설학교 학생들의 실력이 공립학교 학생들의 실력보다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돈이 많다고 교육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가나의 어느 빈민가 사설학교 주인의 말이다. “교육에는 시설이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교사의 열정이지요. 우리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학생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을 때 학교와 교사는 학생들을 위한 사랑을 키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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