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올라도 공제·과표는 그대로…"상속·증여세 `자동증세` 점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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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업원 2026-10-06 , 세정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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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와 자산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했지만 상속·증여세의 공제액과 과세표준 구간은 수십 년 전 명목금액에 머물러 있어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실질 세 부담이 커지는 ‘자동증세’ 현상을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유기업원(원장 최승노)은 6일 입법정책 이슈보고서 ‘이슈와 자유’ 제32호 ‘상속·증여세제의 구조적 문제와 개선 방향-과세대상 확대와 국제비교를 통해 본 개편방향(고광용 정책실장·최현조 연구원)’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상속·증여세 부담을 최고세율만으로 평가하기보다 공제액과 과표구간, 과세단위, 물가연동 여부, 실제 세수비중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속세 과세대상은 빠르게 늘고 있다. 작년 상속세 부과 결정 대상 피상속인은 2만2524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과세표준 10억원 이하가 1만7294명으로 전체의 76.8%를 차지했다. 과표 10억원 이하 과세대상은 '07년 1971명에서 25년 1만7294명으로 약 8.8배 증가했다.
반면 이 구간의 평균 결정세액은 '07년 5467만원에서 최근 5063만원으로 큰 차이가 없어 최근 상속세 부담 확대가 1인당 세액 증가뿐 아니라 과세대상 자체의 증가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다만 보고서는 부동산·금융자산 가격 상승과 고령층 자산축적 등도 함께 작용한 만큼 과세대상 증가를 공제 동결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장기간 동결된 공제액의 실질가치 하락도 핵심 문제로 제시됐다. 전국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97년 5억원은 '25년 약 10억2000만원의 구매력에 해당한다. '14년 5000만원 역시 '25년 가치로 약 6150만원 수준이다. 현재 명목 공제액을 그대로 유지하면 물가상승만으로도 실질적인 면세범위가 계속 줄어드는 셈이다. 보고서는 이 환산액이 곧 적정 공제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명목기준을 장기간 동결하는 것 자체가 중립적인 현상유지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과표구간까지 고정돼 있다는 점도 자동증세를 가속하는 요인이다. 현재 10~50%의 상속·증여세율은 1억원·5억원·10억원·30억원의 과표구간에 따라 적용된다. 물가와 명목자산가치가 오르는 동안 과표기준이 그대로 유지되면 실질적인 부의 수준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더라도 더 높은 세율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 즉 법정세율을 인상하지 않아도 공제와 과표를 고정해 놓는 것만으로 실질 세 부담이 높아지는 재정적 견인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비교에서도 한국 상속·증여세제는 높은 최고세율뿐 아니라 과세단위와 물가조정 방식에서 차이를 보였다. OECD의 '21년 비교에서 상속·유산세를 부과하는 24개 회원국 가운데 20개국은 상속인이 실제 취득한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했고, 한국·미국·영국·덴마크 등 4개국만 피상속인의 총유산을 기준으로 과세했다. 미국은 '26년 연방 상속세 기본 제외액을 1인당 1500만달러로 두고 관련 기준금액을 연례적으로 조정한다. '23년 GDP 대비 상속·유산·증여세수 비중도 한국은 0.7%로 미국 0.1%의 7배 수준이었다.
보고서가 제시한 핵심 정책대안은 ▲소비자물가·자산분포·상속세 과세비율 등을 함께 고려한 공제수준 현실화 ▲일회성 조정에 그치지 않고 공제액과 과표구간을 객관적인 물가지표에 연동하는 제도 검토 ▲피상속인의 총유산이 아닌 상속인이 실제 취득한 재산을 기준으로 하는 유산취득세 전환 검토 ▲상속·증여의 공제와 사전증여 합산기간, 과표구간, 각종 특례를 하나의 자산이전세제 관점에서 통합 정비하는 방안 등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세율을 올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세 부담이 그대로라고 볼 수는 없으며, 물가 상승 속에서도 공제와 과표를 오랫동안 고정하면 국민은 실질적인 자산 증가가 없어도 더 쉽게 과세대상에 포함되고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며 “상속·증여세제도 명목금액이 아니라 실질가치를 기준으로 점검하고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