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경제를 만나다』를 읽고, 농촌관광 혁신 제안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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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정재완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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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한민국 농촌관광 현장은 공급자의 과잉 욕망과 수요자의 냉정한 외면이 충돌하는 격전지이다. 매년 수많은 지자체가 억대의 예산을 들여 유사한 축제와 체험관을 지어 올리지만, 정작 농촌을 찾은 관광객들이 들고 나오는 비판은 명확하다. "숙소와 식당이 지저분하다", "도심 호텔만큼 예산을 쓰는데 서비스 수준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다"라는 불평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단지 농가의 정성 부족이나 관광객의 까다로운 눈높이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법, 경제를 만나다』는 법과 시장경제 메커니즘이라는 차가운 안경을 통해 이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게 만든다. 법은 단순히 도덕적 당위를 강제하는 틀이 아니며, 인간의 유인 구조를 설계하는 경제적 장치이다. 겉으로는 관광객의 눈높이가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장에서 신뢰를 형성하고 검증할 제도적 장치가 부재한 것이 근본 원인일 수 있다. 과거 본인이 직접 구상하고 수상했던 「K-클린 쉴드 기반의 역사·문화 미식 오디세이」 정책 제안서 역시 이러한 법·경제학적 시각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 책의 핵심 화두들을 바탕으로, 시장 자율성과 올바른 법 설정이 어떻게 지역 경제와 관광 생태계를 살려낼 수 있는지 논해보고자 한다.
제2장 "재산권: 내 것, 네 것, 우리 것"은 재산권이 명확히 설정되지 않을 때 자원이 방치되거나 남용된다는 점을 짚는다. 숙박시설이나 식음료의 청결도는 개별 농가가 자율적으로 지켜야 할 사적 자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역 전체의 평판이라는 무형의 공동 자산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한 숙박업소의 비위생적인 관리는 그 업소 하나에 그치지 않고,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소비자가 지역 전체를 싸잡아 평가하게 만드는 부정적 외부성을 발생시킨다. 개별 농가의 사적 유인과 지역 브랜드라는 공동의 이해관계가 어긋나 있는 것, 이것이야말로 문제의 출발점이다.
제4장 "이웃 돌보기를 네 몸처럼 하라: 불법 행위법의 경제학"은 불법 행위법이 사고 예방 비용과 사고 발생 비용의 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본인이 구상했던 'K-클린 쉴드' 프로젝트와 '숙박 위생 표준 조례'는 바로 이러한 경제적 사고방식의 실천적 적용이라 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 주는 민관 합작 위생 인증 마크를 부여하고, 의무 점검 기준 미달 시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영구 제외하는 페널티 제도를 확립하는 것은 시장의 무임승차자를 배제하고 올바른 유인 구조를 세우는 작업이다. 감정에 호소하는 청결 캠페인이 아니라, 위생 기준을 어겼을 때 치러야 할 비용을 명확히 함으로써 개별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위생 수준을 끌어올리도록 유도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법의 경제학적 본질이다.
제8장 "헌법, 경제학을 만나다"는 과도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법적 규제가 어떻게 시장의 생산적 거래를 막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농촌 지역의 고택이나 전통 가옥은 인문학적 가치가 매우 높은 자산이다. 그러나 과도한 문화재 주변 개발 규제나 엄격한 농지법 제한은 고택 내부에 현대식 화장실이나 욕실을 설치하는 것조차 가로막아 왔다. 이는 제3장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가 강조하는 계약법의 원리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소비자는 고택의 정취를 얻는 대신 현대적 위생 가치를 함께 소비하고 싶어 하지만, 실효성 없는 과잉 규제가 양측의 경제적 거래 자체를 원천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위생 리모델링 펀드를 통해 민간의 자율적인 시설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 제안은 바로 이러한 시장 자율성의 복원을 의미한다. 관이 주도하여 명령하는 관료주의적 통제에서 벗어나, 민간 업계와 소비자,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거래하고 계약할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법과 제도가 해야 할 진정한 역할이다.
제7장 "회사의 생사는 시장에 맡기라"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정부의 무리한 시장 개입을 경계한다.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한다며 지자체들이 제각각 예산을 집행하고, 시장성이 없는 단체 관제 축제에 보조금을 남발하는 행태야말로 세금의 효율적 배분을 가로막는 행위이다. 진정한 의미의 지역 살리기는 관제 사업이 아니라, 시장에서 선택받을 수 있는 상품성이 존재하는가에 달려 있다. 본인의 제안서에서 안동의 퇴계 이황 소식 밥상, 영주의 책거리 만찬, 봉화의 청렴 밥상 등 지역의 역사 스토리를 고품격 F&B 미식 코스로 연결하고자 했던 시도는 역사적 자산을 현대적 가치로 바꾸어 내는 기업가 정신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단일 지자체 보조금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업 ESG 투자 유치, 민간 크라우드 펀딩 등 혼합형 금융 구조와 다각적 거버넌스를 구축하고자 한 것은, 정부 의존적 구조에서 벗어나 시장 자율적인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관이 주도하는 시장 개입은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장기적 자생력을 훼손하기 마련이며, 민간 경제 주체들이 마음껏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다.
『법, 경제를 만나다』를 읽으며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라는 점이다. 농촌을 돕겠다는 선의에서 출발한 수많은 정부 보조금과 선심성 정책들이 오히려 농촌관광의 자생력을 떨어뜨리고 시장을 왜곡해 왔다. 진정한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 소멸 극복은 시혜적 지원이나 규제의 강화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유재산권의 확실한 보호, 불법행위에 대한 합리적인 제도 설정, 낡은 규제의 과감한 철폐, 그리고 자율적인 시장 거래를 가로막지 않는 법치주의의 확립만이 지역 경제를 재건할 수 있다. 법이 경제적 유인 구조를 올바르게 설계하고, 시장이 자율적으로 그 가치를 평가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책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이자, 앞으로 우리 사회가 다양한 정책과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할 때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시대적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