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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쿠팡 동일인 지정 효력정지, 사람 중심 규제 전면 재검토해야

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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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에 대한 동일인 지정 처분의 효력을 본안 판결 선고 후 30일까지 정지했다. 이번 결정은 공정위 처분의 위법성을 최종적으로 확정한 판결은 아니다. 그러나 법원이 처분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현행 동일인 제도의 문제를 되돌아볼 중요한 계기가 됐다.

공정위는 그동안 쿠팡 주식회사를 동일인으로 지정해 왔으나, 올해 지정 기준을 변경해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판단했다. 동일한 기업집단을 두고 행정기관의 기준과 해석이 달라지면서 규제 대상과 책임 주체까지 변경된 것이다. 기업이 규제 적용 여부와 책임 범위를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면 법적 안정성과 규제의 신뢰성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현행 동일인 제도는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개인을 지정하고, 그 개인에게 기업집단 전체에 관한 광범위한 자료 제출 책임을 부과한다. 동일인 본인은 물론 배우자와 친족, 특수관계인의 주식 보유 현황과 계열사 거래 내역 등을 매년 파악해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자료가 누락되거나 사실과 다르게 제출되면 동일인 개인에게 형사책임까지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동일인이 모든 친족과 계열사 관계자의 재산·거래 정보를 실질적으로 파악하고 제출할 수 있다고 전제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정보에 접근하거나 제출을 강제할 권한은 제한돼 있는데 책임만 포괄적으로 부과하는 것은 책임주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특히 기업의 소유구조와 경영 방식이 복잡해지고 투자자와 계열사가 여러 국가에 분산된 상황에서 혈연과 개인을 중심으로 자료 제출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자료 제출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보다 규제 대상부터 넓히는 방식은 행정 부담과 형사처벌 위험만 증가시킨다.

기업집단 규제의 목적은 특정 개인의 가족관계와 재산을 광범위하게 추적하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부당 내부거래와 사익편취, 경쟁 제한, 시장지배력 남용 등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구체적인 행위를 규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기업의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위법행위와 관계없는 의무를 계속 확대하는 것은 합리적인 규제라고 보기 어렵다.

이번 법원의 결정은 어느 기업에 적용하더라도 명확하고 예측할 수 있으며 실제 이행이 가능한 규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다. 특정 기업에 대한 호불호와 제도의 타당성은 구분돼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과 다국적 투자,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산되면서 한 명의 자연인을 기업집단 전체의 책임자로 특정하는 전통적인 규제 방식도 현실과 점차 맞지 않게 됐다. 지분율과 의결권, 이사회 구성,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영향력 등 객관적 기준을 통해 실질적인 지배관계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본안 소송의 결과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동일인 지정 기준과 자료 제출 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개인에게 포괄적인 책임을 부과하기보다 법인과 각 계열회사가 자신이 보유하고 관리하는 정보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자료 제출 의무와 형사책임의 범위도 실제 정보 접근 권한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결정을 사람과 친족 중심의 낡은 기업집단 규제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기업을 규율하되 기업의 위법행위와 무관한 개인에게 무한책임을 지우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규제의 목적과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고, 공정한 경쟁을 훼손하는 행위를 정확하게 규제하는 제도로 개편해야 한다.



2026.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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