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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2조 시대, 공정위의 기업관·제재일변 기조 전면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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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8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은 2조 4,576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부과액 2,636억 원의 9배를 넘었다. 과징금이 급증한 만큼 제재의 실효성도 따져봐야 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공정거래위원장의 과거 대기업 관련 발언을 놓고 기업관 논란도 불거졌다. 기업의 위법행위를 엄정하게 판단하는 것과 기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시장의 심판이어야 할 공정위가 특정 기업집단에 대한 선입견을 드러낸다면 정당한 법 집행마저 '기업 때리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제재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남는다. 국감 자료에서는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서로 다른 담합 사건에 세 차례 이상 포함된 기업이 65곳에 달했다. 적발 건수만으로 제재 이후 재범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과징금 인상이 실제로 위반 예방과 재발 방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과징금 산정구조부터 살펴봐야 한다. 현행 제도는 대체로 위반행위 관련 매출액에 부과기준율을 곱하는 방식이어서 실제 부당이득이나 소비자 피해액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특히 입찰담합에서는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있어, 참여 기업별 역할과 실제 이익을 과징금에 얼마나 충실히 반영하는지가 쟁점이다.


공정위는 지난 4월 과징금 고시를 개정해 중대성이 약한 담합의 부과기준율 하한을 관련 매출액의 0.5%에서 10%로 높였다. 위반행위가 중대할수록 제재가 무거워야 한다는 원칙에는 이견이 없지만, 경미한 위반까지 높은 하한에 묶이면 사건별 차이를 반영할 여지가 좁아진다. 부과율을 올리기 전에 관련 매출액의 범위와 피해·부당이득의 산정방식부터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제재가 여러 갈래로 겹치는 문제도 있다. 하나의 위반행위에 과징금과 시정명령, 형사절차가 함께 적용될 수 있는데, 법적 성격이 서로 다르다고 해서 기업이 떠안는 부담까지 별개인 것은 아니다. 각각의 처분이 필요한 이유를 분명히 하고, 복수 기관의 중복조사나 실질적으로 과도한 제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등 신산업에 대한 사전규제 확대에도 신중해야 한다. 구체적인 경쟁제한 효과가 확인되기 전에 사업모델이나 거래조건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면 새로운 서비스와 후발 사업자의 진입까지 가로막을 수 있다. 시장지배력과 소비자 피해를 개별적으로 따지는 사후 심사가 원칙이 돼야 한다.


기업의 자율적인 법 준수 노력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 내부신고, 거래관행 개선과 같은 예방장치가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인센티브를 설계해야 한다. 고의적 담합에는 엄정히 대응하되, 경미한 위반을 신속히 시정한 기업까지 일률적으로 강하게 제재할 이유는 없다.


피해 회복을 과징금 납부와 혼동해서도 안 된다. 과징금은 국고로 들어가지만 거래 상대방과 소비자의 손해가 그만큼 보전되는 것은 아니므로, 손해배상 청구와 분쟁조정 등 민사적 구제수단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피해를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은 당사자의 자율적 합의와 시정을 적극 활용하는 편이 실익이 크다.


공정위가 보여줘야 할 것은 강한 제재 의지가 아니라 일관된 기준과 분명한 정책 성과다. 과징금 산정의 비례성을 높이고 중복규제와 사전적 개입을 줄이는 한편, 자율준수와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 정책수단을 배분해야 한다. 기업을 압박하는 기관이 아닌, 시장에서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기관으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