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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인하가 여는 기업가정신과 경제성장의 선순환

글쓴이
강원 2026-07-03 , 브릿지경제

상속세 논쟁은 흔히 부의 재분배와 대물림 방지의 관점에서 전개된다. 상속세가 기업과 결합하면 논의의 범위는 더 넓어진다. 세 부담이 기업의 지배구조와 승계 방식, 기업가정신에 미치는 영향까지 살펴야 한다. 높은 상속세는 단순한 조세를 넘어 기업이 소유와 경영의 형태를 선택하는 과정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이다.

높은 상속세 부담은 창업자의 후계자가 지분과 경영권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세금 납부를 위해 지분을 처분하면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빨라질 수 있다. 소유경영기업의 비중은 줄고 전문경영기업의 비중은 커진다. 이 변화가 시장의 판단이 아니라 조세제도의 압력에서 비롯된다면 기업이 스스로 지배구조를 선택할 여지는 좁아진다.스웨덴의 경험은 상속세가 기업 승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스웨덴은 1970~1990년대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와 증여세를 유지했다. IKEA 창업자가 해외로 이주하고 기업의 소유구조가 재단 중심으로 바뀌는 일도 나타났다. 스웨덴은 2004년 상속세를 폐지했다. 상속세 폐지 이후 후계자가 있는 가족기업의 투자와 성장이 유의하게 증가했다는 스톡홀름대학교 연구도 발표됐다. 세 부담이 완화되면서 소유경영기업은 원치 않는 지배구조 전환을 피하고 소유와 경영의 일치를 유지한 채 성장할 수 있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언제나 최선이라는 인식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문경영 체제는 전문성과 조직 효율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소유주와 경영자의 이해가 어긋날 때 대리인 문제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Berle and Means(1932)는 에디슨, 포드, 록펠러로 대표되는 소유경영인의 시대에서 대주주 없는 대기업을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시대로 전환되는 현실을 설명했다. 이들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이상적인 형태로 제시하기보다 그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을 함께 지적했다.

기업가정신은 소유와 경영이 긴밀하게 결합된 기업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포드와 에디슨이 그랬고, 오늘날 테슬라와 메타, 아마존, 엔비디아 같은 혁신기업도 창업자나 핵심 소유주가 장기 전략과 주요 의사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전문경영기업은 조직의 안정과 효율 개선에 강점을 보인다. 소유경영기업은 위험을 감수한 장기투자와 빠른 결단에 강점을 가질 수 있다. 어느 형태가 더 적합한지는 산업과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나라 기업인의 도전에는 회사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고 싶다는 소박한 동기가 자리 잡고 있다. “내가 일군 회사를 자녀에게 이어주고 싶다”는 바람은 가족의 이익만을 뜻하지 않는다. 축적된 기술과 일자리, 거래 관계를 지키고 기업을 더 성장시키려는 장기적 책임과도 연결된다. 이를 이 글에서는 '서민적 기업가정신’이라고 부를 수 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제도적으로 유도하는 방식은 기업인에게 가족 승계의 동기보다 사회 전체를 위한 봉사를 우선하라는 새로운 기업가정신을 요구한다. 일종의 공공적 또는 '공자적 기업가정신’이다. 사회적 책임은 중요하다. 검증되지 않은 하나의 동기를 제도로 강제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소유경영과 전문경영 가운데 어떤 형태가 적합한지는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 판단해야 한다. 서민적 기업가정신과 공공적 기업가정신 가운데 어떤 동기가 더 큰 성과를 내는지도 시장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 국민에게 상속세가 기업지배구조와 기업가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알릴 필요가 있다. 기업과 투자자, 국민이 다양한 지배구조의 성과를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기관투자자와 정책 당국의 관계도 함께 살펴야 한다. 정부의 영향력이 큰 환경에서 대기업의 경영권이 펀드와 기관투자자로 빠르게 이전되면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정책적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상속세가 소유경영기업을 줄이고 경영권의 기관화를 촉진할 경우 우리 경제가 점차 국가 주도적인 의사결정 구조로 기울 수 있다는 우려도 논의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상속세는 일반 국민의 관점에서도 재검토할 지점이 있다. 재분배와 부의 대물림 방지가 핵심 목적이라면 상속세 수입을 국민 모두에게 1인당 같은 금액으로 환급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정부는 세금을 거두어 다시 국민에게 돌려주는 통로 역할을 맡는다. 복지와 교육을 위한 세목과 예산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속세 수입의 사용 목적을 더 분명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상속세율은 기업인의 도전과 장기투자를 훼손하지 않는 수준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승계 선택권을 넓히고 소유구조가 조세 때문에 원치 않는 방향으로 바뀌는 일을 줄여야 한다. 확보된 세수를 국민에게 투명하고 공평하게 환류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할 수 있다. 민간의 창의적 기업활동과 공평한 경제를 함께 이루기 위한 상속세제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원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